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1.27 09:00 | 수정 : 2015.01.27 14:15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이번에 지정되는 천연기념물 대상은 제주도 축산진흥원에서 관리하고 있는 순수 혈통종에 한정했다. 따라서 일반 돼지보다 더 쫄깃쫄깃하고, 껍데기에 검은색 털이 붙어있는 흑돼지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 2014년 10월 제주도가 문화재청에 지정 신청한 ‘제주흑돼지’에 대해 2015년 1월26일자로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지정 예고했다고 밝혔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는 제주흑돼지는 제주도에서 제주마(제347호)와 제주흑우(제546호)에 이어 3번째 재래가축이다. 제주도축산진흥원에 따르면 재래흑돼지의 사육은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3세기 중국 기록인 삼국지(三國志)의 위서(魏書) 동이전(東夷傳)을 볼 때 소와 말과 함께 북방으로부터 고구려 시대에 유입돼 남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불교의 영향으로 살생을 금지시켰던 시절도 있었다. 신라 법흥왕 16년(529년)과 백제 법왕 원년(599년)에 왕명으로 살생을 금지했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고려말과 조선시대에 들어오면서 축산진흥 정책이 도입되면서 사육이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기록에 따르면 고려말 충숙왕 12년(1325년)에 왕이 직접 교지를 내려 식육용으로 가축생산을 장려하기 위해 금살령을 철회했고, 조선 세조 7년(1461년)에 축산진흥정책으로 왕이 교지를 내려 도성 밖 민간에서도 돼지 사육을 장려했다.
- 제주 흑돼지.
제주도에서는 예로부터 돌담을 둘러 터를 잡고 변소에 돼지를 함께 두어 길렀다. 이런 시설을 ‘돗통’이라 한다. 돗통은 배설물과 음식물 쓰레기 처리, 퇴비 생산이라는 생태순환적 원리가 반영된 제주 특유의 시설인 셈이다. 또 돼지고기가 혼례, 상례 등에 사용되는 음식의 주요한 재료이다. 돗수애(돼지순대), 돔베고기(돼지수육), 돗새끼회(암퇘지 자궁 속의 새끼돼지로 만든 회) 등에서 보듯이 제주 향토문화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제주흑돼지의 멸종 위기는 일제강점기와 근대화를 거치면서 진행됐다. 외국에서 도입된 개량종과의 교잡(交雜)으로 순수 재래돼지의 개체 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후 1960년대 들어서는 경제성이 우수한 개량돼지가 급속하게 도입되면서 개체수가 급감했고, 멸종위기에 처했다. 이에 제주도 축산진흥원은 지난 1986년 우도(牛島) 등지의 제주지역 부속 섬에서 남아있던 재래종 흑돼지 5마리(숫컷 1마리, 암컷 4마리)를 확보해 현재까지 순수 혈통을 관리 중이다. 이후 제주흑돼지는 국제식량농업기구에 등재됐으며 지난 2012년 문화재청이 주관한 용역에서 제주흑돼지의 천연기념물 지정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번에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한 제주흑돼지는 제주 축산진흥원에서 사육 중인 260여 마리로 한정했다. 이들 흑돼지는 유전자특성 분석 결과 육지 재래돼지와는 차별화한 혈통의 고유성을 유지하고 있다. 외형상으로도 육지 흑돼지는 귀가 크고 밑으로 처진 데 반해 제주흑돼지는 귀가 작고 위로 쫑긋 뻗은 점이 다르다. 고기 색깔도 다른 돼지고기에 비해 흑돼지 고기 색깔이 더 선명한 짙은 적색이다.
맛에서도 차이가 있다. 흑돼지는 지방이 단단해 씹을 수록 더 쫄깃쫄깃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제주에는 현재 농가에서는 일반 돼지와 교잡된 흑돼지 8만319두가 사육되고 있다.
출처:조선일보
http://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1/26/2015012603564.html?pmlett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