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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악종택 사랑채 가학루

예천 용문면에는 마을 앞 개천이 아홉 여울로 돼 있다 하여 구계(구렐)라 하는 마을이 있다.

이 마을 집들은 모두 반듯해 옛날부터 '구렐가서 집 자랑하지 말고 금당실 가서 옷 자랑 하지마라'는 속담이 서려있다고 한다.

이 곳에는 조선 중기 문신이자, 퇴계 이황의 문인인 남악(南嶽) 김복일(金復一:1541~1591)의 종택이 있다.

예천군청 이재완 학예연구사와 예천 용문면에 자리잡고 있는 남악종택(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 제248호)에 대해 알아본다.

이재완 학예연구사 남악종택을 설명하고 있다.

남악 김복일은 안동시 임하면 천전리에서 태어나 예천 용문면 죽림의 예천권씨의 사위가 되어 이곳에 자리잡았다.

조선 태조가 도읍지로 정하려 했던 곳 중의 하나로 정감록에는 "예천 용문은 우리나라 십승지지(十勝之地)의 하나로 병화(兵火)가 들지 못한다"고 해 임진왜란 때 온전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이처럼 용문면은 조선시대 사람이 살기 좋은 복된 땅으로 인식되어 왔던 곳으로 당시 의성 김씨들이 구계리에 정착하면서 그들이 일구었던 땅을 이르러 '남밭골'이라 지칭하고 있다.

이곳에 정착한 남악선생은 의성 김씨의 오룡(五龍)이라 일컫어지는 인물로, 그의 형제들이 나란히 대과와 소과에 급제하여 당대에 크게 이름을 떨쳤다.

오룡이란 청계(淸溪) 김진(金璡:1500~1580)의 아들 약봉(藥峯) 김극일(金克一:1522~1585), 구봉(龜峯) 김수일(金守一:1528~1583), 운암(雲巖) 김명일( 金明一:1534~1569), 학봉(鶴峯) 김성일(金誠一:1538~1593)과 남악 김복일을 일컫는다.

극일, 성일, 복일 형제는 대과에 급제했으며 수일, 명일 형제는 소과에 합격해 붙여진 이름이다.

여기에 막내 남악선생은 처가인 금당실에 살았으며 1570년(선조 3) 식년문과에 병과로 급제해 전라도어사로 나가 탐학한 관리들을 숙청하는 일로 이름을 떨쳤다. 이후 그는 경주교수(慶州敎授)가 돼 학생들을 경학으로 인도하여 도의를 크게 일으켰으며 풍기군수 등을 지내는 등 안동의 사빈서원과 의성 봉산서원에 제향돼 있다.

한편, 남악종택은 김복일의 종질이자 병자호란 때 척화신으로 이름난 불구당(不求堂) 김주(1606~1681)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그는 병자호란 때 홀로 척화소(斥和疏)를 올렸고, 이후 청음(淸陰) 김상헌(金尙憲)과 함께 최후까지 싸울 것을 주장했다. 이 일로 인해 청음 김상헌과 함께 행장을 차려 두고 청나라로 끌려 갈 왕명을 기다리다 조정공론으로 풀려났다.

이후에도 그는 스스로 오랑캐를 평정하는 글을 짓고는 벼슬에서 물러났다. 유림에서는 그의 절의와 기개를 청음과 같다하여 숭정처사(崇楨處士)라 호칭하며 존경했다.

1648년(인조 26) 무장(茂長:전북 고창) 현감이 되어 임진란에 허물어진 현청을 녹봉으로 고쳐 지었다.

이러한 공으로 1650(효종 1) 왕은 불구당에게 표리일습(表裏一襲:옷이 겉감과 안감 1벌)을 하사했고, 특히 '부임한 2년만에 가장 잘 다스리는 고을이 되었다'고 칭찬했다.

이후 연안 현감, 양산군수, 함평군수, 양산군수, 첨지중추부사가 되었고 1673년(현종 14) 치사하여 고향인 예천으로 돌아왔다.

그는 70세의 늙은 몸으로도 학문에 침잠하고 후진을 양성함에 온 정성을 다했다고 한다.

고졸한 멋 풍기는 가옥…민속적 가치 커

이재완 예천군청 학예연구사

현재 이들과 연관된 남악종택이 문화재(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 제248호)로 용문면 구계리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남악종택은 국사봉의 지맥이 뻗어 내린 나지막한 야산을 배경으로 동남향하여 자리를 잡았으며 정면 9칸 측면 7칸의 ㅁ자형으로 안채와 사랑채가 구성되고, 그 앞으로 ㄱ자로 된 초가 문간채가 배치돼 있다. 안채의 상부 구조는 오량가로 돼 있습니다.

대청 왼쪽에 온돌방을 1칸 꾸미면서 골방과 벽을 터서 안방으로 사용했고 골방 앞쪽 안방 자리의 일부를 부엌으로 개조한 것이 특징입니다.

사랑채인 가학루(駕鶴樓)는 정면 3칸 측면 3칸에 팔작기와를 얹은 오량가이며 앞면의 경사지에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계자(鷄子) 난간을 두어 누각형식의 품격 높은 외형을 지니고 있습니다.

누하주는 휘어진 곡재를 그대로 사용했고 사랑방의 반자는 우물반자로 꾸몄으며 처마 곡선을 우아하게 처리해 나란히 서 있는 문간채의 초가와 더불어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답니다.

영남 북부지방 민가의 기본적인 평면을 가진 주택으로 지형의 고저차를 적절하게 이용했으며 각 공간마다 통풍과 채광이 원활한 쾌적한 평면구성도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대부 양반가옥의 주택 구성과 건축적 특성을 잘 갖추고 있어 고졸한 멋을 풍기는 가옥으로 민속적 가치가 크다고 볼 수 있죠.

1981년 지붕을 고칠 때 '인조 12년(1634)에 용문사의 승(僧) 운보(雲補)가 조성했다'는 내용의 명문(銘文) 기와가 발견돼 이 가옥이 세워진 연대가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건축연대는 조선 중기로 구전되고 있으나 연산군 때에 무오사화에 연루되어 낙향한 진주인 유용(1420~1486)이 세웠다고 전하며 이 집은 초건 후 누대에 걸쳐 세거해 오다가 전주 이씨에게 전매되었다 현 소유주인 김용규의 증조부가 다시 사들여 종택으로 삼아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끝으로 한마디 더 붙인다면 숭정처사(崇楨處士)의 집안 내력은 독립운동에서도 살펴볼 수 있답니다.

의성김씨는 독립운동 유공자를 85명을 배출한 독립운동가 집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예천 출신으로 독립운동을 한 김병동(金秉東:1858~1928), 김현동(金賢東:1876~1927) 등의 투사가 있습니다. 이처럼 숭정처사 불구당선생의 기개와 충의는 후세에 전해져 예천지방의 독립운동을 이끌어내는 데에도 영향을 끼쳤음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