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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4대강불법비리진상조사위원회와 환경운동연합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 강당에서 연 ‘4대강 사업 피해 증언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피해사례 발표를 듣고 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
ㆍ농경지 피해·물고기 떼죽음에 하중 증가로 땅 밑 유적 피해
ㆍ“군청에 글올렸다 삭제 압력”
맛 좋은 수박 재배지로 유명한 경북 고령군에서 수박 농사를 짓는 박상수씨(44·우곡면 포리)는 “이맘때면 무게 7~8㎏에 농구공 크기여야 할 수박이 4㎏ 남짓 핸드볼공 크기만 하다”고 하소연했다. 2년 전부터 수박 잎이 바싹 마르고 잘 자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씨는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에 건설된 합천보 탓에 수박밭이 습지화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령군 전체 수박 농가의 20% 이상, 가장 심한 마을은 약 80%의 농가가 같은 피해를 입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4대강불법비리진상조사위원회와 환경운동연합 주최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헌정기념관에서 ‘4대강 사업 피해증언대회’가 열렸다. 장재연 환경운동연합 대표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환경오염, 주민 피해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정확한 피해 실태를 파악해 보상과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 “논 1m 땅 파니 물 30㎝ 차올라”
박상수씨는 “얼마 전 포클레인으로 1m가량 땅을 파보니 15분 만에 물이 30㎝ 차올랐을 정도로 습지화가 진행되고 있었다”며 “정부는 늘 조사를 하겠으니 결과를 보고 이야기하자고 하지만 그게 벌써 2년째”라고 말했다. 낙동강 함안보 인근 경남 의령군 지정면 성산리도 상황이 비슷했다. 배종혁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의장은 “4대강 공사로 강의 수위가 높아져 수박밭이 완전히 습지화돼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칠곡군 약목면 덕산리에서 30년 넘게 농사를 짓고 있는 전수보씨(62)도 참담함을 토로했다. 전씨는 “칠곡보 수위가 항상 25.5m로 유지되고 있는데 땅 높이는 25m가 안돼 감자를 심어도 다 썩어버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땅 밑에 물이 있으니 축사의 송아지도 병들기 쉬워 올해 특히 폐사율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 “금강이 무지렁이 강이 됐다”
금강에서는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새들이 사라졌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금강에서 지난해 10월 30만마리의 물고기가 떼죽음당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최근 조류 조사 결과 4대강 사업으로 금강지역의 조류 개체수가 3분의 1, 종수는 2분의 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현장을 지켜본 취재기자가 죽은 물고기 사체를 너무 많이 봐서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 사무국장은 “녹조가 발생하고 기름유출 사고도 3번이나 있었다”며 “조성된 둔치 공원 때문에 뱀이 강변에서 로드킬을 당하는 등 아름다운 금강이 3년 만에 무지렁이 강이 되는 것을 현장에서 목격했다”고 말했다.
건설노동자들의 고통에 대한 증언도 나왔다. 송찬흡 전국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기계지부장은 “남들은 4대강 파서 돈 좀 안 벌었느냐고 하는데 임금체불이 안된 현장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최악의 공사였다”고 말했다. 그는 “원청이 삼성 등 대기업이거나 수자원공사인데도 임금체불 문제가 심각해 덤프·굴착기 등 상당수의 건설기계노동자들이 가정파탄과 생활고로 고통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 지부장은 “덤프트럭 같은 경우 법으로 적재량과 속도 등이 정해져 있지만 특별법으로 공사를 빨리 해야 해서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며 “과적·과속으로 차가 넘어져 죽고, 양성이 안된 콘크리트 위에 다시 콘크리트를 치다 무너져 죽는 등 많은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속도전’으로 4대강 사업에서 20명가량의 건설노동자가 사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 “한국사가 4대강 아래 묻혔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소장은 “남한강의 여주·이보·강천보 3개 보 일대의 65%가 문화유물 산포지인데 정부는 딱 세 군데서 땅 파는 시늉만 하고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황 소장은 “어마어마한 하중으로 땅 밑 유적들이 파괴될 수 있는 골재적치장도 전국 수백 곳이 있지만 4곳만 문화재 조사를 벌였다”며 “강은 선사시대부터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데도 이명박 정권하에서 이를 연구할 기회를 날려버렸다”고 말했다.
경남 창녕군 부곡면 노리에 사는 박종훈씨(53)는 지하수 고갈로 고생을 했다. 박씨는 “마을 한가운데 우물을 파 50여가구 주민들이 나눠 마시는데 함안보 탓에 지하수가 고갈돼 밀양에서 광역상수도를 끌어오는 공사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박창근 관동대 교수가 직접 와서 보더니 ‘보 상류지역은 지하수위가 높아지고 하류지역은 지하수위가 내려갈 수밖에 없어 함안보 하류지역인 노리의 지하수 고갈로 이어졌다’는 설명을 해줬다”고 말했다.
박씨는 “지난해 12월 군청 홈페이지에 지하수 고갈의 원인을 밝혀달라고 글을 올렸다가 삭제 압력을 받았다”며 “힘없는 주민들은 하소연할 곳이 없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이서화 기자 tingco@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