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치원 영정

해운대 동백섬 남쪽 해안의 바위 위에「海雲臺」란 세 글자가 음각되어 있다. 수많은 세월동안 풍우에 씻겨 지금은 풍화된 흔적으로 세 글자 중‘臺'자가 많이 마모된 상태로 남아있다. 이것은 신라말의 대학 자였던 문창후(文昌侯)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이 가야산 입산길에 이곳을 지나다가 주변 경관이 너무 아름다워 대를 모아 바다와 구름 달과 산을 음미하면서 주변을 소요하다가 선생의 호이기도 한 해운(海雲)을 암석에다 ’해운대‘란 세글자를 음각하여 이곳의 지명이 해운대가 되었다고 전해오고 있다.

                               동백섬 정상에 있는 최치원동상

최치원은 1 2세의 어린 나이로 당나라에 유학하여 1 8세에 관리시험에 합격하였고 그 곳에서 관직을 수행하면서「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등을 써서 이름을 날리다가 1 7년 만에 귀국하였다. 신라에서는 그에게 문필직(文筆職)을 주어 한동안 관리로서 활동하면서 사산비문(四山碑文) 등 주옥같은 문장을 남겼으나 42세 무렵 관직에서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신라는 골품제라는 신분제를 운용하면서 인재등용의 기준을 능력보다는 신분에 두었다. 6두품이었던 최치원은 신분적 한계에서도 진성여왕에게 시무(時務) 1 0여조를 올려 개혁을 시도했으나 진골귀족의 저항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 최치원은 방랑하여 해운대에까지 이르렀다.

                                 해운대 석각과 안내판(아래)

 
각석을 최치원이 직접 썼는지의 사실여부는 확인할 수 없으나 고려 말 문호인 정포(鄭誧1309~1345)가 해운대란 시에서

“황량한 대는 흩어져 자취 없건만 오직 해운의 이름만 남아 있구나"라하였다.

정포(鄭誧)는 고려 시대 문신으로 충혜왕 때 전리총랑에서 좌사의대부가 되었으나, 악정을 상소했다가 면직된 뒤 무고로 울주에 유배되었다. 이심전심이랄까 유배지에서 쓰린 마음을 달래려 이곳에 들렸다가 최치원을 생각하며 쓴 시로 보여진다.

그후 조선시대‘해운대'란 제명의 시문이 40여 편 남아 있는 것을 보면 해운대는 최치원의 행적으로 시인묵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해운대 석각의 훼손상태

해운대 석각의 조형물

이곳을 찾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윗 사진처럼 글씨가 훼손된 것을 보고 안타까워했을 것이다. 지난 2009년 4개월에 걸쳐 진행된 용역 결과, 해운대석각은 박락(돌에 새긴 글씨가 오래 묵어 긁히고 깎여서 떨어짐)과 박리(벗겨짐), 균열(갈라져 터짐), 흑화(검게 변함) 현상이 심하고, 주변 생물이나 시멘트 모르타르, 페인트 등에 의한 2차적 손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와 습도, 온도 등의 변화에 따른 암석의 수축과 팽창으로 인해 균열이 발생하고, 강수와 해풍으로 박리와 박락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암석에 함유된 철(Fe)로 인한 화학적 풍화도 현재 진행형인 것으로 분석됐다.
석각의 풍화 훼손율은 균열이 41개, 박리가 6.8%, 박락이 30.4%, 흑화가 15.9% 등으로, 박락에 의한 훼손이 특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암반에 새겨진 글자 훼손율은 '海(해)'자는 42%, '雲(운)'자는 48.2%, '臺(대)'자는 25.2%로, 전체적으로 원형에 비해 38.1%의 훼손율을 보였다.

해운대석각이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비바람과 파도 탓에 물리적·화학적으로 풍화되는 등 자연적 손상이 심한 데다, 인위적 훼손도 심해 보호용 정각이나 보호유리 등 석각 보존 장치를 설치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돼 온 데 따라 현상태를 조사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조치없이 그대로 두고있다. 구청문화과로 문의한 결과 전문기관에 조치방법을 의뢰한 결과 훼손부위를 조치하는 것이 더욱 훼손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연에 의한 훼손은 어쩔 수 없으므로 그저 흐르는 세월에 맡겨두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쉽다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다. 정녕 방법이 없을까.....

아래 소개한 시는 동백섬 정상에 새겨져 있는 최치원 선생의 시들로 그의 시 속에 담겨있는 외로운 마음을 헤아려 보시기바랍니다

봄새벽

春曉                    춘효
叵耐東流水不廻 파내동유수불회
只催詩景腦人來  지최시경뇌인래
含情朝雨細復細  함정조우세복세
弄艶好花開未開  농염호화개미개
亂世風光無主者  난세풍광무주자
浮生名利轉悠哉  부생명리전유재
思量可恨劉伶婦  사량가한유령부
强勤夫郞疎酒盃  강근부랑소주배

흘러가는 저 물은 돌아 못 오고

봄빛만 사람을 괴롭(히)누나

애틋한 아침 비 부슬거리고

꽃들은 피고 맺고 저리 곱구나

난리 때라 좋은 경치 주인이 없고

뜬 세상 명리도 쓸데없는 것

아내는 원망스레 소매 붙들고

구태어 이 술잔 자주 못들게 하나

생각을 붙여

寓  興          우  흥

願言扄利門 원언경이문

不使損遺體 불사손유체
爭奈探珠者 쟁나탐주자

輕生入海底 경생입해저
身榮塵易染 신영진이염

心垢水難洗 심구수난세
澹泊與誰論 담박여수론

世路嗜甘醴 세로기감례

너 부디 이익 길엔 생각을 끊고

부모 주신 귀한 몸 상치 말아라

어쩌다 진주를 캐는 저 사람

목숨 걸고 바다 밑을 들어가는고

몸의 영차 티끌에 더럽기 쉽고

마음 때는 물로도 씻기 어렵네

누구랑 담담한 맛 의논하리요

사람들은 달고 취함 즐기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