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괴산=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괴산 화양동계곡에 위치한 송시열 유적 앞으로 등산객이 지나치고 있다. 송시열 유적은 만동묘와 화양서원, 암서재, 읍궁암 등으로 구성된다. 사적 명에 인물의 이름이 들어가는 것은 많지 않다. cityboy@yna.co.kr
↑ (괴산=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괴산 송시열 유적은 속리산국립공원 구역 내에 위치한다. 만동묘로 들어서는 내삼문을 통해 산을 보면 울창한 나무가 보인다. cityboy@yna.co.kr
↑ (괴산=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괴산 송시열 유적에 위치한 화양서원 내부에는 송시열의 초상화와 제단이 있다. 화양서원은 흥선대원군에 의해 철폐된 뒤 근자에 재건됐다. cityboy@yna.co.kr
↑ (괴산=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괴산 화양동계곡이 내려다보이는 바위 위에 송시열이 머물렀던 목조가옥인 암서재가 있다. 송시열은 이곳에서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둔 채 학문을 연구했다고 한다. cityboy@yna.co.kr
↑ (괴산=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괴산 송시열 유적의 읍궁암 앞에는 똑같은 내용의 비석 네 개가 있다. 읍궁암은 송시열이 효종의 기일에 그를 그리워하며 통곡했다는 바위이다. cityboy@yna.co.kr
(괴산=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국보로 지정된 문화재 가운데 초상화는 많지 않다. 초상화 속 인물로는 고려시대의 문신인 이제현과 안향, 조선을 건국한 태조, 송시열, 자신을 그린 윤두서 등이 있다.
우암 송시열은 초상화에서 하얀 창의를 걸치고 검은 두건을 쓰고 있다. 우직함과 강단이 전해지는 인상이다.
우암은 조선 중기 이후의 정치와 사회를 이해할 때 핵심이 되는 사람이다. 그는 노론의 영수로서 존경을 받았지만, 반대 정파로부터는 증오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송시열의 삶은 극적이었다. 83세의 나이에 사약을 마시고 생을 마감한 사실만 봐도 그렇다. 그는 임진왜란을 겪어 전국이 피폐했던 1607년 외가인 충북 옥천에서 태어났다. 본거지는 지금의 대전인 충남 회덕이었다.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서 학문을 배운 우암은 27세가 되던 해에 생원시에서 장원급제했다. 능을 지키는 참봉직을 하사받지만, 곧 사직한다.
그리고 2년 뒤 훗날 효종이 되는 봉림대군의 사부로 임명된다. 병자호란이 일어나면서 사제 관계는 6개월 만에 끝난다. 그러나 이때의 인연은 송시열을 사대부의 거두로 올려놓는 계기가 된다.
전쟁에서 패망한 뒤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 갔던 효종은 아버지 인조의 뒤를 이어 즉위한 뒤 '북벌'을 주된 정책으로 내세웠다. 명을 멸망시킨 오랑캐의 나라 청을 공격해 대의를 되찾겠다는 심산이었다.
송시열은 비밀 상소인 '봉사'에 "정치를 바르게 닦아 오랑캐를 물리쳐야 한다"고 적어 효종의 북벌론을 지지했다.
하지만 북벌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간극은 매우 컸다. 효종은 현실화를 기대한 반면, 송시열은 이상으로만 여겼다. 실제로 송시열이 효종의 곁에서 북벌을 추진한 기간은 약 1년에 불과했다.
사실 송시열은 관직에 나간 적이 많지 않았다. 최고의 벼슬인 정승을 지낸 기간도 50일이 되지 않았다. 그는 대신 노론의 영수로서 배후에서 국가를 움직였다. 그리고 치열한 당쟁 속에서 항상 중심에 있었다.
◇ 시냇가 절벽 사이에 집을 짓다
우암은 유학자 가운데 주자를 가장 뛰어난 스승으로 생각했다. 효종이 "경은 말마다 옳은 이가 주자"라고 할 정도로 주자를 극진히 여겼다.
주자는 54세에 중국 푸젠성 골짜기에 정사(精舍)를 세우고 퇴거했다. 조선의 선비들은 주자가 살던 무이구곡(武夷九谷)을 은둔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여겼다.
송시열 또한 60세가 되던 해에 속세와 멀리하기 위해 화양동계곡으로 거처를 옮겼다. 화양동계곡의 또 다른 명칭인 화양구곡은 무이구곡에서 유래했다.
송시열 유적은 화양구곡의 금사담(金沙潭) 근처에 몰려 있다. 우암은 금사담 주변의 풍경을 선경이라고 칭했다.
물이 맑고 모래가 깨끗한 이곳에 송시열의 터전이었던 암서재(巖棲齋)와 화양서원(華陽書院), 만동묘(萬東廟)가 위치한다. 건물은 모두 근자에 복원됐지만, 역사가 오랜 문화재도 적지 않다.
화양서원과 만동묘는 속리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를 통과해 10분 남짓 걸으면 닿는다. 유적까지 이어지는 길은 나무가 우거져 아늑하고 평화롭다.
두 유적 가운데 더 높은 위상을 차지하는 것은 만동묘다. 입구에서 바라봤을 때 만동묘는 서원 너머 안쪽 높은 곳에 자리한다. 그래서 서원이 만동묘의 부속 시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만동묘는 송시열이 생전에 남긴 부탁으로 인해 만들어졌다. 그는 죽음을 앞두고 유배를 가는 길에 수제자인 수암 권상하에게 명나라 신종과 의종의 제사를 지낼 수 있는 사우(祠宇)를 세워 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신종은 임진왜란 때 군사를 파견했고, 의종은 명이 망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황제다. 송시열은 의(義)를 중시한 두 황제를 배향함으로써 중화를 계승하고자 했다. 그의 유지를 받들어 세워진 만동묘는 일제강점기에 허물어졌다가 최근에 재건됐다.
정문에 해당되는 양추문(陽秋門)을 지나면 내삼문 사이의 넓은 공간에 계단이 설치돼 있다. 계단은 5개, 3개, 5개, 3개, 5개, 9개씩 층을 이룬다. 5는 오방(五方), 3은 천지인(天地人)을 상징하며 9는 가장 큰 수를 의미한다고 한다. 계단을 딛고 내삼문에 이르면 푸른 숲을 배경으로 조성된 사당과 서원을 굽어볼 수 있다.
화양서원은 송시열을 기리는 전국 23개 서원 가운데 한 곳이었다. 숙종이 편액을 써서 내릴 만큼 명성이 자자했다.
하지만 흥선대원군이 서원 철폐령을 내렸을 때 철거됐다. 당시 화양서원은 노론의 본산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만동묘지기가 임금보다 높다는 이야기가 나돌 만큼 횡포를 부렸다. 지금의 서원은 만동묘처럼 현대에 복원된 것이다.
만동묘와 화양서원에서 상류 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계곡 건너편에 정자 같은 목조가옥이 보인다. 송시열이 안빈낙도를 추구했다는 암서재다.
송시열은 60세 때 화양동계곡으로 내려온 뒤 청천에서 거주하다 암서재를 지어 더 깊숙한 장소로 이주했다. 그는 권상하에게 "이곳은 아주 깨끗한 곳이라고 이를 만하니, 어찌 무릉도원의 길을 다시 찾을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현재의 암서재는 기와집이지만 본래는 초가였다. 검소한 삶을 강조했던 우암은 암서재에서 단사표음하며 현실 정치와는 거리를 둔 채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암서재로 이동할 때는 작은 배로 계곡을 건넜다고 하는데, 지금은 약 200m 떨어진 다리를 건너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인지 길에 잡풀이 무성하다.
암서재로 오르는 계단 옆에는 '충효절의'(忠孝節義)라는 글자가 음각된 바위가 있는데, 이 글씨는 명나라 태조 주원장의 어필이라고 전한다.
송시열 유적에서 눈여겨봐야 할 마지막 문화유산은 읍궁암(泣弓巖)이다. 화양서원에서 계곡 쪽으로 가면 비석 네 개가 서 있고, 그 아래에 구멍이 팬 거대한 암반이 있다. 우암이 효종의 기일이 되면 찾아와 서쪽을 바라보고 통곡했다는 곳이다.
비석에는 읍궁암에 얽힌 사연이 기록돼 있는데, 네 개 모두 내용이 같다. 똑같은 비석이 여러 개 존재하는 이유는 물에 떠내려갈 때마다 새로운 비석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중 비석 하나가 유난히 흰데, 제작 시기는 가장 이른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비석의 보존 상태가 좋은 까닭은 모래 속에 파묻혀 있던 것을 2010년 발견해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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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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