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
| 문화재청이 2009년 현장 조사한 동국정운(국보 71호). 당시 조사록에는 "군데군데 찢기고 뒷표지 낡음. 표지는 본래의 것이나 책사는 새로 함. 오동상자에 보관하고 있는 듯하나 수장시설 등 보관시설은 공개하지 않음. 수장고 항온항습은 하고 있다고 함"라고 적혀 있다. 문화재청 제공 |
신경민 의원 문제 제기
"유물 훼손 가능성 농후
도록 없어 외부 유출될수도
보호법 강화 대책 세워야"
간송미술관 측 반박
"보안상 수장고 공개 못해
유물 목록은 자체 관리 중
지원도 없이 실태조사라니…"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국가문화재 훼손여부를 점검해야 한다.""지원대책은 외면한 채 실태조사는 어불성설이다."
신경민(민주통합당) 의원이 5일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간송미술관 소장문화재 실태조사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간송 소장품에 대한 훼손 가능성과 점검 등을 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은 국보 12점과 보물 8점을 포함해 조선시대 유물 5,000여 점을 소장한 국보급 사립미술관. 올해 설립 74주년을 맞이한 간송미술관은 10만석 부자였던 간송(澗松) 전형필(1906~1962)이 1920년대부터 사재를 털어 일본으로 유출되는 국보급 문화재를 사들여 조성한 미술관이다.
신 의원은 10여 년 전 간송미술관 수장고에 들어갔던 고 진홍섭 전 이화여대 박물관장이 "큰일이야! 큰일! 다 썩었어"라고 했다는 제자들의 말을 빌어 소장 유물의 훼손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2009년 '겸재 서거 250주년전'을 관람한 한 인사가 "'필운대' 진열관 내부에 벌레가 있는 것을 목격했다"는 증언을 내세웠다. 신 의원은 "간송미술관은 치외법권 지역이나 다름없다. 수장고도 비밀에다가 전체 문화재 도록조차 없어 문화재가 얼마든지 외부로 유출될 수 있는 상황에 놓여있다"며 "문화재보호법을 강화하는 등 특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간송미술관측은 시설이 낙후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보안문제상 수장고를 공개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백인산 연구위원은 "20년 근무하는 동안 진홍섭 전관장이 수장고에 들어간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아무런 대책 없이 수장고를 공개할 수 없으며 소장 유물 목록은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특히 "어느 박물관이든 훼손없이 관리하고 있는지 물으면 국립중앙박물관이나 리움도 자신있게 말하지 못할 것"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또 "회화의 경우 20~30년에 한번씩 손질이 필요한데, 그 비용이 1억까지도 소요되지만 그 비용에 대한 지원책은 10여 년 전부터 제기되었으나 문화재청으로부터 한번도 구체적인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2006년 문화재보호법의 관련 조항 개정에 따라 5년마다 실태조사를 하고 있으며, 2008년 회화 분야, 2009년 전적(책·문서 등)분야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 2명이 정기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다만 2010년 전적·목판 분야와 2011년 도자기 분야에 대해서는 위탁조사를 할 수 있는 문화재보호법 28조 1항에 따라 한국민족미술연구소에 위탁조사를 실시했다. 한국민족미술연구소는 간송미술관 부설 연구소이다. .
문화재청은 '필운대' 진열관에 대한 목격자 증언과 관련, "법에 규정된 문화재가 아니어서 문화재청이 관리 감독할 사항이 아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의 최종덕 문화재보존국장도 "유홍준 문화재청장 시절부터 문화재 보호를 위해 정부가 지원을 해주겠다고 여러 차례 권유했지만 간송측이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간송미술관이 우리 소중한 문화재를 지키고 연구해온 업적에 대해서는 한국미술사에서 높이 평가하고 인정해줘야 한다"면서도 "박물관의 제1의 목적이 유물의 안전한 보관인 만큼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이인선기자 kelly@hk.co.kr
-----------------------------------------------------------------------------------
본 연구소 황 소장은 2012년 10월 7일 오후 5:59 부터 8분 55초간 통화하며 위 인터뷰 내용을 전달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