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울뉴스통신 오충만 기자]

“용어에 문제가 있다면 그런 부분은 검증위원회와 심사단이 하고 있다. 거기에 맡겨달라.”
“역사의 진실에 반하는 부분이 있으면 교육부에서 시정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다.”

지난 11월 정홍원 국무총리가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도종환 의원의 질문에 여러 차례 즉답을 피하며 한 대답이다. 정 총리의 답변에 “대한민국 총리가 아니다”라는 고성과 함께 일부 의원들은 집단 퇴장했다. 이는 정 총리가 분명히 대답해야 했을 내용을 피했기 때문이다. 도 의원은 정 총리에게 일제가 우리나라에 ‘진출’한 건지 ‘침략’한 건지 물었다. 또, ‘일본이 우리 의병을 토벌·소탕했다‘는 표현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대한민국 총리가 아니다”라는 고성은 국회 안에서만 울린 것이 아니었다. 정부가 국민에 큰 배신감을 안긴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로부터 2주 후 한 대학생이 붙인 대자보 “안녕들 하십니까”는 전국 각계각층에 뜨거운 지지를 탔다. 최근에는 그에 화답하며 같은 고민을 하는 대자보 내용을 묶어 책으로 나올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최초의 “안녕들 하십니까”는 현 경제상황과 여러 가지 정부의 결정들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국민들이 스스로 관심을 두자는 지극히 당연한 말을 했다.

한편, 최근 KT가 내놓은 광대역 LTE 광고 중 밀양아리랑을 개사•편곡한 방송광고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에 권고조치를 받았다. 이유는 방송광고심의에 관한 규정 제22조 2항에서 방송광고는 동요 또는 민요(국내에 널리 알려져 있는 외국 민요를 포함한다)를 개사하거나 편곡하여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있기 때문이다.

권고조치 이틀 후인 15일, 올해 취임한 김해숙(60) 국립국악원장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아리랑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뒤 전국 각지에서 맥락 없이 울렸던 아리랑에 대해 "전통음악에는 민족의 정체성과 관련되는 부분들이 많다“ 면서 가볍게 여겨지는 전통음악에 대해 ”진정 전통음악을 위하는 길인가“ 라는 물음을 던졌다.

하지만, 새로 취임한 김 원장의 뜻과는 다르게 국립국악원 측은 방통심의위가 KT 광대역 LTE 광고를 밀양아리랑 개사•편곡광고로 판단한 것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앞으로 전통 민요를 개사•편곡해 상업광고에 이용하지 못하게 된 경사에 국립국악원은 아무 생각이 없었을까. 국립국악원 측은 취재 후 하루가 지나서야“방송광고심의에 대한 내용은 국립국악원과 관련된 내용이 아님”이라고 다시 밝혔다.

밀양아리랑이 KT 방송광고로 사용된 음악이기 전에 우리 전통음악이라는 사실을 잊었는지 말을 아끼기 급급했다. 정부 산하 기관 중 하나인 국립국악원으로서 할 수 있는 당연한 말 한마디를 하지 못하는 그 근원적인 두려움은 무엇이었을까.

어느덧 대한민국은 당연한 말이 전국적인 열풍을 타고 뜨거운 관심을 갖는 사회가 돼버렸다. 정홍원 총리가 당연한 말을 못 한 근원적인 두려움. 당연한 말밖에 없었던 “안녕들 하십니까”가 열풍으로 번진 이유. 이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야할 때이다. 정부의 수 많은 산하 기관 중 하나에 불과한 조직 조차 말 한마디 못해서 “우리와 관련 없는 사안이므로 답변할 내용이 없다”는 자세를 취할 이유와 무관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