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 참 아련하다.

                                                               황평우(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목수 신영훈 선생님께 한옥을 배우며 전국을 누비는 즐거움으로 가득 찼다. 당시 전국을 답사하며 우리 문화에 대한 인식을 넓힌 것은 현재 나의 토대가 되어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한국 건축의 집대성격인 궁궐건축을 배울 기회도 많았다. 이후 홍순민 교수를 통해 궁궐의 역사를 함께 답사하며 배웠고 덕수궁을 제대로 이해한 것도 그때이다.

덕수궁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조선의 태조와 신덕왕후의 정릉을 알게 되고, 임진왜란과 선조, 조선후기 고종과 대한제국, 그리고 현대사의 질곡 과정을 이해하게 된다. 또한 600여년의 역사와 정치사, 문화와 건축사를 이해하게 된다.

2002년경 일제에 의해 훼손된 덕수궁의 선원전터(구 경기여고 터)에 18층짜리 미국대사관과 9층짜리 미군해병대 숙소가 들어선다는 계획을 알고 난 후, 나와 동료들은 덕수궁 터를 보존하기 위해 4년 반을 싸웠다. 나는 그 기간을 힘들었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힘들 것이라는 생각 없이 “문화재 보존 운동”에 뛰어들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때 나는 김정동 교수님을 알게 되었다. 현재 목원대 교수이며 문화재위원회 근대문화재분과 위원장이다. 그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1970년대 젊은 시절부터 이 땅에 있는 근대 건축을 조사하고 기록하고, 의미를 남긴 분이다.

정동의 덕수궁터 보존을 위해 우리 4인방은(강찬석, 강임산, 천준호, 황평우) 김정동 교수에게 정동의 역사, 근대 건축사를 지도 받았다. 특히 우리 넷은 자신들의 모든 안테나를 동원하며 수집된 정보를 분석하고 대응해 나갔는데 정동의 덕수궁터 보존에 있어서 가장 큰 힘은 시민들의 지지와 성원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러한 시민들의 문화재 보존의지를 인정해준 노무현 정권과 한국인의 정서를 이해 해주고 대사관을 용산고 옆의 ‘캠프 코이너’로 이전해서 건축을 하는 미대사관측에 감사를 표한다. 물론 ‘캠프 코이너’ 자리에도 환구단이 만들어 지기 전에 임금이 기우제를 지내던 남단 터가 남아 있으므로 잘 보존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무엇보다 다행인 것은 지난 1월 26일 정동 일대 근대문화유산 관련 18개 기관 및 단체 관계자 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올해가 '정동 프로젝트' 원년임을 선포하는 신년하례식을 개최하면서 정동 일대 근대문화유산 관련 기관 및 단체 간 친목과 교류는 물론, 나아가 정동 일대 근대문화유산의 자발적 보전활동과 지역 활성화 등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 처음 마련하게 되었다고 한다.

2002년 당시 정동의 덕수궁터 보존운동을 할 때는 정동 일대 근대문화유산 관련 기관 및 단체 관계자가 참여나 지원을 하지 않았지만, 이번 정동 프로젝트에는 기대를 해 볼 일이다. 정동 일대 유서 깊은 근대문화유산에 깃든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시민들과 널리 공유해 가고, 지역사회 구성원 각자가 함께 참여하는 지역 공동체 만들기의 전형을 만들어 갈 것을 권유하며 과거 정동과 덕수궁터 보존을 위해 싸웠던 기록도 잘 기억하기 바란다.

1월 26일 오후 2시! 강찬석은 암투병중이다. 천준호는 서울시장을 보좌하고 있었고, 나는 지방 출장이었다. 김정동 교수는 학교에서 책과 씨름 중이었다. ‘정동 프로젝트’ 에 관해서 자신(정동)을 지켜주고 기억해서 너무 고맙다고 한다.

강임산은 문화유산신탁법인에서 사무국장역 을 수행하고 있으며 정동을 살리자는 하례식 준비를 했고 4인방 중 유일하게 참석했다.

강찬석 선배가 빨리 쾌유되어 같이 정동을 걷다가 또 논쟁을 하고 막걸리도 마시고 싶다. ‘뻥’ 수준의 자랑과 만담도 이제는 다 들어줄 터이니 제발 일어나기만을 학수고대하겠다.

그래서 정동은 나에게 참 아련하게 남아있다.

 "근대화 중심지였던 서울 정동, 문화유산의 메카로 되살리자"

정동 문화유지들 원년 선언
기관·단체 70여명 한자리에… 다양한 정동 프로그램 계획
"2012년을 기점으로 정동(貞洞)을 근대 문화유산의 메카로 되살리자."

26일 오후 서울 덕수궁 중명전 2층 강당에선 특별한 '신년 하례식'이 열렸다. 정동 일대 근대 문화유산 소유자 및 주요 기관 대표가 "정동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알리기 위해 함께 방법을 모색하자"며 처음 모인 것. 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장, 이태진 국사편찬위원장, 강홍빈 서울역사박물관장, 신재국 구세군서울제일교회 담임사관, 박형식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이사(전 정동극장장), 이경호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주임신부, 김종헌 배재학당역사박물관장, 최정임 정동극장장…. 미 대사관저 '하비브 하우스'를 대표해 마크 토콜라 주한 미국 대사관 부대사도 함께했다. 18개 기관 및 단체 관계자 70여명이 참석해 올해를 '정동 프로젝트' 원년으로 선포했다.

 26일 덕수궁 중명전에서 열린 ‘정동 일대 근대 문화유산 대표 신년 하례식’에 모인 참석자들이 떡을 썰고 있다.
 /문화재청 제공

먼저 마이크를 잡은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은 참석자를 한사람씩 소개한 뒤 "이 자리를 정동의 역사성을 지키면서 앞으로도 더 새롭게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로 삼자"고 제안했다. 김찬 문화재청장은 "정동 공간의 역사적 의미를 최대한 오롯이 보존하고 활용하고 후대에 전해주는 데 문화재청이 앞장설 테니 여기 모이신 분들도 그 뜻을 함께해달라"고 했다.

이날 하례식은 정동 일대 근대 문화유산 관련 기관·단체가 친목을 다지는 데서 한발 나아가 근대 문화유산의 자발적 보전과 이를 통한 지역활성화라는 공감대를 만들고자 마련됐다. 정동 일대에는 국가 지정 문화재와 서울시 지정 문화재만 13개가 있으며, 이 가운데 7곳이 미술관·박물관·전시관 등 문화시설로 쓰이고 있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은 앞으로 이 모임을 정례화하고, 지난해 9월부터 진행 중인 '다같이 돌자 정동 한 바퀴' 도보 탐방을 비롯해 정동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조선일보]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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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1/27/2012012700052.html

“근대 문화유산 1번지 ‘정동’에 탐방길 만들자”

ㆍ대표자·관련 기관들, 보존·활용 방안 논의

서울 중구 정동은 흔히 ‘근대문화유산 1번지’로 불린다. 19세기 말 이후 정동은 서양인들의 주요 활동 공간이자 서양식 교육과 의술, 문화가 도입된 개화의 공간이었다. 그래서 이곳에는 ‘우리나라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문화유산들이 적지 않다. 최초의 서양 공사관인 미국공사관과 최초의 신식 교육기관인 배재학당, 최초의 서양식 개신교회인 정동교회, 최초의 신식 여성교육기관인 이화학당 등이 그 일부다. 정동은 또한 한국 근대사의 굴곡이 집약된 곳이기도 하다. 고종이 1896년 일제의 위협을 피해 러시아공사관으로 피신한 아관파천의 현장이자 을사조약이 일본군의 위협 속에서 강제로 체결된 곳이다. 근대유물과 역사적 현장이 곳곳에 남아있는 정동 자체가 하나의 박물관이다.

정동의 문화·역사적 유산이 올해 더욱 주목을 받게 됐다. 정동 일대 근대문화유산 대표자와 관련 기관들이 이곳의 역사적 의미를 부각시키고 시민들에게 알리는 데 힘을 합치기로 했기 때문이다. 구세군역사박물관, 대한성공회서울주교좌성당, 문화유산국민신탁, 문화재청덕수궁관리소, 미국대사관, 배재학당역사박물관, 이화여고, 정동제일교회 등 관련 기관 대표자들은 26일 덕수궁 중명전에 모여 신년 하례식을 했다. 정동에 흩어져 있는 근대문화유산의 보전과 활용을 위한 공감대를 찾기 위한 것이었다. 

이 자리에서 김찬 문화재청장은 정동의 문화유산 보전과 활용을 논의하기 위한 ‘정동프로젝트’를 제안했다. 김 청장은 “정동은 근대사의 꿈과 좌절이 기록된 곳이자 이를 딛고 일어서 오늘의 발전된 한국이 있기까지 핵심적인 역할을 한 곳”이라며 “문화재청은 ‘정동 프로젝트’를 통해 정동의 문화와 역사성을 오롯이 보존하고 잘 활용하는 데 최대한 힘쓰겠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우선 고종이 러시아공사관으로 피신했던 아관파천 길을 복원해 근대유산 답사로로 활용할 계획이다. 복원되는 길은 미국대사관저 북쪽 담장부터 옛 러시아공사관에 이르는 약 110m 구간으로, 옛 경기여고 터와 맞붙어 있다. 미국대사관 소유였던 옛 경기여고 터는 지난해 말 문화재청으로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친 상태인데 문화재청은 이곳을 사적으로 추가 지정한 뒤 우선 담장부터 복원하기로 했다. 

미국대사관도 정동의 근대문화유산 복원에 적극 협조할 계획이다. 마크 토콜라 미국 부대사는 “19세기 말 미국공사관이 입주했던 한옥이 지금까지 대사관저 내에 보존된 것은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내년 2월 개관할 예정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도 1950~1960년대의 옛 공사관 사진을 비롯한 사진과 문서자료를 제공할 계획이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올가을 박물관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대형 특별전 ‘정동 1900’을 열 예정이다. 전시는 대한제국의 중심부인 경운궁이 있는 정치적 공간이자 신문물이 들어온 근대화의 장소인 정동의 역사를 되짚어본다. 정수인 서울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정동이라는 공간을 통해 근대 국제교류의 면모를 볼 수 있다”며 “1900년은 대한제국이 파리박람회에 한국관을 지으면서 참여해 국제교류의 큰 획을 그은 해라는 상징성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가을부터 ‘다 같이 돌자. 정동 한 바퀴’라는 정동 도보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문화유산국민신탁의 김종규 이사장은 “문화유산 건물만 보존하는 게 아니라 정신도 지켜나가야 식민사관을 극복할 수 있다”면서 “이번 모임을 계기로 정동이 20세기에 못다 푼 한을 21세기의 환희로 바꿀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

[경향신문] 주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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