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가 응집하고 외교력까지 보태면 될 수도 있어요. 지리산은 생태계와 역사문화유산의 보고로, 한반도에서 세계복합유산으로 선정될 수 있는 유일한 후보지입니다."(유인학 지리산권 세계복합유산등재추진위원장)
문화재청과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한국위원회가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지리산을 '종교문화경관'으로 등재하려 하자 지리산권 7개 시·군 문화원과 복합유산등재추진위가 반발하고 있다. 문화재청과 ICOMOS 한국위가 "복합유산 등록은 기준과 절차가 까다로워 매우 어렵다는 게 전문가 견해"라고 내세우자, 지리산 복합유산등재추진위는 "힘을 모으면 못할 게 없다"고 맞선다.
지리산 세계복합유산등재추진위와 7개 시·군 문화원장협의회는 15일 "정부는 지리산이 한반도 첫 세계복합유산으로 등재될 가능성이 높은데도 '어렵다'는 이유로 단편적인 면모만을 내세우고 있다"며 "해당 지자체들과 협의해 조정하라"고 요구했다.
문화재청과 ICOMOS 한국위는 남한강수계 선사유적, 강화도 개항기 국방유적, 그리스도교 한옥교회군, 담양누정제영원림, 비무장지대(DMZ)와 함께 지리산을 올해 세계유산 잠정목록 후보로 발굴했다. 지난 10일 서울 고궁박물관에서 이들 후보의 유산을 놓고 심포지엄을 열면서 지리산을 '종교문화경관'으로 지정받기로 한 것이다.
ICOMOS 한국위는 "지리산이 세계 자연유산으로서 독보적인 특징을 갖추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라며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심사기준과 복잡한 실사 절차를 고려해 종교문화경관으로 등재코자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회 한 임원은 "설악산과 고성 공룡 발자국도 자연유산으로 지정받지 못했는데 지역 주민의 뜻만으로 밀어붙여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복합유산등재추진위는 그러나 "중국은 태산(1532m)까지 포함해 3개의 복합유산을 지니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첨예한 현장이기도 한 지리산을 놓고 유네스코 이사국으로서 실력을 동원하면 못되라는 법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병채 지리산권문화원장 협의회장은 "제주 성산 일출봉과 동굴도 자연유산으로 지정됐는데 지리산이 왜 안되느냐. 3개 도 및 7개 시·군의 힘을 모으고 또 다른 전문가들을 앞장세우겠다"고 했다.
◇"복합유산 등재 3道 힘 실어달라"
국립공원 1호로 5000여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는 지리산은 고려 말부터 한국전쟁 때까지 전적지이자 은둔지이기도 했다. 화엄사·쌍계사 등 250여 불교 사찰을 포함, 유교·도교·기독교 유적과 민속신앙의 유산도 지녔다. 전북과 전남, 경남의 지리산권 7개 시·군 문화원은 2008년부터 지리산의 자연·생태·역사·종교·사상·민속·문학 등 유산을 재조명하는 학술대회를 열어왔다. 국민 1만여명의 서명을 받아 작년 12월 지리산 복합문화유산 잠정목록 등재를 신청했다.
지리산에선 산자락을 도는 총연장 274km의 둘레길이 한국을 대표하는 숲길로 오는 25일 개통된다. 전북 남원(46㎞)과 전남 구례(77㎞), 경남 함양(23㎞)·산청(60㎞)·하동(68㎞)의 117개 마을을 도는 길로 답사객의 발길이 몰리는 것도 세계 복합유산으로서의 가치를 대변하고 있다고 복합유산등재추진위는 말한다. 3개 도가 함께 복합유산 지정에 힘을 실어주는 게 관건이라는 주장이다.
[조선일보 김창곤 기자 cgkim@chosun.com
출처: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