 |
| 준공 1년이 된 울산 태화루 본루 곳곳이 '쩍쩍' 갈라져 있다. 왼쪽 사진은 첨차, 오른쪽 사진은 기둥. 기둥의 갈라진 정도는 손가락이 하나 들어갈 정도다. © News1 남미경 기자 |
울산 문화의 랜드마크 '태화루'가 준공된 지 1년 만에 기둥, 현판 등 본루 곳곳이 '쩍쩍' 갈라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뉴스1 취재진이 태화루 현장을 점검한 결과, 현판을 비롯해 기둥, 창방, 서까래 등 본루 대부분 목재에서 갈라짐 현상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특히 태화루의 얼굴인 현판(가로 304㎝ x 세로 122㎝)은 한자로 표기된 현판 글자 가운데 화(和)자 위아래로 50㎝ 길이의 길쭉한 균열이 확인됐다. 태(太)자와 루(樓)자에도 5~6곳에서 미세한 균열이 발견됐다.
본루의 기둥, 대들보, 창방, 서까래 등에도 작게는 6~7㎜, 크게는 1~1.5㎝ 갈라짐 현상이 최고 2m 이상까지 나타난 상태였다.
기둥의 벌어진 틈 사이로 속이 훤히 들여다 보였으며 손가락 하나가 충분히 들어갈 정도였다.
이처럼 건립 1년 만에 태화루 본루 곳곳에서 갈라짐 현상이 나타난 것은 덜 마른 나무를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즉 나무 갈라짐은 표면과 내부의 수분 차이(함수율)로 인해 일어나는 데, 안쪽까지 나무를 건조하지 않으면 마르기까지 응축과 수축작용이 되풀이하면서 갈라지는 현상이 반복된다는 것.
은평 한옥박물관 황평우 관장(전 문화재 연구소장)은 "누각 기둥에 사용된 소나무는 지름이 50~60cm, 대들보는 지름 70cm 이상으로 최소한 8년에서 10년 이상 통풍이 잘 되는 그늘진 곳에서 자연건조를 해야 시간이 지나도 갈라지지 않는 데 이런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
| 태화루의 한자로 표기된 현판 글자 가운데 화(和)자 위아래로 50cm 길이의 길쭉한 균열이 확인됐다. © News1 남미경 기자 |
태화루에는 현재 국내산 소나무(강원도)가 85％, 캐나다산 더글라스(북미산 목재)가 15％ 쓰였으며, 전체 기둥 36본 가운데 15본은 국내산, 나머지 21본은 캐나다산이 사용됐다.
이들 목재는 도편수로 참여했던 신응수 대목장(중요무형문화재 74호)의 우림목재에서 2년 가까이 말린 것이다.
이에 대해 울산시 관계자는 "태화루에서 볼 수 있는 갈라짐 현상은 다른 지역 누각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응축과 수축과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한 문화재가 아닐 뿐더러 다른 지자체에서도 통상 2년 정도 건조된 나무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무가 마르기까지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지름이 넓은 기둥이나 대들보뿐만 아니라 비교적 적은 현판과 서까래 등에도 '쩍쩍' 갈라져 있는 것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봐야 하는가에 대해선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목재고고학 1인자인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문화재청 자문위원)도 "나무 특성상 결에 따라 미세한 균열이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비교적 지름이 적은 현판이나 창방에서조차도 이렇게 쩍쩍 갈라지는 것은 분명 충분히 건조하지 않은 이유"라며 "지름이 적은 목재는 인공건조기를 사용하면 대부분 막을 수 있다. 평년 함수율 기준을 지키지 않아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지적했다.
또 "문제는 이런 현상들이 타 지역 누각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인데 지자체들이 짧은 공사일정을 맞추다보니 이런 악순환이 계속 되풀이 되고 있다"며 "나무특성을 이해하지 않고 무문별하게 건축을 만들어내는 행정 시스템이 문제"라고 조언했다.
 |
| 울산 태화루 전경. © News1 남미경 기자 |
울산시는 "공사 발주 이후 목재를 수급하는 행정 절차를 밟게 되는 데 8년 이상 건조된 국내산 소나무를 구하기가 힘들고 건조를 기다리기에는 정해진 공사일정을 맞추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무늬만 태화루의 모습이 아닌 울산의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제대로 된 옛 태화루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차분히 8년 이상의 건조기간을 지켰어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황평우 관장은 "시가 울산 문화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태화루를 건립하려 마음 먹었다면 최소 8년 이상 건조하는 방식을 이용해 타지역과 차별화를 뒀어야 했다. 이를 통해 전국의 수많은 관광객들을 울산으로 끌어들여 진정으로 울산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기회가 됐어야 했다"며 "무리한 시공이 부실이라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맹우 전 울산시장 집권 12년 최대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였던 태화루는 중구 태화로에 731㎡규모로 건립 계획 9년 만인 지난해 5월 14일 준공됐다.
시는 임진왜란 전후 소실된 태화루 건립을 위해 507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했으며, 건립을 위해 쓰인 소나무만 약 21만7000재(1재는 가로 3㎝ x 세로 3㎝x 길이 3.6㎝)에 달한다.
주요시설로는 본루(233.28㎡·정면 7칸·측면 4칸·주심포 양식)와 대문채(106.56㎡), 행랑채(32.4㎡), 사주문(7.29㎡), 문화동 등이 건립됐다.
출처:뉴스 1
http://www.chpri.org/board/content.asp?bCat=현장고발&bCode=11998&page=&sColumn=&sT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