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적 의미로 고수란 북이나 장구를 치는 사람을 뜻한다. 일상적으로 우리는 한 분야에서 기량이 아주 뛰어난 사람을 고수라 부른다.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일 만 시간의 노력과 고통을 감수해야한다는 통계가 있다. 피를 토하는 노력으로 북채를 잡은 고수가 있다. 조경곤씨는 판소리고수(鼓手)다. 그가 고수 중 고수로 손꼽히는 이유는 비단 그가 시각장애인이라서만은 아니다.

눈물과 피땀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별을 따다
그의 꿈은 소리꾼이었다. 아버지는 한량으로 판소리에 능한 비가비였고 큰아버지는 북연주자였다. 가족의 피를 이어받아 그는 소리꾼이 되고 싶었지만 돈벌이와 거리가 먼 소리꾼을 집에서는 반대를 했다.
20대 젊은 나이에 그는 두 눈을 실명했다. 합기도를 하다가 다친 시력은 9번의 수술로도 돌아오지 못했다. 청천벽력이었다. 모태시각장애인보다 중도장애인은 사회적응에 더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조경곤씨도 마찬가지였다.
“터널 속에 갇혀도 바늘구멍 한 개 정도의 빛만 있음 입구를 찾을 수 있지 않습니까? 그 한 줄기 빛이 없어 터널 속에서 빠져 나갈 수 없는 답답함이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하루아침에 시력을 잃은 그는 밝은 빛을 찾아 터널을 빠져나오는 꿈을 수없이 꾸었다. 꿈에서 깨면 현실은 참담했다. 답답하고 우울감이 밀려왔다. 그런 무기력한 그를 깨운 것이 바로 소리였다.

제자무대를 지켜보는 조경곤 씨

문화재로 지정되면 1년에 1회 전승기념연주회를 열어야 한다. 그에게서 배우고 있는 5명의 전수자와의 첫무대가 지난 17일 인천시 장애인복지관에서 열렸다. 정식무대로는 처음이었다. 문하생의 무대를 지켜보는 스승 조경곤씨의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혹여 제자가 실수라도 하지 않을까 가슴을 졸인다.
제자의 멋진 무대가 끝난 후 스승의 무대가 이어진다. 도우미의 도움으로 무대에 오른 그가 도포자락을 펼친다. 명창의 노래자락에 그의 북소리가 박자를 맞추자 명창의 소리가 더욱 빛을 발한다. 그의 북채가 북위에서 춤을 춘다. 망막을 잃고 힘들었을 그의 삶의 무게만큼 북이 운다. 그의 신명나는 추임새엔 무게가 실린다.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 관객이 대부분이지만 숨죽이며 보다 그의 여흥구에 몸을 들썩인다. 그는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들에게 그렇게 희망의 꽃으로 피고 있었다.

이현주 객원기자 o700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