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가 불국사 등 사적지를 경주 시민들이 오는 3월부터 무료로 관람하도록 방침을 정했다. 이를 계기로 국가 지정 문화재 관람료를 지역 주민과 외지인에게 차별 적용하는 것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경주시에 따르면 시는 오는 3월부터 경주 시민에게 불국사(사적 502호)와 석굴암(국보 24호)을 무료로 관람토록 했다. 연간 100만 명 이상이 찾는 불국사의 경우, 모든 관람객에게 4000원(성인 1인 기준)의 관람료를 받아 왔다. 시 관계자는 "관람료는 불국사 측에서 정하지만 불국사 보수 정비 등에 시민들의 세금이 지원되고 있고, 시민들이 문화유산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불국사측에 시민 무료 관람을 건의해 받아들여졌다"고 밝혔다.
앞서 시는 지난달 초부터 양동마을(중요민속자료 189호) 관람료를 외지인에게만 4000원을 받기 시작했다. 시는 2010년 8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양동마을 보존과 주민 생활 보장 등의 재정 확보를 위해 지난해 12월 '양동마을 관람료 징수 조례'를 신설했다. 양동마을 관람객은 지난달 한 달 동안 1만6027명이며 이 중 무료 관람한 경주 시민은 3955명이다.
시 관계자는 "문화재 관람료는 2003년 7월 이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옛 문화관광부)에서 정했으나, 이후 문화재 소유자가 결정하도록 문화재보호법이 변경됐다"며 "이에 따라 소유자가 문화재 보호와 환경 보존 등을 위한 관람료 징수 조례 등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안동시는 하회마을(중요민속자료 122호) 관람료를 주민과 외지인 모두 동일하게 적용했으나 '하회마을 관람료 징수 조례'를 몇 차례 제·개정하면서 구분했다. 현재는 지난해 7월부터 개정된 조례에 따라 외지인은 3000원, 안동 시민은 1000원을 받고 있다. 시는 지난해 하회마을에 96만 명이 방문했으며 이중 97%가 외지인인 것으로 추산했다.
김모(40·대구 북구 산격동) 씨는 "국가 문화재에 대한 관심은 모든 국민이 갖고 있고 국민 세금도 들어가기 때문에 누구나 보편적인 관람료를 내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국가 문화재 관람료에 대한 주민과 외지인의 차별 징수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천차만별"이라며 "법적 테두리 안에서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