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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대못박기’라는 용어가 유행했다. 노무현 정권 말기에 마지막으로 추진하던 정책들에 대해 보수언론은 ‘대못박기’라고 표현했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이 말기로 접어들면서 또다른 ‘대못박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리산에서 다시 추진되기 시작한 지리산댐 건설문제다. ‘문정댐’이라고 부르는 이 댐은 과거에도 논란 끝에 백지화된 적이 있었던 댐이다. 그런데 최근 정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홍수조절용’이라는 명목으로 댐 건설을 다시 추진하기 시작했다. 높이 141m로 국내에서 가장 높은 댐으로 계획되고 있다. 9000만톤 이상의 물을 상시 저장할 수 있는 댐이다. 물론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대규모 토건사업이다. 총사업비가 1조원에 근접하는 규모다.

이런 대규모댐을 지리산 자락에 짓겠다면서 ‘홍수조절용’이라고 우기고 있다. ‘홍수조절용’이라고 우기는 이유는 예비타당성조사라는 제도를 회피하기 위해서다. 현재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인 사업의 경우에는 예비타당성조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재해예방’ 목적인 경우에는 예외다. 이런 허술한 법조항을 이용해서 정부는 ‘홍수조절용’이라는 명목으로 지리산댐을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런 대규모 댐이 건설되면 넓은 땅이 물에 잠기게 된다. 지리산이 건설되면 수몰이 되는 지역 안에 ‘용유담’이라는 곳이 있다. ‘용유담’은 현재 문화재청에 의해 명승지 지정이 추진되고 있는 곳이다. 지리산 여러 계곡에서 흘러내린 물이 만나 만들어진 아름다운 경관으로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우리가 꼭 지켜야 할 자연유산’으로 선정한 곳이다. 그런데 이런 곳을 수몰시키겠다는 것이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정권 말기에 졸속으로 추진되는 토건사업, 개발사업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강원도 삼척과 경상북도 영덕을 신규 핵발전소 부지로 지정하는 것도 강행되고 있다. 주민설명회도 졸속으로 하면서 비민주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경남 밀양에서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는 초고압 송전탑 건설도 곧 강행될 가능성이 높다. 건설이 추진 중인 신고리 핵발전소에서 생산될 전기를 대도시로 끌고 오기 위한 초고압 송전탑이다. 지난 1월 밀양의 70대 농민이 분신자살한 이후에 공사가 중단되었지만, 곧 공사를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

국립공원 안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도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다. 지리산, 설악산, 월출산과 같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곳들이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환경부는 6월까지 시범사업지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인천만, 가로림만 등 서해안에 추진 중인 조력발전소들도 문제다. 대규모 조력발전소 건설은 경제적 타당성도 의심스럽고 환경파괴가 확실한 대규모 토목사업이다. 그런데 논란 속에 있는 이 사업들도 정권 말에 무리하게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정권 말에 이런 ‘토건사업 대못박기’가 이루어지는 것은 일부 토건세력들의 이해관계 때문이다. 정권이 바뀌기 전에 사업을 기정사실화해 두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고통을 받는 것은 해당지역 주민들이고, 말 못하는 생명들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토목사업을 막을 방법은 결국 ‘탈토건’의 시민적 힘을 모으는 길뿐이다. 지리산을 지키고, 핵발전에 반대하고, ‘토건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와 행동이 필요하다. 토건사업을 먹여 살리려고 땅과 강, 바다,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망칠 수는 없다.

하승수<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