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시장 임기가 끝나면 새 시장이 자신의 공관을 결정할텐데 '임기 종료 후'에 박 시장이 후임 시장의 공관을 어떻게 결정하느냐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박 시장의 언급이 서울성곽 복원 논란을 피해가기 위한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이날 서울성곽 복원사업 현장을 방문했다. 숭례문 복원 공사현장에서 출발해 오후 늦게까지 성곽을 따라 남산과 낙산, 백악산, 인왕산에 오르며 광희문과 흥인지문, 혜화문, 창의문, 돈의문 터 등을 둘러봤다.
서울시와 정부는 서울성곽을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에 등재한다는 목표로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공관 이전을 임기 종료 후에 한다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상식적으로 임기가 종료되면 박 시장의 권한은 사라지는 것이고 다음 시장이 혜화동 공관을 사용하겠다고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되물었다.
황 소장은 “지금 당장 공관을 옮겨도 만시지탄인 판에 자꾸 이렇게 저렇게 핑계를 대는 것은 구차한 모습일 뿐”이라며 “임기 종료 후가 아닌 최단 기간 내에 공관을 옮기는 것이 논란에서 벗어나 앞으로의 행보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시장이 이날 “성곽복원 위해 시장 공관부터 옮겨야 한다. 미리 직접 성곽 길을 걸어봤다면 공관에 입주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 부분도 논란대상이 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박 시장이 역사·문화에 관해 관심이 많고 해박한 지식을 보유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아는데 서울성곽을 한번도 가지 않아 현황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혜화동 공관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때부터 논란이 돼 왔었다”며 “박 시장이 오 전 시장에 대한 행보에 관심이 컸던 것을 감안해 봤을 때 당시 상황 역시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문화재청은 그동안 수차례 공관 이전 요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을 하지 않았는데 갑작스럽게 박 시장이 공관 이전 발언을 해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서울성곽을 복원하는 데 있어 혜화동 시장공관을 옮기는 것이 문화재청의 기본 입장”이라며 “수차례 혜화동 공관을 옮기는 것을 서울시에 요청했는데 그동안 받아들이지 않다가 갑작스레 이 같은 발언을 해 당혹스럽지만 그래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혜화동 시장공관을 이전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이주할 공관 확보 등이 필요하다”며 “박 시장이 임기 종료 후에 공관을 옮긴다고 했는데 서울시가 필요한 절차를 거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걸릴 듯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성곽 복원의 장애물 요소를 이미 철거했지만 박 시장이 서울성곽을 제대로 복원하자는 취지에서 이전을 언급한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공관 이전을 위해 마련된 공관이 없고 예산 낭비 문제도 있어 당장 이전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장 옮겨갈 공관이 없는 상황이다. 공관 입주 당시 논의됐던 한남동 서울파트너스하우스는 현재 중소기업들을 위해 개방된 상태고 백인제 가옥은 장소가 너무 크고 관광명소라서 사용에 문제가 있다”며 “더욱이 혜화동 공관 개보수 비용으로 3200만원을 사용했는데 갑자기 옮기는 것은 예산 낭비”라고 말했다.
제목 : -550700_218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