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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비탈을 따라 계단식으로 만들어진 논을 다랭이논이라고 합니다.

특히 남해 다랭이마을은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국가명승지로 지정돼 보존의 가가 높은데요.

그런데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합니다.

어떤 이유 때문인지 박종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ＶＣＲ▶

드넓은 남해 바다를 품은 작은 마을.

가파른 산비탈에 계단식으로 깎아 만든 다랭이논이 절경을 연출합니다.

험란한 길을 능숙하게 오르는 할머니.

수십 년 해오던 일이 이제는 힘이 부칩니다.

◀ＳＹＮ▶ 김점녀 (77살)

"이제 전부 노인들만 사니까 힘이 모자라서...벼는 많이 못 하고, 수수같은 밭곡식을 많이 하고 살아요."

어렵게 지은 벼농사지만 올해는 건질 것도 없습니다.

◀ＳＹＮ▶ 김두봉

"15살부터 지금 65살까지 벼농사 일하고 있는데 태풍 만나 나락이 이렇게 된 건 처음입니다."

주민 열에 일곱이 일흔 살을 훌쩍 넘긴 마을.

이맘 때쯤이면 다 자라난 벼들이 절경을 이뤘지만, 힘든 벼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가 늘면서 이제는 고유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한 때 백 마리가 넘던 일소들도 서서히 자취를 감춰, 기력 잃은 우렁이만 홀로 남았습니다.

◀ＳＹＮ▶ 이소열 (73살)

"우리 일, 남의 일 많이 다니고. 아무리 끌고 다녀도 일 투정도 안 하고 소도 나이 많고 나도 나이가 많으니 도리가 없지."

주민 중 반은 농사 대신 관광객에 의지하고 있는 상황.

7년 전, 국가 지정 문화재가 되면서 팔 수도, 개발할 수도 없어 주민들은 답답할 뿐입니다.

◀ＳＹＮ▶ 권정도/다랭이마을 이장

"명승의 가치가 있으려면 모를 심는 게 맞는데, 모를 심을 사람도 없고 다소 심어도 경제성이 없습니다. 돈벌이가 안되는 겁니다."

수백년 전, 농민들의 피땀어린 의지로 일궈진 다랭이 마을.

남은 이들은 이제, 그 의지만으로 버티기가 버겁다고 말합니다.

MBC뉴스 박종욱입니다.

(박종욱 기자 parkgija@mbc.co.kr)

문화재? 빛 좋은 개살구‥다랭이논의 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