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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환구단(서울시 중구 소공동 소재). ＜김호영 기자＞ |
조선왕조가 실제 이보다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사직의례였다. 토지신과 곡식신에게 제물을 바치면서 국태민안을 빌었다. 제사에는 왕이 친히 초헌관(제향 때 첫 번째 술잔을 올리는 제관)으로 참여할 정도로 정성을 쏟았다.
사적 125호 종묘는 지금까지 원형이 잘 보존돼 있는 편이다. 그에 반해 사직의례가 행해졌던 사적 121호 사직단은 안타깝게도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크게 훼손ㆍ변형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조선시대 통치와 왕권의 상징적 공간이라는 중요성에도 예산상 이유 등으로 방치되던 사직단이 뒤늦게 원래 모습대로 다시 지어진다. 문화재청은 "변영섭 청장의 지시로 사직단 복원 사업을 본격화하기로 했다"면서 "내년 예산에 '사직단 종합정비계획 수립' 용역비 등 22억원을 반영할 것"이라고 9일 밝혔다.
용역 결과가 나오는대로 공사에 들어가 15년 내 사업을 모두 완료한다는 구상이다.
문화재청 측은 "일차적으로 제사를 주관하는 관아인 전사청과 제기고, 협문 등 제실구역과 제례악공들이 연주를 준비하는 악공청을 건립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종로도서관, 어린이도서관, 단군성전, 파출소, 동사무소 등 사적지 안에 들어와 있는 각종 시설물을 이전ㆍ정비하고 이들 지역에 있던 동서월랑, 악기고 등을 되살리는 것도 이번 계획에 포함돼 있다.
조선왕조는 도성인 한양에 '성리학적 유토피아'를 구현하고자 했다. 유교식 제사가 온전하게 이뤄지는 '의례(儀禮)의 수도' 건설을 꿈꿨다. 그런 만큼 조선은 국가 제사가 유독 많았고 왕이 직접 제사를 주관하는 일도 빈번했다.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세계관에 따라 하늘에 제사하는 환구단(사적 157호)이 둥근 제단으로 조성된 반면 땅을 상징하는 사직단은 네모난 형태로 된 두 개의 제단으로 만들어졌다.
제천의례는 천자만이 주관할 수 있었지만, 세조가 이를 강행했다. 왕권 강화가 목적이었다. 환구단은 대한제국이 성립되면서 황실 권위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부활한다.
고종은 덕수궁 맞은편에 만든 환구단에서 황제 즉위식도 거행했다. 하지만 일제는 이를 철거하고 철도호텔을 지었다. 1967년 웨스틴조선호텔이 들어서는 과정에서는 환구단 정문마저 사라졌다가 2007년 되찾기도 했다.
사직의례는 제천의례를 공식 폐지했던 조선시대 이를 대체해 국가 최대 대사로 치러졌다. 제사는 1년에 네 차례 진행됐고 사직단에서는 기우제 등도 마련됐다.
종묘의 제사인 '종묘대제'는 1년에 다섯 번 열렸다. 종묘대제 때 연주되는 '종묘제례악'은 2001년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농사와 양잠은 농사를 근본으로 여겼던 조선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다. 국왕과 왕비는 각각 남자와 여자를 대표해 선농단과 선잠단에서 풍년을 기원했다. 선농례는 매년 거행됐고 왕이 직접 밭을 가는 의식을 한 뒤 참가자들과 음악을 곁들인 잔치를 벌였다. 사적 436호로 지정된 선농단은 제기동에 있다. 친잠의례는 성종 8년(1477년) 중전인 폐비 윤씨가 내외명부 부인들과 함께 창덕궁 후원에서 처음 거행했다. 선잠단(사적 83호)은 성북동에 위치한다.
태조 7년(1398년) 국립학교인 성균관에 문묘를 건립했다. 대성전에 공자를 주향으로 증자, 자사, 안자, 맹자 등 4성을 배향했다. 장충단은 을미사변 때 순사한 장졸들을 기리기 위해 1900년 9월 세워진 제단이다. 후일 임오군란ㆍ갑신정변 당시 목숨을 잃은 문신들도 신위에 포함됐다.
전란을 겪으면서 관왕묘와 대보단도 국가제례에 편입된다. 관우사당인 관왕묘는 임란 때 원군으로 참전한 진인이 선조 31년(1597년) 후암동에 남관왕묘(남묘)를 세웠다. 선조 35년(1602년) 명의 요구로 동관왕묘(동묘)도 신설동에 지었다. 관왕묘는 조선후기 신하들 충성을 이끌어낼 목적으로 활용됐다. 정조는 관왕묘를 중사(中祀)로 승격시켰고 국가 위기가 고조됐던 고종 때는 북묘ㆍ서묘를 추가로 설치됐다. 현재는 동묘만 남았다. 대보단은 삼전도 치욕을 겪은 뒤 조선 중화주의의 상징으로 받들어졌다.
[배한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