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자, 이 길에서!(Seize the joy on the trail!)”

사실 이런 구호가 없어도 즐길 수밖에 없는 곳이 제주의 올레길이다. 특히 가을을 맞은 제주는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자마자 작품이 탄생한다. 아니 그 전부터 눈 안에 들어온 아름다운 풍경은 나도 모르게 ‘아~!’하는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그만큼 제주의 가을, 그리고 올레길은 사랑스럽다.

지난 10월 31일 (재)한국방문의해위원회와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하는 2012 제주올레걷기축제가 첫 받을 내딛었다. 오는 3일까지 나흘간 열리는 이번 걷기 축제는 현재 20코스까지 있는 올레길 중 10코스부터 13코스까지의 구간에서 펼쳐진다.

10월 31일에 10코스를 시작으로, 11월 1일에는 11코스, 2일에는 12코스, 3일에는 13코스를 걸으며 축제는 이어진다. 말이 거창해 축제지 제주 방언으로 놀멍 쉬멍 먹으멍(놀다 쉬다 먹으며) 즐기는 행사라 마치 동네 마실 같은 분위기다. 더구나 시간이나 완주 등의 아무런 제약이 없는 점 또한 매력적이다.

‘놀멍 쉬멍’. 걷는다는 것을 자칫 지겹지 않을까란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제주 올레길에서는 논외의 얘기다. 길 곳곳에 마련된 문화 공연 및 마을 프로그램 등이 심심해 할 순간을 주지 않는다.

화순 금모래 해변에서 출발해 한 시간 쯤 걸었을까. 산방산과 용머리해안의 절경에 넋을 잃는 것도 잠시. 어디선가 들려오는 오카리나 선율이 바람에 춤을 추고 흐르는 땀방울도 한 숨을 골랐다. 한 무리의 도보여행객들은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를 듣고 있으니 구름 위를 걷는 것 같다”며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걷기의 중반 정도 지점인 송악산 전망대와 고사포진지에서도 이색 공연이 관광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모슬봉소리패의 물허벅놀이와 멜후리기 공연을 비롯해 몽환적인 소리를 내는 행드럼(Hang drum)과 아프리카 타악기인 젬배의 연주가 무거워져 가는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먹으멍’. 먹는 즐거움이 없는 여행은 ‘팥소 없는 찐빵’과 같지 않을까. 더구나 해산물의 천국이라 할 수 있는 제주에서 입 안에 싱그러운 바다를 머금는 기쁨을 놓치면 아쉬울 수밖에 없다. 걷기 축제 첫 날의 첫 먹거리는 사계 부녀회에서 준비한 제주 토속음식. 성게를 넣은 비빔밥과 칼국수, 수제비를 비롯해 해산물로 만든 전과 꼬치 등 다양한 음식들이 허기진 배를 달랬다. 또 중간 중간에 제주산 꿀빵과 찐빵이 입맛을 돋우더니, 10코스의 마지막 지점인 하모체육공원에서는 방어의 고장인 모슬포답게 방어회국수, 방어생장강구이, 방어튀김 등이 걷기의 피로까지 가시게 했다.

둘째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의 코스 역시 즐겁고 맛있는 여행길이기에 충분한 거리들이 즐비하다. 제주도의 전형적인 농어촌 모습과 소금을 만들던 염전터가 남아 있는 동일리, 제주에서 드물게 벼농사를 재배하는 신평리 등이 11코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또 약된장 비빔밥과 제주에서 잔칫날 친척에게만 준다는 괴기반 등의 먹거리도 군침 돌게 한다.

12코스에서는 다양한 문화행사가 준비 돼 눈길을 끈다. 제주 쁘로빠체 소년소녀 합창단, 모아맘 어쿠스틱 밴드, 플라멩코 댄스, 뮤지컬 아리아, 판소리와 시조창 등 동서양은 물론 과거와 현대를 넘나드는 공연들이 여행자들에게 잠시 쉼을 줄 예정이다. 아울러 고구마산듸밥, 잎마늘된장전 등 친환경 음식들이 ‘금강산도 식후경’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마지막 날은 하늘이 내려줬다는 이름을 가진 낙천리에서 출발한다. 이 마을에는 1000개의 의자에 재치 있는 메시지가 새겨져 있어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고,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선정될 만큼 수려한 풍경을 자랑하는 저지리에서 걷기 축제의 마무리를 하게 된다. 이 마을은 4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저지 오름을 중심으로 형성돼 특색 있다. 배말죽과 보리된장비빔밥, 보리빵햄버거, 보리조배기 등의 먹거리도 함께 한다.

한국방문의해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축제가 펼쳐지는 코스는 제주하면 떠오르는 대표 장관인 해안 절경 외에 제주가 가진 다채로운 매력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며 “곶자왈을 통한 숲 생태계의 신비로움, 오름의 다소곳한 아름다움, 제주의 아픈 역사까지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제주올레의 대표적인 코스”라고 많은 참여를 바랐다.

[매경닷컴 서귀포(제주)=장주영 기자 semiangel@mk.co.kr] 매경닷컴 여행/레저 트위터_mktour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