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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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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답사기]2천년 전의 복합농경유적 광주 신창동 저습지유적 低濕地遺蹟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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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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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tv |
등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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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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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의 시공을 가로지르는 역사의 현장
신창동유적이 다른 유적과 달리 학계는 물론 일반인의 관심을 집중시킨 이유는 무엇보다도 2,000년 전의 선사시대 마을의 생활을 포괄하는 당시의 사회문화를 복원할 수 있는 직접적인 자료가 출토된다는 데 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신창동유적은 인간의 통과의례, 즉 삶과 죽음에 이르는 모든 유구를 망라하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주거와, 곡식과 채소를 가꾸는 논과 밭, 생활에 필요한 도구들인 토기와 각종 목칠기를 비롯한 연장들을 만들어 내는 토기가마와 공방, 그리고 죽음에 이르러 매장습속을 보여 주는 옹관묘의 조영 등이 그것이다. 고고학적으로 신창동유적을 거대한 복합농경유적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근거한다. 신창동유적의 저습지는 나지막하게 뻗은 구릉과 구릉사이에 발달하고 있는 곡간충적지 하부에 위치한다. 즉, 곡간의 입구가 홍수시 범람에 의해 막히면서 습지성 호소가 만들어졌으며, 이 호소가 구릉의 상부지역에 형성된 주거지역과 호수주변에 위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목기공방 사람들에 의해 생산된 생활 잔존물과 나대지화한 밭 등에서 우기시에 흘러내린 홍수 퇴사물 등으로 메워진 것이다. 장기간에 걸친 호소의 이용은 결국 생활 잔존물이 채워져 평지화가 진행된 것이다. 특히 이들 생활잔존물의 중심 요소는 엄청난 양의 벼 껍질 층이며 함수상태로 다량의 습기를 포함하고 있었다. 따라서 그 내부에서 각종의 목기와 칠기를 비롯한 목제유물과 함께 토기류, 그리고 각종 씨앗류 등 당시의 생활문화를 알 수 있는 여러 자료가 출토될 수 있었다.
조사결과 이곳에서는 2천년 전의 밭과 토기가마, 주거지 등이 확인되었고 우리나라 최초로 저습지유적의 존재가 알려지게 되었다. 저습지유적에서는 빗과 고배 등의 칠기 및 여러 가지 목제유물, 그리고 흑도 등 지금까지 여러 유적에서 보고된 유물과는 성격이 다른 일상의
생활유물들이 두터운 벼 껍질 층에서 출토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는 물론 벼농사에 관심이 많은 일본에서까지 관심이 집중되었다. 이 과정에서 저습지유적의 중요성이 확산되었고 본격적인 보존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당초 예정인 도로개설은 중단되었고 신창동유적은 도로건설이라는 훼손의 단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작고하신 삼불 김원룡 선생과 한병삼 관장, 김기웅 선생 등 당시 고고학계의 원로들께서는 현장을 방문하여 이 유적의 보존과 본격적인 조사방법 등에 대해서 많은 조언과 도움을 주었다. 나아가 보존처리를 포함하여 체계적인 저습지조사방법의 적용 등 유적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발굴조사를 중단하게 된 것도 이 유적이 처음이다. 그리고 이 유적은 국가사적 375호로 지정되어 보호될 수 있었다. 유물은 역사를 기억한다 조사는 2년 동안의 준비기간을 거쳐 1995년 재개되었다. 당시 출토된 유물은 대부분 다루기 힘든 목기와 칠기가 주종을 이루었기 때문에 조사단에게는 어렵고 감내하기 힘든 범위였으며 마지막까지 긴장의 연속이었다. 두부처럼 수분이 가득하여 다루기 힘든 목재를 포함한 현장의 유기물질 유물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한 느낌이 들고는 한다. 당시 조사에서 출토된 유물은 불을 일으키는 발화구, 신발을 만드는데 필요한 목형인 신발골, 곡식을 빻는 절구대, 문짝, 괭이, 칼집, 목검 등을 비롯한 다량의 목제 및 칠기류로서 한국 선사고고학의 획기적인 유물들이 출토되었다.이들은 대부분 우리나라 최초의 유물들로서 신창동유적의 고고학적 무게를 실어 주었을 뿐 아니라 우리 조사단에게도 가슴 벅찬 기억을 안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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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1997년도에는 100여 평 가량을 조사하였는데, 이 때 최초 지표면의 확인과 수로의 변천관계, 그리고 공방의 구조 확인이 이루어졌다. 모래와 가는 실트(silt) 층으로 이루어진 바닥 층을 기반으로 그 위에 최대두께 155cm에 달하는 벼 껍질 층이 분포하고, 그 하부에서 최초의 수로가, 그리고 동편의 구릉과 연결부에서 변천된 수로가 확인되었다. 유적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최초 수로의 서편에서는 직경 25cm ~30cm 정도의 나무기둥이 배치된 고상식가옥高床式家屋의 형태가 일부 밝혀졌다. 이와 함께 가옥의 하부에서는 땅을 굴착하여 만든 저장구덩이가 발견되었다.
신창동 발굴유적「칠과 현악기」 신창동유적의 중요한 조사결과는 이미 수차에 걸친 조사보고서로 간행되어 학계에 보고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를 몇 줄의 글로 압축한다는 것은 아직도 무리가 있다. 단지 당시 현장의 조사과정에서 파악된 많은 유물들, 예컨대 칼과 칼집, 괭이, 절구대, 낫자루, 자귀자루, 도끼자루, 망치, 칠기, 악기, 베틀부속구, 발화구, 식기 등의 각종 목기 및 칠기류, 칠용기, 시루, 옹, 고배, 완, 가락바퀴 등의 토기류, 벼, 탄화미, 보리, 가래, 호두, 살구, 오이씨, 조롱박씨 등의 씨앗류, 우렁이, 다슬기, 재첩, 물고기 뼈 등 어패류, 사슴, 멧돼지, 소 등의 짐승뼈, 그리고 인골 등과 아직 미확인된 다수의 자료가 공개되었지만, 일반 시민들의 관심 밀도는 「칠과 현악기」에 집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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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창동에서는 다량의 칠기와 함께 채취한 칠을 담은 용기가 출토되었다. 칠용기는 토기의 내부에 칠액이 담겨 있는 것으로 출토시에는 칠액의 주성분은 증발하였고 굳은 고형분만 바닥에 남아 채워진 형태이다. 출토당시 이 유물은 실제 옻칠냄새가 새어나 취할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칠은 옻나무의 수액으로서 접착과 광택, 그리고 방부성을 이용한 천연도료이며 요즘에도 최고급의 용기제작에만 사용되고 있다. 칠기는 동아시아에서 유행하였으며, 특히 일본과 중국의 자료가 기원전 7,000년경까지 소급되는 데 비해 우리나라에서 칠의 역사는 기원전 4세기경 청동칼집자료가 상한이다. 물론 앞으로 소급될 가능성이 크지만, 현재까지는 그 때의 유물도 작은 조각에 불과하며 신창동유적에 앞서 출토된 비교적 이른 시기에 해당되는 완전한 칠기의 모습은 평양지방의 낙랑칠기와 다호리 칠기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칠기는 대부분 완성된 제품으로서 우리나라에서 칠기제작과정을 알 수 있는 자료는 전무한 실정이었다. 신창동에서 여러 가지 칠기와 함께 출토된 칠용기, 칠주걱, 마연용 천대마大麻를 비롯한 칠도구는 일련의 칠기제작공정과 관련된 유물로서 당시 현지에서 칠기가 왕성하게 제작되었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최초의 자료이다. 또한 이것은 신창동유적이 칠기 제작을 비롯한 수준 높은 기술을 가진 유력 집단의 거점이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동국여지승람』의 광산현조光山縣條에 신창동 인근을 가로지르는 극락강을 칠천漆川으로 표기하고 있는 바, 이 지역이 조선시대에도 칠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아 무리가 없다고 하겠다. 신창동에서 출토된 자료가운데는 직조와 관련된 베틀부속구, 그리고 조사 후 수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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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다려 쓰임새가 밝혀진 수레바퀴와 목제 말갖춤 등 우리 고대사를 복원하는데 결정적인 자료가 매우 많다. 신창동의 유적과 유물을 몇 개의 단편적인 자료를 통해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으며 출토유물과 유적이 갖는 문화사적 의미가 실로 방대한 까닭이기도 하다. 일찍이 『삼국지三國志』 「위지 한전魏志 韓傳」에 기술된 내용구성을 신창동유적의 자료에서 찾아 볼 수 있다는 것도 그러한 내용에 연유한다. 한편, 신창동유적은 155cm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두터운 벼 껍질 층 위에서 알 수 있듯이 농업 생산력에 바탕하고 있음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따라서 사회문화 복원의 핵심은 앞서 거론한 것처럼 수준 높은 생활문화가 생성될 수 있었던 당시의 사회경제적 배경 즉, 벼농사의 생산체계에 대한 파악이라고 하겠다. 이것은 유적에 대한 조사나 연구가 더욱 조직적으로 이루어질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신창동유적을 통해서 묻혀있던 고대문화의 내용이 하나 둘씩 밝혀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글·사진 | 조현종 국립광주박물관장
출처:월간 문화재 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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