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풍스러운 미감은 살렸지만, 흡수율이 높아 동파 가능성이 있다."

지난 5월 복구공사를 마친 숭례문에 올린 기와를 놓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우려다. 문화재청은 "끊겼던 조선시대 전통 기법을 100년 만에 재현한다"며 경사진 언덕에 조성하는 '등요(登窯)가마' 4기를 복원해 수제기와 2만3000장을 제작했다. 가마 복원 5억2000만원, 암키와·수키와·잡상·취두 등 기와 제작비 3억원 등 총 8억2000만원이 들었다. 하지만 "전통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동파, 열파, 변색에 약한 수제기와를 고집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 "전통기와의 단점을 최소화한 것이 공장기와(KS기와)인데 다시 옛 방식으로 되돌아간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100년 만에 복원한 등요가마

조선시대 등요가마는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건너온 감투가마(평평한 곳에 조성한 가마)에 밀려 사라지고 충남 보령에 터만 남아있었다. 하루면 기와를 구워낼 수 있는 감투가마와 달리, 4~6일 동안 불을 지펴야 하는 등요가마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노동하는 사람도 매우 힘이 든다. 이후 1970년대 기계로 찍어내는 공장 기와가 인기를 끌면서 전통기와는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수제기와의 장점은 색이 자연스럽고 고풍스러운 미감이 뛰어나다는 것. 하지만 시간과 비용, 노동력이 너무 많이 들어 가격이 비싸다. 기와 한 장 단가는 1만1600원. 공장 기와의 5~6배다. 기와를 굽는 데만 70~80시간이 걸린다.

◇흡수율 11~15%면 동파 가능성

문제는 이렇게 제작한 수제기와의 흡수율이 11~15%에 이른다는 것. 흡수율이 5% 미만인 공장제 기와보다 훨씬 높아 '겨울에 동파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와가 물을 많이 머금고 있다가 온도가 내려가면 이 부분이 얼면서 부풀어 기와에 금이 갈 것"이라는 게 지금 제기되는 우려다. 당초 문화재 수리 표준 시방서는 기와 흡수율을 '9% 이하'로 제한했으나, 문화재청은 숭례문 복구를 시작하면서 흡수율 기준을 '수제기와의 경우 16% 이하'로 고쳤다.

조우석 한국세라믹기술원 도자세라믹팀장은 "(흡수율 수치만 보면) 동파 우려가 있다. 흡수율이 11%만 돼도 도자기 하는 사람들은 '덜 익은 것'이라 표현한다"며 "전통 방식을 고집해서까지 흡수율 높은 기와를 써야 했나 싶다"고 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김창대 전수조교는 "전통기와는 옹기처럼 숨을 쉬어 물 흡수를 잘하는 만큼 배출도 잘한다. 흡수율이 높더라도 1100도의 높은 온도에서 잘 구워졌기 때문에 동파 가능성이 낮다"고 했다. 숭례문에 올린 수제기와를 2011년 창덕궁 부용정에도 썼지만 지난해 겨울에도 동파 없이 멀쩡했다는 것. 이에 대해 한상목 강원대 명예교수(세라믹재료 전공)는 "기와가 숨을 쉰다는 건 과학적으로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한 교수는 "겨울에 눈·비 와서 녹아 들어갔다가 얼어붙은 수분이 무슨 수로 빠져나가나. 요즘 기술로는 기와 모양과 색감을 옛 느낌으로 만들면서 훨씬 견고하고 오래가는 기와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최소한 기계로 기포라도 뺐어야

지난 5월 완공된 숭례문에 쓰인 수제 기와. 고 한형준 제와장은 생전 인터뷰에서 "100% 사람 손으로 만들다보니 미세한 공기구멍이 많고 흡수율이 높지만, 공장 기와보다 20~30% 가벼워 목조 건물에 올렸을 때 대들보가 휘는 일이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조우석 팀장은 "최소한 기계로 기포를 빼내는 작업을 했더라면 전통기와라도 흡수율을 낮출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본지 취재팀이 입수한 숭례문 복구 자문단 기술 분과 6차 회의록(2010년 3월 11일)에도 '무조건 전통'을 우려하는 대목이 적잖게 나온다. "전통기와는 한 가마 안에서도 위치에 따라 강도와 흡수율이 모두 다르다" "만들기는 수작업을 하되, 굽기는 기계로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제기됐었다. 익명을 요구한 문화재계 원로는 "전통기와의 단점을 최소화한 공장 기와도 넓은 뜻에선 우리 전통문화다. 무조건 옛 방식으로 되돌아가는 게 최선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자문위원단]

김정동 목원대 명예교수(건축사)
조우석 한국세라믹기술원 도자세라믹팀장
한상목 강원대 명예교수(세라믹재료)
손연칠 동국대 교수(불교미술)
전영우 국민대 교수(조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