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이 안한다구요? 우리가 하죠"

낙단보 제2마애불 발굴 중단에 주민들 직접 나서… 결과따라 파장 예상

 낙동강 낙단보 인근 주민들이 제2마애불 매장 가능성이 높은 지점을 가리키며 발굴 논의를 하고 있다.

문화재청이 4대강 사업구간인 낙동강 24공구 낙단보 인근에서 제2마애불 발굴작업을 벌였으나 이를 찾지 못해 작업을 중단하자 주민들이 입회조사 형식으로 직접 발굴작업에 착수키로 했다. 주민 주도로 진행되는 문화재 발굴은 유례를 찾기 힘든 경우여서 발굴 결과에 따라 파장이 예상된다.

문화재청은 5월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간 제2마애불 발굴작업을 벌인 결과 "제2마애불은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최근 작업을 중단했다.

이에대해 주민들은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주민들을 발굴작업에서 제외한 것이 발굴 실패의 원인"이라며 "소를 팔아서라도 발굴비용을 부담할테니 직접 발굴하도록 해달라"고 주장했다.

이에따라 낙단보 인근 주민대표와 문화재청 위임기관인 불교문화재연구소, 의성군 3자는 9일 낙단보 마애불 발굴현장에서 만나 빠른 시일 안에 주민이 주도하고, 관청이 협조하는 방식의 '문화재 입회조사'를 실시키로 합의했다.

이날 합의 현장에는 지난해 6월 마애불 매장 사실을 최초 신고한 노지호(58)씨와 구인본(52) 낙정리 이장 등 주민대표 5명과 의성군 공무원 2명, 불교문화재연구소와 건설사 관계자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불교문화재연구소는 문화재청 등 관련기관과 협의, 발굴작업 일정 조정과 안전, 총괄감독업무를 맡고, 의성군은 개별 허가사항 등 행정조치를 하며 주민들은 매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지정, 작업 범위와 방향을 정한 뒤 신속히 발굴키로 했다.

주민들은 낙단보 인근 '궁디바우'(엉덩이바위) 방향으로 석축을 따라 10m 정도 파면 제2마애불을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인본 이장은 "주민대표 회의 결과 주민이 직접 발굴하면 제2마애불을 금방 찾을 수 있다는 결론을 냈다"며 "만약 발굴에 실패하면 비용은 소를 팔아 대납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교문화재연구소 측은 제2마애불 매장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석축을 따라7m 깊이로 67m나 뒤졌고 주민들이 주장하는 우회도로 분기점 지역도 발굴했으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불교문화재연구소 김진덕 발굴팀장은 "주민들의 의견을 존중, 정밀한 조사를 벌인 끝에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아 발굴을 중단했다"며 "하지만 주민들의 구체적인 증언과 요구가 있어 입회조사 형식을 빌어 한 번 더 발굴키로 했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12일 자문위원회를 연 뒤 같은달 26일 발굴작업 종료를 공식 선언했다.

[한국일보] 김용태 기자 kr8888@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