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수증 발급 때 규정 어겨 私문서 위조 혐의 有罪 판결… '남사당 전승자' 이젠 1명만 남아 남사당보존회 "현실 무시한 처사… 기계적으로 법 적용 억울하다"
2009년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남사당놀이 6마당 중‘덧뵈기(탈놀이)’모습. /문화재청 제공
유네스코 지정 인류 무형문화유산인 '남사당놀이'가 자칫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였다. 남사당놀이 전승자 4명 중 유일한 인간문화재를 비롯한 전승자 3명이 비위로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최근 전승자 지정이 해제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남사당놀이의 특성을 무시한 채 규정을 기계적으로 적용해 중요 문화유산을 위기에 처하도록 한 과도한 조치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작년 8월 문화재청은 감사원으로부터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3호 '남사당놀이'의 예능보유자인 박모(69)씨와 전수조교 남모(55)·지모(66)씨의 비위 혐의를 전달받고,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박씨는 남사당놀이 교육생 7명의 전수교육 이수증을 발급하면서 전문가 3명 이상이 심사에 참가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기고 단독으로 평가한 후, 심사에 참가하지 않은 남씨와 지씨의 이름을 적어넣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수조교 남씨와 지씨는 2010년 중국 하얼빈 공연을 위해 문화재청에서 받은 보조금 1000만원을 유용한 정황도 드러났다.
문화재청은 이들을 작년 10월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 6월 사문서위조 및 행사와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박씨를, 횡령·보조금 관리법 위반 혐의로 남씨와 지씨를 각각 기소해 지난 9월 1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남씨 2000만원, 박씨·지씨 각 1000만원의 벌금형 판결을 받아냈다. 3명 모두 항소를 포기해 유죄가 확정되자 문화재위원회 무형문화재분과위원회(위원장 임돈희)는 지난달 8일 이들에 대한 예능보유자 및 전수조교 지정을 해제하기로 의결했다. 문화재위원들은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가 전통문화의 공연·전시·심사 등과 관련해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았으므로 법에 따라 보유자 인정을 해제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남사당놀이보존회의 한 간부는 "전수교육 이수 평가에 인간문화재와 조교가 함께 들어가는 것 자체가 금기이고, 외부 전문가를 심사위원으로 부르기엔 예산이 부족했다는 점을 무시한 처사"라고 말했다. 남씨는 본지 통화에서 "부모님과 형, 외삼촌(박씨) 모두가 인간문화재인 남사당 집안에서 태어나 평생을 투신했는데 돈 몇푼에 명예를 더럽혔겠느냐"며 "문화재청에 제출한 계획서대로 돈을 쓰지 않았을 뿐 외국에 우리 전통문화를 알리는 데 돈을 썼다"고 주장했다. 해외 체류 중인 지씨 대신 전화를 받은 아들은 "아버지는 공연에 대한 정당한 보수를 받았을 뿐, 실제 예산을 집행하지 않아 자세한 사정은 모르신다"고 전했다. 이들은 모두 "변호사 비용을 대기조차 어려운 사정 때문에 항소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2002년 4월 남사당놀이 예능보유자(인간문화재)로 지정된 박씨는 현존하는 최고의 남사당놀이 명인으로, 수차례 TV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2006년 세상을 떠난 박씨의 누나 또한 남사당놀이 예능보유자였으며, 역시 인간문화재였던 매형 남모(1978년 작고)씨는 남사당놀이의 중흥조(中興祖)로 일컬어지는 전설적 명인이었다. 이번에 전수조교 지정이 해제된 남씨는 이들의 아들이다.
남씨는 "형이 작년 세상을 뜨면서 외삼촌(박씨)이 유일한 남사당놀이 인간문화재였다"며 "이렇게 갑작스럽게 지정 해제되니 남사당의 명맥이 끊길 위기"라고 말했다
2009년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남사당놀이 6마당 중‘덧뵈기(탈놀이)’모습. /문화재청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