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개관을 앞두고 모습을 드러낸 서울시청 새 청사. 옛 건물과 대비되는 거대한 전면 유리 디자인을 놓고 시민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논란이 되는 부분은 건물 옆면.(아래) 건물 내부에 들어서는 원형 공공시설의 일부가 동그랗게 돌출되고, 원형 공간을 받치는 기둥 구조가 사선으로 표시되는 디자인인데, 건축가가 중간에 빠지면서 디자인의 애초 의도가 잘 살아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베일 걷은 새 서울시청사 논란

건설업체가 주도 ‘턴키방식’
행정편의주의로 택해 한계
콘셉트 낸 원설계자 배제돼
디자인 구현 완성도 떨어져

서울시청 새 청사는 역대 한국 공공건축물 가운데 가장 우여곡절이 많았던 건물이라고 할 수 있다. 2006년 오세훈 시장 취임 직후 신청사 계획안이 나오고 6차례나 디자인이 바뀐 뒤에 2008년 유걸(아이아크 대표) 건축가의 안이 선정돼 건물은 착공됐다.

새 청사는 거대한 유리벽이 곡선 물결을 이루는 첨단 건물이 일제 시대 지은 옛 시청 건물과 짝을 이루는 디자인으로, 선정 당시부터 주목거리였다. 8월 완공을 앞둔 이 건물이 최근 가림막을 벗고 모습을 드러내면서 다시 한번 디자인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졌다. 과연 서울을 대표할 랜드마크로 어울리느냐는 것이다. 또한 디자인 논란 이전에 주요 공공건축물을 짓는 과정 자체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 논쟁적인 건물을 둘러싼 쟁점들을 정리해봤다.

■ “디자인 이상하다”-“내부까지 보고 판단해야” 새 건물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찬반으로 갈린다. 디자인이 너무 강해 위압감이 느껴진다는 의견들이 많다. 건물 윗부분이 앞으로 크게 튀어나와 거대한 파도가 덮치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반면 기존 공공건축과는 확실히 다른 디자인이어서 새롭게 느껴지며, 아직은 새 건물이 낯설어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거부감이 사라질 것이란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의 견해도 비슷하다. 처마처럼 튀어나온 건물 상반부가 ‘과잉 디자인 같다’는 의견이 있고, 건물 옆면과 뒷면이 특히 완성도가 떨어져 보인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말을 아끼는 편이다. 건물 외피만 선보인 단계에서 전체적인 평가를 하기는 시기상조라는 이유에서다. 한 건축과 교수는 “건물의 내부 공간이 새로운 시대의 시청 건물답게 얼마나 다양한 프로그램을 담아내려 했는지, 그리고 시민들이 새 건물에서 얼마나 새로운 경험과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될지 보고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청 완공 조감도.

‘턴키 방식’은 건물의 설계·시공·감리를 한꺼번에 맡겨 짓는 방식으로, 보통 시공업체인 건설회사가 주가 되어 건축가를 기용한다. 건축주에게 편리해 상업 건물이나 민간 건축에선 많이 쓰이지만, 다양한 용도를 충족해야 하고 문화적 의미가 큰 중요 공공건축물을 턴키 방식으로 짓는 나라는 후진국들뿐이란 비판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건축은 건축가가 먼저 선정돼 설계를 하고, 그 설계에 맞춰 건설사가 짓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새 청사는 처음부터 건설사 삼성물산 컨소시엄을 먼저 결정하고, 건설사가 건축가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래서 턴키 시스템으로는 진정한 건축주인 시민들에게 최선인 건물, 건축가의 디자인이 충실하게 구현되는 건물을 짓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 초기 구상만 내고 배제당한 건축가 애초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내놓은 디자인이 계속 전문가들의 심의에서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거부당하자 서울시는 결국 건축가를 따로 현상 공모해 유걸 건축가를 선정했다. 하지만 건축가의 역할은 초기 콘셉트 디자인에서 끝났다. 실제 디자인을 완성하는 ‘디자인 디벨롭먼트’ 단계에선 시공사가 모든 일을 처리하기 때문에 작업에서 빠져야 했다. 디자인 콘셉트가 완성되기 위해선 이를 현실화하고 공학적으로 풀어내는 디자인 디벨롭먼트 과정이 필수적이고, 이 과정에서 건물의 완성도(디테일)가 좌우되는데 원설계자인 건축가가 제외된 것이다.

이후 진행에서 어려움이 많자 서울시는 지난해 6월 유 건축가를 디자인 총괄로 다시 초빙해 마무리 조율을 맡겼다. 하지만 이미 공사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였다. 많은 이들이 “조악해 보인다”고 지적하는 옆면의 경우 유 건축가의 구상은 거대한 원형 공간 3개가 건물 내부 개방 공간 안에 떠 있는 구조를 옆면에서도 느낄 수 있게 보여주려는 것이었지만, 시공업체가 선정한 설계법인이 실시 설계를 담당해 초기 계획과는 달리 표피적인 디자인 이미지로 처리됐다.

유걸 건축가는 “서울시청 같은 중요 공공건축물은 편하게, 검증된 것만으로 짓는 건물이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고 많은 고민을 담아 지어야 하는데 턴키 방식으로는 그런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담아내기는 힘들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턴키 방식은 일처리가 시공사에 맞춰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문화적 의미가 중요한 건물은 건축가가 제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 맞다고 보지만, 턴키를 대신할 대안까지는 강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겨레신문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