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말연시가 다가오면 촬영기자들은 특별한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분주한 시간을 보낸다. 매해 마지막 날 그리고 이듬해 첫 날의 9시 뉴스 첫머리를 여는 송년·신년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서다. 한 해를 정리하고 다가오는 해를 맞이하는 일을 약 30초 정도의 영상물에 녹여낸다는 것은 결코 녹록치 않은 일이다. 이는 차라리 보도 영상의 영역을 넘어선 예술의 영역에 가까운 작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 ‘해님’과의 지리한 숨바꼭질
우리말의 ‘해’가 sun과 year의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듯이 송년·신년 영상에서 해의 등장은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일종의 관행일 수도 있지만, 한 해의 시작과 끝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일출과 일몰만큼 효과적이고 상징적인 이미지는 없을 것이다.
일출과 일몰은 우리가 매일같이 겪는 자연현상이지만, 그것을 영상으로 완벽하게 담아낸다는 것은 여러 조건이 충족돼야 가능한 일이다. 계절마다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이 다르고 궤적도 달라지기 때문에 촬영하고자 하는 장소에서 이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기온의 변화와 구름의 양, 대기의 맑은 정도 등 수많은 요소들이 촬영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동해 일출 영상이라며 흔히 접하는 이른바 ‘오메가’ 일출도 사실은 위와 같은 모든 요건이 충족된, 한 달에 한번 볼까 말까한 진귀한 장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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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기간 동안 제대로 된 맑은 날씨를 구경해본 것이 손에 꼽을 정도로 12월의 날씨는 ‘해님’의 민낯을 보여주는데 너무도 인색했다. 이번 촬영은 주로 서울의 대표적인 일출 조망 포인트인 안산, 아차산 및 한강변 등에서 이루어졌는데, 머리 위 하늘은 맑아도 정작 해가 뜨고 지는 동쪽과 서쪽 끝은 두꺼운 구름이 가득 차 있거나, 구름이 없어도 연무나 미세먼지가 심해서 도무지 해의 형상을 포착하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마음먹고 멀리 출장을 가서 촬영을 시도했음에도 허탕을 치고 돌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촬영기간 동안은 하루 종일 하늘을 쳐다보고 인터넷으로 각종 기상정보를 확인해보느라 매일을 보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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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의 궤적을 촬영하다 보면 지구의 자전이 생각보다 아주 빠르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특히 해가 뜨고 지는 순간이나 망원렌즈를 사용한 빅 클로즈업을 촬영할 때면 육안으로도 해가 이동하는 것이 느껴질 정도다.
이번 촬영은 주로 DSLR 카메라를 활용한 인터벌 촬영을 많이 시도했다. 이렇게 수백 장의 사진을 이어 붙여 동영상을 만들어내는 촬영기법은 ENG 카메라보다 더 깊고 풍부한 계조의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최근에는 비교적 정확한 기상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확인할 수 있고, 증강현실을 이용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현재 촬영 장소에서 해가 앞으로 움직일 궤적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영상에 관심이 있는 누구라도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면 멋진 일출·일몰영상을 촬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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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은 청양(靑羊)의 해
다가오는 새해를 생각할 때 누구나 가장 쉽게 떠올리는 이미지는 그해를 상징하는 12지 동물일 것이다. 이런 동물들의 이미지 역시 일출과 함께 신년 영상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소재가 된다. 심지어 영상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뱀이나 용과 같은 동물들도 그림 혹은 컴퓨터 그래픽까지 동원하여 신년 영상 제작에 사용한 예도 있다.
‘청양’의 해인 2015년 신년 영상도 양의 이미지를 사용해 도입부를 열었는데, 이번에는 우리나라 전통의 ‘민화(民畵)’를 통해서 양을 보여주기로 하였다. 그래서 서울 무형문화재 민화장(民畵匠)으로 우리나라 전통 민화에 있어서 독보적인 작가인 김만희 선생에게 양의 그림을 부탁했고 12지신의 여러 양의 이미지중 하나를 직접 그려주었다.
방송본에는 12지신 양의 온전한 모습이 모두 담기지는 못했지만, 백지 위에 양의 얼굴이 완성되어 나가는 모습을 통해 새해의 시작 그리고 양의 해 첫날의 이미지가 효과적으로 표현되었다. 다만 우리 전통 양의 모습은 흔히 떠올리는 흰색 털이 복슬복슬한 면양이 아니라 뿔이 나있고 턱밑에 수염이 난 산양 즉, 염소의 모습이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양과 염소가 별다른 구분 없이 서로 혼용되어 사용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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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산이 많고 초지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대규모로 양을 기르는 것이 힘들었다. 지금도 다른 가축들에 비해 양의 사육 두수는 많지 않고 강원도의 목초지 등에서 관광용으로 사육하고 있는 것이 전부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양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아무래도 강원도 대관령에 위치한 ‘양떼 목장’이다. 그런데 수많은 양들이 목초지에 방목되어 풀을 뜯고 있는 풍경은 이미 10월 말 이후에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그때가 되면 방목하기엔 이미 날씨가 너무 추워지고 목초지 풀들의 지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축사 안에서만 기른다고 한다.
하지만 동틀 녘에 양들이 풀을 뜯는 모습이 꼭 필요해서 목장 측에 요청해 30분 정도만 양들을 방목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날 새벽 일출시간의 기온은 영하 16도. 너무 추워서 양들이 서로 엉겨 붙어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 바람에 이리저리 양떼를 몰아봤지만 뜻대로 촬영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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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하고 귀여운 양떼들을 보고 있으니 사람들이 왜 이 동물에게서 평화로움을 읽어내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유난히 불미스러운 일이 많았던 지난 2014년.
새로 밝은 해에는 순한 양처럼 평온하고 행복한 일들만 생기기를 기원한다
출처:KBS
http://news.kbs.co.kr/news/NewsView.do?SEARCH_NEWS_CODE=3009359&ref=D
■ ‘해님’과의 지리한 숨바꼭질
우리말의 ‘해’가 sun과 year의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듯이 송년·신년 영상에서 해의 등장은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일종의 관행일 수도 있지만, 한 해의 시작과 끝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일출과 일몰만큼 효과적이고 상징적인 이미지는 없을 것이다.
일출과 일몰은 우리가 매일같이 겪는 자연현상이지만, 그것을 영상으로 완벽하게 담아낸다는 것은 여러 조건이 충족돼야 가능한 일이다. 계절마다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이 다르고 궤적도 달라지기 때문에 촬영하고자 하는 장소에서 이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기온의 변화와 구름의 양, 대기의 맑은 정도 등 수많은 요소들이 촬영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동해 일출 영상이라며 흔히 접하는 이른바 ‘오메가’ 일출도 사실은 위와 같은 모든 요건이 충족된, 한 달에 한번 볼까 말까한 진귀한 장면인 것이다.
촬영기간 동안 제대로 된 맑은 날씨를 구경해본 것이 손에 꼽을 정도로 12월의 날씨는 ‘해님’의 민낯을 보여주는데 너무도 인색했다. 이번 촬영은 주로 서울의 대표적인 일출 조망 포인트인 안산, 아차산 및 한강변 등에서 이루어졌는데, 머리 위 하늘은 맑아도 정작 해가 뜨고 지는 동쪽과 서쪽 끝은 두꺼운 구름이 가득 차 있거나, 구름이 없어도 연무나 미세먼지가 심해서 도무지 해의 형상을 포착하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마음먹고 멀리 출장을 가서 촬영을 시도했음에도 허탕을 치고 돌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촬영기간 동안은 하루 종일 하늘을 쳐다보고 인터넷으로 각종 기상정보를 확인해보느라 매일을 보낸 것 같다.
해의 궤적을 촬영하다 보면 지구의 자전이 생각보다 아주 빠르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특히 해가 뜨고 지는 순간이나 망원렌즈를 사용한 빅 클로즈업을 촬영할 때면 육안으로도 해가 이동하는 것이 느껴질 정도다.
이번 촬영은 주로 DSLR 카메라를 활용한 인터벌 촬영을 많이 시도했다. 이렇게 수백 장의 사진을 이어 붙여 동영상을 만들어내는 촬영기법은 ENG 카메라보다 더 깊고 풍부한 계조의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최근에는 비교적 정확한 기상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확인할 수 있고, 증강현실을 이용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현재 촬영 장소에서 해가 앞으로 움직일 궤적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영상에 관심이 있는 누구라도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면 멋진 일출·일몰영상을 촬영할 수 있을 것이다.
■ 2015년은 청양(靑羊)의 해
다가오는 새해를 생각할 때 누구나 가장 쉽게 떠올리는 이미지는 그해를 상징하는 12지 동물일 것이다. 이런 동물들의 이미지 역시 일출과 함께 신년 영상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소재가 된다. 심지어 영상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뱀이나 용과 같은 동물들도 그림 혹은 컴퓨터 그래픽까지 동원하여 신년 영상 제작에 사용한 예도 있다.
‘청양’의 해인 2015년 신년 영상도 양의 이미지를 사용해 도입부를 열었는데, 이번에는 우리나라 전통의 ‘민화(民畵)’를 통해서 양을 보여주기로 하였다. 그래서 서울 무형문화재 민화장(民畵匠)으로 우리나라 전통 민화에 있어서 독보적인 작가인 김만희 선생에게 양의 그림을 부탁했고 12지신의 여러 양의 이미지중 하나를 직접 그려주었다.
방송본에는 12지신 양의 온전한 모습이 모두 담기지는 못했지만, 백지 위에 양의 얼굴이 완성되어 나가는 모습을 통해 새해의 시작 그리고 양의 해 첫날의 이미지가 효과적으로 표현되었다. 다만 우리 전통 양의 모습은 흔히 떠올리는 흰색 털이 복슬복슬한 면양이 아니라 뿔이 나있고 턱밑에 수염이 난 산양 즉, 염소의 모습이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양과 염소가 별다른 구분 없이 서로 혼용되어 사용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산이 많고 초지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대규모로 양을 기르는 것이 힘들었다. 지금도 다른 가축들에 비해 양의 사육 두수는 많지 않고 강원도의 목초지 등에서 관광용으로 사육하고 있는 것이 전부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양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아무래도 강원도 대관령에 위치한 ‘양떼 목장’이다. 그런데 수많은 양들이 목초지에 방목되어 풀을 뜯고 있는 풍경은 이미 10월 말 이후에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그때가 되면 방목하기엔 이미 날씨가 너무 추워지고 목초지 풀들의 지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축사 안에서만 기른다고 한다.
하지만 동틀 녘에 양들이 풀을 뜯는 모습이 꼭 필요해서 목장 측에 요청해 30분 정도만 양들을 방목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날 새벽 일출시간의 기온은 영하 16도. 너무 추워서 양들이 서로 엉겨 붙어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 바람에 이리저리 양떼를 몰아봤지만 뜻대로 촬영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순하고 귀여운 양떼들을 보고 있으니 사람들이 왜 이 동물에게서 평화로움을 읽어내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유난히 불미스러운 일이 많았던 지난 2014년.
새로 밝은 해에는 순한 양처럼 평온하고 행복한 일들만 생기기를 기원한다
출처:KBS
http://news.kbs.co.kr/news/NewsView.do?SEARCH_NEWS_CODE=3009359&ref=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