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연구원 채미옥 박사,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 제안

 "지금까지 문화재는 국토관리 기본계획에서 변방이었고, 액세서리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런 문화재를 이제는 주체로 끌어올리고, 국토관리 기본계획에도 역사문화라는 개념을 도입해 국토의 품격을 높여야 합니다."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문화재청 주최로 열린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의 체계적인 관리방안' 공청회를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문화재청 의뢰로 이번 관리방안을 마련한 채미옥 국토연구원 문화국토연구센터장은 이렇게 강조했다.

그가 마련한 관리방안은 종래의 문화재 보존정책 근간을 바꿀 만한 내용을 담았다.

요약하자면 현행 문화재보호법이 지정문화재 외곽경계 500m 이내 구역에 대해 규정한 '현상변경허가구역'을 국토기본법의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으로 대체하자는 것이다.

문화재를 둘러싸고 개발과 보존의 충돌이 빚어내는 파열음이 특히 큰 이 구역을 단순히 용어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내용도 도시계획이라는 큰 틀에서 혁신적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나아가 그 대상 구간도 외곽경계 500m를 넘어설 수도 있다.

예컨대 기존 문화재 '현상변경허가구역'에서는 주로 신축 건축물의 고도가 제한을 받지만,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으로 바뀌면 이는 물론이요, 건물 외관과 색채까지도 해당 문화재를 둘러싼 전체 역사문화경관과 어울리게끔 설계해야 한다.

채 센터장은 "이것이 결코 규제가 아니다"면서 "결국 이런 도시계획정비가 해당 문화재의 품격도 높이고 도시 경관도 개조하며 나아가 국가의 품격도 높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 관리방안은 사유재산권이 침해받을 수도 있지만, 결코 사유재산권을 침해하자는 게 아니라 오히려 생활여건을 업그레이드 하자는 겁니다. (우리 사회) 변방에 있던 문화재를, 개발의 걸림돌만 된다는 문화재를 당당히 우리 사회의 주체로 만들자는 겁니다."

채 센터장은 이런 관리방안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돼 실행된다면 현상변경허가구역에서의 토지이용 규제가 단순화함으로써 행정 투명과 예측가능성을 높이게 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문화재의 특성과 성격에 따라 관리 범위와 내용을 차등화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예컨대 조선왕릉이나 여타 세계유산은 특별관리가 필요한 지역으로 설정하는 반면, 다른 문화재는 개별 특성에 맞게, 그리고 구간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토론에서 성현찬 단국대 교수는 "문화재의 효과적인 보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도시계획과 사전 연계가 되어야 하며, 그런 점에서 이번 관리방안은 회피시설로 인식되던 문화재를 중심으로 역사문화적 개념이 반영된 토지이용계획 수립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적극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박소현 서울대 교수는 "현상변경제도의 문제점 중에 도시계획과의 연계 부재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도시계획과 문화재관리가 연계된다고 해서 지금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은 경계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 외의 토론자들도 보완해야 할 곳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tae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