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 남한산성에 쇠파이프 둘레길 안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남한산성도립공원 성곽을 따라 만들어진 자연 둘레길에 쇠파이프와 데크로 인공 둘레길 조성이 추진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11일 경기 성남환경운동연합은 성명서를 내 “1500년의 유구한 역사를 지닌 남한산성도립공원에 경기도가 22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쇠파이프 등 인공물을 이용, 둘레길을 조성하는 것이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행위인지, 인공적으로 꾸미기 위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둘레길 조성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남한산성도립공원은 경기도 성남시, 광주시, 하남시에 걸쳐있고, 대중교통을 이용한 접근성이 좋으며 성곽 탐방로도 다양하고 자연도 잘 보호돼 있어 등산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경기도는 최근 남한산성 본성 9.05㎞ 위에 둘레길을 조성하기로 하고 다음달까지 둘레길에 최파이프와 데크를 덮는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성남환견운동연합은 이에 대해 전국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유행처럼 둘레길을 만들고 있지만, 남한산성 둘레길처럼 성곽 전부를 인공적인 둘레길로 조성하는 곳은 없다고 지적했다.

쇠파이프 난간과 딱딱한 나무 데크로 만들어진 인공 둘레길은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이유다.

김현정 성남환경운동연합 간사는 “지역의 문화적, 자연적 특성을 살려내지 못하고 공원이면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현대식 데크길에서 1500년이 넘는 남한산성의 역사를 떠올릴 수 있겠는가”라며 “문화재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있는 그대로를 유지하면서 올바른 복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간사는 그러면서 남한산성 성벽에 쇠파이프와 데크로 둘러질 인공 둘레길 조성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한편 남한산성은 역사성과 함께 다양한 성격의 문화유산의 가치가 새삼 부각되면서, 지난 2월 문화재청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남한산성이 세계문화유산 등재 우선 추진 대상으로 선정됐다.

[뉴시스] 윤상연 기자  syyoon111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