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재 복원 홍보만 요란
숭례문 복구 설명회에선 쓰지도 않을 거중기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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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월 10일, 숭례문 공사 현장에 만든 대장간에서 인부들이 전통 철물 제작 과정을 재현하고 있다. /이명원 기자
2009년 1월 강원도 삼척 준경묘(태조 이성계의 5대조 묘) 일대. 초대형 헬기가 굉음을 내며 운반용 쇠줄에 연결된 소나무를 들어 올렸다. 길이 20m, 무게 6t의 거대한 나무가 서서히 하늘로 날아올랐다. 숭례문 복구 공사에 쓸 소나무를 옮기는 '헬기 수송 작전'. 문화재청은 이 소나무를 헬기로 들어 올리는 과정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그러나 바로 이 나무를 1~2년 건조해 씀으로써 숭례문 기둥은 예상보다 너무 빨리 균열이 생겼다. 잘 말린 나무를 쓴다는 생각이 있었다면 가능하지 않은 이벤트였다.
일본이 복원 과정을 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만큼 '날것의 정보'를 제공하는 데 반해, 우리 문화재 복구 현장은 '무늬만 공개'였다.
지난 5월 복구 준공식을 가진 숭례문에는 어떤 재료를 써서, 어떤 방식으로 복구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전시관이 없다. 별도 전시관은커녕 '이런 과정으로 복구했다'는 간단한 설명판조차 찾아볼 수 없다. 숭례문 완공 뒤 매주 토·일요일에 하루 세 차례씩 특별 관람이 이뤄졌지만, 자원봉사자의 해설을 들으며 문루 1층을 돌아보는 것이 전부였다. 그나마 지금은 '특별 관람'도 끊겼다. 숭례문이 완공 몇 달 만에 부실 복구 논란을 빚자 문화재청은 "동절기 안전사고 예방 차원"이라며 내년 2월까지 특별 관람을 중지했다.
애초 문화재청이 마련한 복구 계획에는 현장 주변에 전시관을 만들어 복원 과정을 공개한다는 안이 포함됐다. 하지만 서울시가 '한양 도성'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만들겠다며 '한양 도성 박물관'(가칭) 건립 계획안에 숭례문을 포함하기로 하면서 전시관 건립은 없던 일이 됐다.
숭례문 복구과정의 이벤트성 '대(對)국민 쇼'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2011년 2월 본격적으로 시작된 복구공사와 2012년 3월 상량식 때는 전통 방식대로 작업하는 걸 보여준다며, 인부들이 거중기로 석재를 들어 올리고 목수들이 끌로 나무를 다듬었다. 모두 개량 한복을 입었다. "저걸 입고 어떻게 일을 하나" 싶었다는 게 당시 관계자들의 얘기다. 물론 현장 공개 때 며칠 입은 게 전부였다.
본지 취재팀이 입수한 숭례문 복구 자문단 기술 분과 6차 회의록(2010년 3월 11일)에는 "국보 1호라는 의미에서 이벤트 추진이 필요하다"는 대목이 나온다. 당시 이 회의에선 "거중기는 수원 화성 공사(18세기) 때도 실험적으로 1대만 만들어 실제 사용하지 않았다"는 발언도 나왔으나, 문화재청은 1년 뒤 복구 설명회에서 '거중기 쇼'를 벌였다. 실제 숭례문 공사에서 거중기는 한 번도 쓰이지 않았고, 크레인이 동원됐다.
숭례문뿐이 아니다. 2010년 복원한 광화문은 관광객이 연 400만명 이상 드나들지만 안내판도 하나 없다. 광화문의 기둥, 보 등에 쓰인 나무 열 토막 중 한둘은 물 건너온 외국산(産)이지만, 이 사실을 아는 국민은 거의 없다. 앞서 경복궁 복원 과정에서 외국산 나무를 쓴 사실이 알려지면서 '엉터리 복원'이라는 비판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정보는 없고, 이벤트성 쇼만 판치는 문화재 복원이다.
출처: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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