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서울시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한양도성에 대형 철골 구조물의 데크형 산책로가 가로지르고 있어 도성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
서울시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시키려는 한양도성에 각종 인공시설물이 계속 설치되고, 훼손도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한양도성을 2014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신청하겠다는 목표로 전담 부서까지 운영하면서도 구청 등이 한양도성의 고유성·문화적 가치를 훼손하는 모순적 상황을 방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대로라면 문화유산 등재는 불가능하며, 예산 낭비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녹색연합 배제선 숲길팀장은 5일 “한양도성 코스마다 전망대, 안내소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설치되고 있다”며 “이는 서울시가 세계문화유산 등재 기준을 스스로 무시하고, 도성 고유의 문화적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실제 한양도성 말바위쉼터 부근에는 데크형 산책로 설치공사가 진행 중이다. 성북구가 지난 6월부터 말바위쉼터 부근과 성북로 31길까지 약 1㎞ 구간을 잇기 위해 시작한 공사다. 이미 한양도성 주변에는 여러개의 탐방로가 설치된 상태다.
특히 말바위쉼터에는 한양도성 안팎을 연결하는 데크형 탐방로가 대형 철골 구조물과 함께 성곽 위를 가로지르고 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도성은 원래 문을 통해 다니도록 만들어진 건축물인데 데크 등 인공물을 설치하는 것은 고유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탐방로 설치는 시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면서도 “내년 4월 용역 결과가 나오는 한양도성 보존·관리·활용에 관한 마스터플랜 수립에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한양도성 주위에 들어선 군 시설물에 대한 서울시의 대처도 소홀하다. 국방부는 한양도성으로부터 3m 떨어진 곳에 문화재청의 허가도 받지 않고 건물을 세우는 바람에 지난 2010년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자 문화재청으로부터 한시적 허가를 다시 얻기도 했다. 이 국방부 건물은 서울시의 한양도성 복원 사업 구간에 포함된 지역이지만 서울시는 관련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현재의 건축물이 계속 남아있을 경우 문화유산 등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 서울 성북구 성북동 말바위길 한 구간에 데크형 산책로와 광장 조성에 쓰일 공사자재들이 쌓여 있다. | 김기남 기자 |
황평우 소장은 “인공물 설치와 함께 성곽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성벽을 이루는 돌들이 튀어나오는 배부름 현상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김여란 기자 peel@kyunghyang.com>
출처: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