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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마작역사의 마침표

마지막 마작가게 ‘천일사’

구한말, 상류 사회에선 마작이 성행했다. 현대 사회엔 골프, 당시엔 마작이었다. 마작 테이블 위로 참새소리(패가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경제, 사회 등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가 오갔다. 인천에도 마작소리가 들려왔다. 한국전쟁 당시 문을 연 ‘천일문방구점’은 인천에서 처음으로 마작을 판매한 곳이다.

배다리 헌책방골목에 자리잡은 ‘천일사’는 인천의 하나 남은 마작바둑전문점이다. 지난 25일, 천일사의 셔터가 영원히 내려졌다. 인천 마작역사에 마침표가 찍힌 것이다.
63년 전 창영파출소 옆자리에 ‘천일문방구점’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이곳은, 10여년 전 복선전철이 생기면서 지금의 자리로 옮겨왔다. 4살이던 강원신(67)씨는 부모님의 가게를 이어받아 25년 째 천일사를 운영하고 있다.

“부모님이 문방구를 할 때 바둑도 같이 팔았는데, 바둑을 파는 공장에서 마작도 같이 취급했어요. 당시에 마작을 찾는 사람들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마작을 판매하게 된 거죠.”
마작은 상아나 뼈에 대쪽을 붙여 만든 패를 가지고 하는 보드게임이다. 고급재료로 만들기 때문에 단가가 비싸고, 게임 방법도 어려워 쉽게 접할 수 있는 놀이는 아니다. 게임 용어도 모두 중국어로 불려서 웬만큼 공부를 하지 않으면 즐기기가 어렵다. 영화 속에서도 댄디보이나 신여성, 상류층 사람들만의 전유물처럼 만나볼 수 있다. 당시 천일문방구점에서 마작을 찾은 사람들도 꽤나 부유한 집안의 자제들이었다.

영화 색,계 中

“그때는 배다리는 최고 동네였지. 배다리 산다고 하면 다들 부잔줄 알았어요. 그래도 마작이라는게 담배나 볼펜처럼 자주 팔리는 게 아니잖아요. 내가 운영하면서 지금까지 제일 많이 팔았던 게 한 달에 5개였어요. 한 달에 한, 두개 파는 것도 굉장히 힘든 일이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작을 들여놓는 다해도 파는 것이 쉽지 않았을 터. 인근 가게에서는 마작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천일사’에서 사다 팔았다. 이곳이 배다리에서 마작 총판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마작을 하는 사람도, 판매하는 곳도 많지 않았어요. 그러니 여기서 다 가져갔죠. 총판 아닌 총판이 된거지. 그때 배다리에 마작파는 곳은 이곳(천일사)이라고 소문이 났을 때라서 다들 이쪽으로 몰릴 수 밖에 없었어요.”

마작이 성행하던 5, 60년대가 지나고, 점차 마작을 찾는 이가 줄었다. 그나마 인천에 있던 마작가게도 문을 닫았다. 인터넷 상거래가 발달하면서 오프라인 매장까지 물건을 사러 올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가장 처음 마작을 판매한 ‘천일사’는 가장 마지막까지 마작을 판매하는 곳이 되었다.
“이왕 하던거 현상유지만 할 수 있으면 계속하려고 했는데 안돼니까... 그만두게 된거죠. 그동안은 심심풀이 겸, 놀이터 겸 나와서 개인 사무실처럼 썻어요. 전화오면 팔고, 아니면 놀러 다니면서 지냈는데, 이젠 그마저도 힘들어졌어요.”
천일사가 문을 닫는 이유다. 여느 가게와 마찬가지로 찾는 이도 없고, 유지조차 힘들어졌다. 강씨는 등산을 좋아하니 산을 다녀야겠다고 말한다.

“나는 마작 할 줄은 몰라, 팔 줄만 알지. 앉아서 하는 게임은 재미가 없더라고요. 내가 여기서 마작 판이라도 벌렸으면 장사가 더 잘 됐으려나? 모르지 뭐. 이제 등산이나 다니려고 해요. 청량산, 문학산…….”

마작과 바둑으로 가득하던 천일사는 털이 빠진 머리마냥 허전하다. 장기 판 하나, 아무렇게나 섞여진 바둑돌 한 통만이 그 흔적을 보여줄 뿐이다. 천일사의 달력은 2014년 2월에 멈췄다.

차지은 청년기자 minsabl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