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서 고려시대 문관 장충의(張忠義·1109~1180년) 석관(石棺) 전시회가 열렸다. 박물관 학예관은 관람객들에게 "백호(白虎), 현무(玄武) 등이 새겨져 있는 석관으로 한국에서도 보기 드문 귀중한 문화재"라고 자랑했다.

일제강점기에 묘지를 파헤쳐 훔친 유물임이 틀림없지만, 일본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국립박물관에 버젓이 전시했다. 그러나 한국은 반환 요구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 박물관이 "우리는 어떤 경로로 일본에 반입됐는지 알 수 없다"고 발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거짓임이 일본 정부의 실토로 드러났다. 문화재 관련 문서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에서 일본 정부가 도쿄 고등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협정 체결 과정에서 박물관과 대학은 물론 동양문고 등 민간 소유의 한반도 유래 유물의 현황과 반입 경로까지 조사해 문서로 작성했다. 한국의 반환 요구를 우려해 관련 문서를 숨기고 있다는 사실이 일본 정부의 진술서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한국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일본에서 공개된 유물을 중심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 문화재는 모두 6만6824점이다. 하지만 개인이 보관하는 문화재까지 포함하면 30만점이 넘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석관처럼 누가 봐도 명백한 약탈 문화재도 수없이 많다. 일본은 1920년 조선총독부가 경남 양산 부부총을 발굴해 수습한 489점의 유물을 1938년 도쿄국립박물관으로 이관해 소장 중이다. 금동관을 비롯해 은제 허리띠, 금동신발, 장신구와 토기 등은 양산 지역의 삼국시대 역사와 문화는 물론 5~6세기 신라 고분문화의 특징을 규명하는 데 매우 중요한 유물이다.

일제강점기에 대구에서 전기회사를 경영한 오구라 다케노스케(小倉武之助)가 사후 도쿄국립박물관에 기증한 1000여점의 한국 유물에는 현재 한반도에도 없는 귀중한 문화재가 다수 포함돼 있다. 충남 공주의 한 절 석탑 안에서 발견됐다고 전해지는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은 백제 7세기의 국보급 불상이다. 신라와 가야시대의 다양한 금제·금동관도 포함돼 있다. 고종이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투구와 갑옷도 있는데, 도쿄박물관은 얼마 전 특별전시회까지 개최했다.

일제강점기뿐만 아니라 고려말 왜구(倭寇) 침입과 임진왜란 당시에 약탈당한 유물들도 일본에 상당수 존재한다. 이 때문에 한국 문화재 연구를 위해 오히려 일본을 찾아야 할 정도이다. 고려불화는 160여점이 확인됐는데, 이 중 일본에 있는 불화가 120점이나 된다. 미국(16점)과 한국(12점)에 있는 불화도 대부분 일본에서 유출됐다.

일본에서는 50여점의 한국 범종을 보관하고 있는데 이 중 20여점이 일본의 국가 중요문화재이다. 통일신라시대 범종은 한국에 3점만 있지만, 일본은 4점이나 있다. 고려불상도 국내외에 100여점이 있는데 절반이 일본에 있다.

안휘준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은 "일본에 있는 한국 문화재의 상당 부분이 일제강점기를 비롯해 일본이 한국을 침략하던 시기에 불법적 방법에 의해 수집·반출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유출 경위를 파악할 수 없어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추가로 한국에서 불법 반출된 정황이 입증되면 우리 정부가 요구해 돌려받아야 한다"고 했다.

문화재 관련 문서의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을 주도한 '일한회담 문서 전면공개를 요구하는 모임'의 이양수 사무국장은 "약탈 문화재임을 입증하는 자료가 공개되는 것이 두려워 일본 정부가 관련 문서 공개를 한사코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7/30/2014073000229.html?news_Head1_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