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새 바다제비, 칠발도 연쇄죽음 왜?

전라남도 신안군 비금면에서 10㎞가량 떨어진 칠발도는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으로 지정된 해양조류보호구역이다. 이 곳에선 1만여 쌍의 바다제비와 바다쇠오리,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섬개개비·매·칼새 등이 번식한다. 하지만 쇠무릎과 억새·쑥 등 위해식물이 늘면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희귀 조류인 바다제비가 대표적이다. 바다제비는 한국·중국·일본의 무인도에서 번식하는 철새로, 국내에선 칠발도·구굴도·개린도·독도에서만 집단 번식한다. 이 바다제비가 쇠무릎 열매에 걸려 죽고 있는 것이다. 국립공원 철새연구센터와 신안군이 2009년 현지 조사를 벌인 결과, 1만1000㎡의 면적에서 386마리의 바다제비가 쇠무릎에 걸려 죽었다. 쇠무릎 열매가 갈고리처럼 생겨 바다제비의 긴 날개를 엉키게 만든다. 이들 식물이 밀생한 지역에선 바다제비의 둥지가 발견되지 않았다. 바다제비는 4월이면 섬을 찾아 짝짓기를 하고 새끼를 낳은 뒤 10월 중순 떠난다.

철새연구센터 김성진 연구원은 “바다제비는 해안 절벽에서 주로 자라는 밀사초 밑에 구멍을 파고 둥지를 틀어 번식한다”며 “억새와 쑥은 밀사초에 내리쬐는 햇빛을 가려 고사시키거나, 바다제비가 둥지를 팔 수 없도록 방해한다”고 말했다.

　바다제비는 개체수가 줄면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취약종 목록에 관심부족종으로 등재됐다. 바다제비는 전 세계에 13만마리가 산다. 그 중 한국에 90%가 서식한다. 쇠무릎과 억새·쑥 등을 방치할 경우 바다제비가 멸종될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신안군과 철새연구센터는 쇠무릎 등 침입식생 조사와 제거사업을 벌이고 있다. 문화재청·유네스코 한국위원회·전남도 등 8개 기관단체로 복원협의체도 구성했다. 고경남 신안군 철새갯벌담당은 “가을에 쇠무릎 열매가 여물기 전에 줄기를 자르고 억새를 제거하는게 가장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철새연구센터와 신안군은 이 같은 연구 내용을 토대로 ‘바다제비의 최근 현황과 보전 노력’에 대해 주제발표를 한다. 12일 신안군 증도 갯벌생태전시관에서 열리는 국제철새심포지엄에서다. 올해로 5회째인 철새심포지엄에는 한국과 러시아·일본·호주 등의 조류 연구자 6명이 참석해 ‘동북아시아의 바다새 연구와 보전’에 대해 발표한다.

◆철새연구센터=2005년 10월 전라남도 신안군 홍도에 문을 연 국내 최초의 철새 연구기관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동북아시아를 이동하는 조류를 연구하기 위해 설립했다.

[중앙일보] 유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