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4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여행지 앙코르와트 사원은 요즘 초비상이다. 다름 아닌 유적 훼손 때문이다. 하루 방문 인원만 1만여 명. 관리가 보통 일이 아닐 수밖에 없다. 실제로 곳곳에 상흔(?)이 남아 있다. 동남아를 휩쓸고 있는 어글리 차이니스가 남겨 놓은 한자어 낙서는 그야말로 애교(?)스러울 정도. 최근에는 이산화탄소로 인해 사암 유적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중형버스 출입까지 전면 금지되고 있다.
경계도 삼엄하다. 관광지 주변에는 압사라 당국에서 나온 관리 직원들과 관광 경찰들이 상주한다.
그런데 최근 철통 경비가 이뤄지고 있는 앙코르와트 사원을 발칵 뒤집어 놓은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앙코르 톰(Angkor Thom)`이라 불리는 남문 바로 옆 석상의 머리 하나가 떨어져 나가 버린 것.
이 남문 옆에 놓인 석상은 대략 12세기께 사암으로 완성된 유물로, 수백 년간 앙코르와트 사원을 지켜 온 국보급 문화재다. 2.5ｍ짜리 대형 석상의 머리가 순식간에 사라졌으니 현지 경찰에 비상이 걸린 건 당연할 터. 즉각 조사가 이뤄졌고 용의자가 붙잡혔는데 공교롭게도 신분이 한국인 대학생이었다. 현지 언론도 난리가 났다. 대부분 언론과 통신사들은 사건 다음날인 8월 13일 오전부터 이 학생 이름까지 실명으로 거론하며 이 사건을 주요 뉴스로 타전했고, 심지어 이웃나라인 태국과 베트남에도 사건이 전해진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이 대학생은 다행스럽게 훈방 조치로 풀려났다. 사원의 유적 일부가 통째 훼손된 사건은 초유의 일이라 경찰 역시 골머리를 앓았는데 공교롭게도 떨어져 나간 2.5ｍ짜리 석상의 머리가 모조품으로 밝혀지면서 경미한 사건으로 처리가 된 것이다. 만약 훼손된 석상의 머리가 진품이었다면 전 세계적인 망신이 될 법한 `어글리 코리안` 사건이 됐을 게 불 보듯 뻔하다.
연간 1000만명이 찾는 관광 부국 대한민국이지만 나라 밖으로 나가는 `관광 한국인`의 의식은 여전히 예전에 머물고 있는 게 관광 한국의 현실이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싱가포르는 요즘 `어글리 코리안` 탓에 관광 당국이 은밀한 조사까지 벌이고 있다. 호텔 투숙객에만 입장이 허용된 옥상 수영장을 한국인들이 돈을 받고 `수영권`을 팔면서 문제가 된 것이다. 미국령 괌의 한 해변가에는 공짜 방갈로가 새벽같이 줄을 서서 자리를 잡는 한국인 관광객 덕(?)에 유료로 바뀌기도 했다. 고성방가에, 노상흡연에, 우리나라를 찾는 `어글리 차이니스`만 욕할 게 아니다. 우리부터 돌아보자. 늘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