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 보존 방안을 두고 울산시와 심각한 대립을 보였던 변영섭 문화재청장이 지난 15일 ‘숭례문 부실 복구 논란’으로 전격 경질됨으로써 반구대 암각화 보존 문제가 어떻게 풀릴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가변형투명물막이(카이네틱댐)를 설치하기로 합의하고 기초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중이지만 이 방안이 최선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데다 주변 발굴조사에서 무더기로 발견된 공룡발자국이 또다른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장이 교체된다면 다양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룡발자국 변수 관심
후임 문화재청장이 반구대 암각화 보존에 대해 어떤 성향을 가진 인물이냐에 따라 반구대 암각화 보존 방안이나 그 대책 강구의 속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재계 일각에서는 최근 문화재청이 반구대 암각화 주변에 대한 문화재 발굴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룡발자국이 무더기로 발견됐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문화재청이 가변형투명물막이 설치가 본격화되기 전에 이를 제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 아니었겠느냐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는 사연댐 수위조절을 통한 반구대 암각화 주변의 원형 보존을 고수했던 변 전 청장이 정부의 방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가변형투명물막이 설치안을 받아들였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수용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투명물막이 설치를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문화재위원회에는 변 전 청장과 의견을 같이하는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문화재위원회 현상변경 심의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백악기 것으로 보이는 공룡발자국이 무더기로 발견되면서 울산시 등은 정부·문화재청과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후임 청장 성향에 촉각
울산시 관계자는 17일 “가변형 투명물막이 설치는 시와 국무총리실, 문화재청이 합의한 사항으로, 문화재청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영향을 받을 사안은 아니다”고 전제한 뒤 “다만 새로운 문화재청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가변형투명물막이 설치 등) 암각화 보존 방안의 진행속도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시는 신임 문화재청장이 반구대 암각화 및 그 주변지역 보존에 대해 유연한 사고를 가진 인사라면 공룡발자국 등을 포함해 큰 이견 없이 현재 추진 중인 가변형투명물막이 형태의 보존 방안이 빨리 현실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반면 변 전 청장처럼 원형 보존론자가 임명될 경우는 공룡발자국 발견이 큰 영향으로 떠오르는 등 새로운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편 변 청장은 15일 정홍원 국무총리로부터 경질 통보를 받고 나서 곧바로 대전 문화재청에 들러 사직서를 제출한 뒤 별도의 퇴임식 없이 떠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