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정신으로 천연기념물을 보호하다

강정훈 연구사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곳은 대전에 위치한 천연기념물센터다. 우리나라의 다양한 자연유산을 연구하고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리고자 설립된 이곳은 천연기념물을 주제로 한 전시관으로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 이는 우리나라 천연기념물의 우수성과 더불어 이를 지키고 보존하기 위한 활동이 활발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천연기념물 중에서도 강정훈 연구사는 동물분야 연구를 담당하는데, 조류·포유류·파충류·어류·곤충·해양동물은 물론 서식지와 도래지, 번식지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천연기념물로서의 가치는 단연 ‘문화성’에 있다고 그는 말한다.

“일례로 학(鶴)으로 불리는 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2호)의 경우 선비의 고고함을 표상하는 새로 우리 조상들이 사랑하던 새입니다. 학의 모습을 본 딴 학춤은 우리 고유의 전통 춤이기도 하고요. 천연기념물로서의 가치는 이러한 전통생활이나 문화를 계승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물분야는 총 80건(2013년 12월 말 기준). 동물 자체에 대한 보존과 보호뿐만이 아니라 서식지와 번식지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정책방향도 점차 종(種) 단위에서 면(面) 단위로 바뀌어가고 있는 추세다.

“저어새(천연기념물 제205호)의 경우 전 세계 2,693마리밖에 남지 않은 매우 희귀한 종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인천갯벌에 집단 번식하고 있는데, 개체 수가 늘어나면서 공간이 협소해졌죠. 그래서 영광 칠산도에 서식지 여건을 개선해서 안정적인 번식을 위한 조건을 만들어가고 있고, 번식한 저어새에 첨단통신기술을 이용한 위치추적장치(GCT)를 부착해 이동경로나 위치정보 등도 수집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곳은 번식지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천연기념물 제389호로 지정·보호하고 있습니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자연유산을 지키고 보존하기 위한 일이다보니 대부분의 일은 현장에서 이루어진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장소는 물론이요, 자연의 시간에 맞춰 생활하다보니 위험한 순간들도 많다고.

“일명 ‘황금박쥐’로 알려진 붉은박쥐(천연기념물 제452호)의 연구는 주로 폐광에서 이뤄지는데, 박쥐 연구가 힘든 것은 이러한 폐광들이 길게는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곳이어서 붕괴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조사를 위해서는 목숨을 걸고 하는 경우가 많고 매우 조심해야 합니다.”

통영 홍도 괭이갈매기 번식지(천연기념물 제335호)에서는 알을 관찰하기 위해 무작정 좁은 절벽을 따라 걷다 되돌아올 수 없어 식은땀을 흘린 적도 있다고 강정훈 연구사는 말한다.

천연기념물, 미래 후손들에게 계승해야할 유산

그저 새가 좋아 조류생태학을 전공했고, 하천개발로 인해 사라져가는 수달이 안타까워 포유류까지 전공하게 된 강정훈 연구사는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남다르다. 눈빛만 봐도, 소리만 들어도 동물들의 상태가 어떤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다는 그는 그러한 애정을 바탕으로 다양한 연구활동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에는 수달과 노랑부리백로를 주제로 한 3편의 논문이 SCI(Science Citation Index)에 등재돼 연구소 내에서 ‘우수논문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현재 천연기념물 중 축양동물(진도개, 제주마, 삽살개 등)의 유전자 연구와 더불어 붉은박쥐의 질병연구를 수행 중인 강정훈 연구사는 앞으로도 천연기념물의 가치를 발견하고 알리는 일을 이어갈 계획이다.

“천연기념물은 살아있는 우리 조상과도 같습니다. 지금 보존하지 않으면 영영 소멸돼 버리죠. 때문에 이를 잘 보호하고, 미래 후손들에게 계승하는 일에 연구사로서 역할을 다하고 싶습니다.”

글 정연희 사진 이서연, 문화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