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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문화재' 지정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잡음이 나는 이유는 적은 인원이 비공개로 심사하다 보니, 공정성을 의심받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인간문화재 지정 때 '나는 가수다' 같은 공개 경쟁 방식을 도입하겠다."

나선화(65) 문화재청장은 최근 인간문화재 지정을 둘러싸고 논란을 빚은 데 대해, "심사위원의 수를 늘리고, 폭을 넓혀 다양한 심사위원 풀을 구성하겠다"고 27일 밝혔다. 나 청장은 "'나가수' 방식의 투명한 공개 경쟁을 도입하겠다. 판소리를 예로 들면, 전공자와 연구자 그룹이 심사를 진행하면서 일반 청중 앞에서 노래를 부르게 하고, '나가수'처럼 방청석에서도 평점을 매겨 10% 정도 심사 결과에 반영하면, 대중의 호응도 이끌어낼 수 있다"고 했다.

작년 12월 27일 숭례문 복원 부실 파문과 함께 취임한 나선화 청장은 "문화재청이 119구조본부 같다"고 했다. "불났다 하면 뛰어가고, 사고를 막기도 급급해요. 문화재위원을 오래 해서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들어와 보니 다르네요."

―반구대 암각화 물막이 댐이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두 차례 '보류'됐다.

"문화재위원회 건축분과 1차 심의에서 물막이의 한시성, 안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세부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고 울산시가 자료를 보완 제출했다. 지난 20일 열린 2차 심의에서는 안전이나 기술이 그리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다. 3월 중순 열릴 합동분과 회의에서 큰 문제가 없으면 통과되리라 본다."

―숭례문 복원은 문화재청이 '전통 기법으로 복원하겠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문제가 커졌다.

"맞다. 문화재청이 복원의 방향과 철학을 잘못 세웠다. 복원은 당시 시대정신을 계승하는 것이지 옛날 기술 그대로는 절대 못하는 거다. 그런데 '전통 기법'에 집착한 나머지 늪에 빠졌다. 숭례문이 500년 됐다면, 우리는 앞으로 1000년 더 갈 수 있도록 최고의 첨단 기술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닌가. 현대 기술로 좀 더 효율적으로 복원할 수 있다면 그걸 활용하는 게 합리적이다."

―문화재 복원에 외국산 나무를 쓰면 부실 논란이 일어난다.

"국내 산림자원이 빈약해서 복원에 쓸 굵은 기둥은 국산이 없다. 북미산 더글러스 퍼처럼 질 좋은 수입 송을 쓸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는 산림청과 협약을 맺어 체계적으로 소나무를 육성해야 한다."

―일본의 쓰시마 관음사에서 훔쳐온 고려불상은 어떻게 해야 하나.

"법원 결정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달렸지만, 개인적 견해로는 훔쳐온 불상은 일단 돌려줘야 한다고 본다. 그다음에 정확한 증거자료를 내밀어서 공식적으로 반환을 받아야지, 강탈이라는 확증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 것이라 우기면 국제사회의 품격 있는 일원이 되기 어렵다."

―경찰 조사에서 일부 문화재청 직원이 건설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발언이 나왔다.

"수사 결과 문화재청 직원이 연루됐다는 게 밝혀지면 단호하게 책임을 물을 거다. 그동안 문화재를 다룬다는 특수성 때문에 누구도 감독을 제대로 안 해서 업계의 도덕적 해이가 있었다. 우리가 좀 더 현명하고 명확한 기준으로 운영하지 않았던 잘못을 인정하고, 개선할 건 개선해야 한다."

나선화 청장은 "숭례문 부실 복원 논란이 문화재청의 바른 운영 방향을 만들어주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나는 관료 조직이나 인간문화재 등 어디와도 걸리는 데가 없으니, 그 수습 역할을 맡긴 것 같다. 잘못된 관행은 하나하나 다시 따져보고, 합리적 방법으로 고쳐가겠다."

조선일보 | 허윤희 기자 |

인간문화재, '나가수'처럼 공개 심사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