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서울 돈암동 정릉과 흥천사 사이에 추진되고 있는 대규모 아파트 건설 공사와 관련해 주택조합이 신청한 문화재현상변경 신청을 보류했다.
문화재청 사적분과 및 세계유산분과위원회는 1월11일 오후2시 서울 고궁박물관에서 회의를 열고 ‘정릉 제6구역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이하 주택조합)’이 신청한 문화재현상변경신청과 관련한 심의를 진행한 끝에 보류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주택조합이 진행하려던 정릉 앞 대규모 아파트 건설은 일단 중단되게 됐다.
그러나 문화재위원회가 현상변경신청에 대해 보류를 결정함에 따라 언제든 현상변경이 다시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날 문화재위원회에서 정념 스님을 비롯해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과 ‘정릉을 사랑하는 모임’ 등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정릉과 신덕왕후의 원찰이었던 흥천사 사이에 대규모 아파트가 건설될 경우 문화재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며 문화재 위원들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은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주택조합은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조합설립에 위법성이 드러나 조합 설립 무효 확인 판결을 받은 사실이 있다”며 “따라서 이 주택조합이 신청한 문화재현상변경심의 신청은 정릉 제6구역 재개발 사업에 대한 대표권을 상실한 자에 의한 신청이라는 점에서 원인 무효”라고 주장했다.
결국 문화재위원회는 이 같은 민원을 받아 들여 논의 끝에 ‘보류’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1월10일 흥천사 주지 정념 스님을 비롯해 황평우 소장 등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릉 제6구역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이하 주택조합)’이 삼성건설을 시행사로 사적 제208호 정릉과 흥천사 사이 부지에 총 19개동 752세대가 입주할 수 있는 대규모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조상들이 물려준 문화유산이 송두리째 침해될 우려가 있어 문화재 수호운동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현재 추진되고 있는 아파트 단지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정릉과 불과 10여m 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66호 흥천사 극락보전과 67호 명부전으로부터 70m에 위치해 있다”며 “지하 6층, 지상 12층 규모의 아파트 공사가 진행될 경우 정릉과 흥천사 등에 위치한 문화재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었다.
이와 관련 정념 스님은 “흥천사는 조선 태조 4년 신덕왕후 강씨가 죽자 능을 정릉으로 정한 후 세운 원찰이라는 점에서 정릉과 흥천사는 같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봐야한다”며 “그럼에도 정릉과 흥천사 사이에 대규모 아파트를 건설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세계문화유산을 파괴하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념 스님은 이어 “문화재위원회가 현상변경심의에 대해 ‘불허’가 아니라 ‘보류’를 결정했다는 점에서 언제든 다시 심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만약 정릉과 흥천사 주변에서 아파트 개발이 진행된다면 생사를 걸고서라도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 정릉·흥천사 훼손 위기 한숨 넘겼지만… |
| 문화재위원회, 현상변경 허가 신청 ‘보류’…근본적 대책 절실 |
세계문화유산인 조선왕조 최초의 능 정릉과 능창인 흥천사 인근에 개발예정인 서울 정릉 제6구역주택재건축 정비사업이 신청한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신청이 보류됐다.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와 세계문화유산분과는 11일 오후 2시 합동회의에서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신청을 보류하기로 했다.
사업부지와 정릉의 거리가 100여 미터에 불과하고 흥천사는 도로 하나 사이로 인접해 세계문화유산과 국가 지정 문화재의 훼손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 신청이 완전히 취소된 것은 아니어서 정릉과 흥천사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개발논리를 앞세운 사업 주체와 건설사가 언제든 다시 문화재 현상변경 심의를 속개하도록 압력을 줄 것으로 예상돼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흥천사는 정릉을 사람하는 시민모임과 사업주체, 건설사 등과 논의해 문화재 훼손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흥천사 주지 정념 스님은 “문화재위원회에 흥천사와 정릉의 역사성과 중요성을 설명했고, 이에 대해 문화재위원회가 흥천사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해 현상변경 허가 신청을 보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정릉은 사적지고 흥천사는 지방문화재 보유 전통사찰이지만, 흥천사는 정릉의 능찰로 떨어질 수 없는 함 몸과 같다. 현재 흥천사는 전통사찰로서의 격을 되살리기 위해 80억 원을 빌려 경내 가옥을 철거하는 등 정비사업을 진행중이고, 원형복원을 위한 입장을 문화재위원회에 설명했다”고 밝혔다.
정념 스님은 “세계초일류 기업인 삼성이 세계문화유산을 파괴하는 기업이 돼서는 곤란하다”면서 “사업주체와 정릉을 사랑하는 시민 모임, 흥천사가 협의해 민족문화유산이 잘 보전 계승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념 스님은 오는 16일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진명 스님과 함께 김찬 문화재청장을 만나 정릉과 흥천사 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또 정념 스님은 정릉의 주인공인 신덕왕후의 제삿날인 음력 8월 7일 다례재를 봉행하고 정릉의 능찰로서의 위상을 새롭게 할 계획이다.
불교닷컴 서현욱 기자
정릉-흥천사 문화환경 수호 ‘청신호’
문화재위, 문화재현상변경 ‘심의보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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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정릉-전통사찰 흥천사 훼손 우려” 이유
조계종-흥천사 “부결 안 된 것 아쉽지만 보존 최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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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학종기자 urubella@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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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위원회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릉 정릉의 훼손을 우려해 정릉제6구역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신청한 문화재현상변경 심의를 보류했다.
문화재위원회와 세계유산분과와 사적분과는 1월 11일 오후 2시 회의를 열어 정릉과 정릉의 능침사찰인 흥천사 사이에 대규모 고층아파트를 건축하게 해달라는 사업조합측의 문화재현상변경 요청을 검토한 끝에 이같이 결정했다. 따라서 정릉제6구역의 고층아파트 건축은 흥천사와의 협의가 없는 한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흥천사 주지 정념스님과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은 심의 하루전인 10일 조계종 한국역사문화기념관 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가 세계문화유산과 흥천사의 소중한 문화재에 치명적인 훼손이 불가피한 정릉제6구역에 대한 현상변경 허가를 불허하라고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
흥천사 전경. <미디어붓다 자료사진>
1월 10일 조계종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 장면. 흥천사주지 정념스님이 정릉과 흥천사 등 사적지 보존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또한 1월 9일자로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에 공문을 내고 ▲정릉제6구역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설립인가 무효판결을 받은 단체로 법적인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점 ▲흥천사 외곽경계로부터 불과 60미터 거리에서 대규모 공사가 진행될 경우 흥천사의 문화재 및 다수 동산문화재의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점 ▲조선왕릉 가운데 제일 먼저 조성된 능이라는 상징성을 가진 정릉을 훼손할 경우 조선왕릉에 대한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취소될 우려가 크다는 점을 들어 강한 현상변경을 부결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조계종과 흥천사는 11일 문화재위원회에서 부결이 아닌 문화재현상변경 심의보류를 결정해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사실상 부결로 받아들이고 흥천사와 정릉의 문화 및 자연환경 보존과 문화재 보호에 더욱 적극 나선다는 입장이다.
흥천사주지 정념 스님은 “700년을 이어온 세계문화유산과 소중한 불교문화유산의 훼손이 불 보듯한 결정을 설립인가 무효판결을 받은 사업조합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기 이전에 서둘러 현상변경안을 심의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충분히 관계부처에 전달한 만큼 비록 부결은 아니더라도 일단 정릉과 흥천사 일대 자연문화환경 보호의 길이 열린 것으로 본다"며 "향후 종단 및 시민문화단체들과 연대해 더욱 치밀하고 철저하게 대처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문화재위원회의 ‘보류’ 결정에 대해 “부결이 아닌 보류라는 점에서 일단 불만족스럽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정릉제6구역 재건축사업에 흥천사의 문화재 및 동산문화재 훼손 우려라는 새로운 변수를 인정한 조처로 보인다”고 밝혔다. 따라서 앞으로 흥천사와 조계종의 대응에 따라 재건축 사업의 방향이 조정될 수밖에 없는 새로운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황 소장은 전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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