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장쑤성의 떼무덤…백제인일까 신라인일까
한·중 공동조사 600여기 발견 7~9세기 굴식 돌방무덤 확인 한반도 이주민 실체 첫 증명

» 중국 롄윈강의 난윈타이 산, 샤오퇀 산 기슭에서 최근 잇따라 발견된 돌방무덤. 박순발 교수는 백제 말 사비시대의 돌방무덤과 거의 얼개가 같아 백제인들이 묻힌 것으로 추정했다.
서해와 잇닿은 중국 장쑤성 항구도시 롄윈강(연운항)에서 1400~1100년 전 한반도 이주민들 무덤으로 추정되는 공동묘지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박순발 충남대 고고학과 교수는 롄윈 항을 둘러싼 야산 기슭에서 지난 1980년대 말부터 최근까지 신라인 또는 백제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7~9세기 굴식 돌방무덤(횡혈석실분)이 600기 이상 발견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9일 밝혔다. 앞서 중국 난징대학 장쉐펑 교수도 지난해 7월 현지 학술지 <동남문화>에 롄윈강에서 통일신라 이주민 무덤으로 추정되는 석실묘가 대거 발견된 사실을 발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대륙의 연해 지역 곳곳에 집단거주했다고 역사서에 전해지는 옛 한반도 이주민들의 현지 생활 유적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교수가 최근 학계에 공개한 보고문을 보면, 무덤들은 롄윈강 시내와 서해를 굽어보는 샤오퇀 산 등 3개 야산 기슭에 흩어져 있으며, 대부분 7세기 백제 말 돌방무덤 얼개로 파악된다. 유물들은 대부분 도굴됐으나, 당나라 때 유물인 개원통보(화폐), 삼채 도자기 조각 등이 출토됐고, 부근 산성터에서 백제 말기로 추정되는 토기 조각들도 나왔다.
이 유적은 난징 박물원과 롄윈강중점문물보호연구소가 발굴해오다, 지난해 충남대 팀이 합류해 공동조사한 결과, 한반도 이주민 무덤이란 결론을 내렸다고 박 교수는 전했다. 그는 “애초 중국 쪽에서는 기원전 춘추시대 봉토 무덤인 ‘토돈묘’로 보았으나, 시기가 훨씬 후대인 수당대이며, 중국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얼개여서, 한반도계통 무덤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무덤방 안쪽 단면을 오각형으로 다듬고, 천장에 평평한 큰 돌판을 덮은 점 등은 백제 말 서해안 돌방무덤의 특징과 거의 같다”는 설명이다.
무덤에 묻힌 이들은 한반도 어디서 왔을까. 학계의 견해는 엇갈린다. 장쉐펑 교수는 유물 시기상 통일신라인들이라고 주장했으나, 박순발 교수는 무덤 주변에서 백제토기편이 발견됐고, 백제 말 전형적인 무덤 형식임을 들어 백제인이라고 보고 있다.
장쑤성은 삼국시대~통일신라시대 한반도 이주민들의 주요 거류지였으며, 9세기 해상 패권을 장악했던 신라 장보고 선단의 기항지였다. 660년 백제 멸망 당시 유민 1만여명이 당나라에 끌려간 길목으로 추정되며, 유민 중 일부는 정착했을 가능성도 있다. 롄윈강지역 산들의 이름 중 하나가 수·당 제국에 맞섰던 고구려 권력자 연개소문의 이름을 딴 ‘개소문봉’이란 점도 이채롭다. 현지 돌방무덤들 일부도 ‘모줄임천장’(무덤 네벽 모서리를 줄여 천장을 만드는 것)이란 고구려 특유의 얼개를 지닌 것으로 드러나 고구려인들이 일부 묻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겨레]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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