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방송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에서 보수를 받고 근무했거나, 또는 다양한 형태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공공사업이나 연구실적 결과는 누구에게 귀속되어야 하는 것일까? 참으로 쉽고 황당한 질문으로 보이겠지만 저작권에 관한 연구를 하는 법률가의 관점에선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짚고 넘어가야 할 몇몇 사안들이 있다.

국립박물관 수장고보다 경비와 안전이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 청와대에서 보물 569-4호 안중근 의사의 유묵이 사라졌다. 들리는 말로는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측에서 가지고 나갔을 확률이 가장 높다고 전해진다. 이뿐만 아니다. 한국 근현대 정치사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들이 등장하며 중요한 결정을 했던 경무대는 일제잔재를 치운다는 명분하에 1993년 8월 김영삼 정권 때 한 줌의 재도 남기지 말라는 우매한 명령과 안일한 역사인식에 의해 사라지고 말았다. 경무대를 철거하면서 실측기록이나 사진자료를 제대로 남기기는 했을까. 증언에 의하면 이를 안타깝게 생각했던 직원 한 명이 경무대 기왓장 하나를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국가보물과 근대유산가치가 있는 경무대가 사라진 것은 우매하고 지나친 사적 욕심이라 치고, 기왓장 하나라도 보관한 그 직원의 행동은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 것인가? 훗날 박물관에 경무대의 유일한 기왓장을 기증할 때 가치보상과 역사적 기왓장을 보관했던 행위에 대한 대우를 원한다면 어쩔 것인가?

이런 일이 지난주 발생했다. 50년 전 숭례문 수리 시 조선조 중수 당시 목재와 내부 구조를 꼼꼼히 기록하고 보관했던 재미건축가 최용완 선생이 한국을 찾았다가 숭례문 보수를 담당하는 문화재청과 분란이 일었다. 논란의 핵심은 자료 가치와 50년간 보관해온 소장자에 대한 처우문제였다. 필자도 최 선생이 가져온 사본 자료를 볼 수 있었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 최 선생이 실측한 자료는 당시 참여했던 다른 참가자들도 기록을 청사진으로 보관하고 있어서 문화재청의 복원설계도에 이미 반영되어 있었다. 그러나 손으로 직접 그린 세부실측과 도편수의 증언을 기록한 것은 숭례문 역사로서 매우 중요한 자료임이 틀림없었다.

문제는 최 선생의 기록물에 대한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왜 문화재청은 이런 가치 있는 기록물을 소장한 사람들을 푸대접을 해서 분란을 조장했는가이다. 여기서 우리가 풀어야 할 것은 1961년 당시 공공기관의 급여를 받고, 공공재인 국보 보수공사에 참여하며 취득한 지식과 자료들을 어떻게 개인이 소장할 수 있었느냐는 점이다. 또 미국에 체류한 50여년간 한국의 목조문화재에 대한 기록능력과 시공능력이 나름대로 발전한 것에 대한 인식부재가 있었다. 최 선생은 일과 후 개인적으로 시간을 할애해서 일일이 기록한 유일무이한 자료를 소장한 것으로 여겼고, 숭례문 복구공사에 참여도 하고 싶었으나 한국의 상황은 이미 녹록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한 문화재청과 최 선생 양쪽 다 책임이 있다. 공과 사에 대한 가치 기준이나 활용점을 못 찾은 것에 진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필자는 우리의 목조문화재계가 주어진 상황에 대해 최 선생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량기록과 실측은 잘하고 있으나 정성(감성)기록과 현장감 있는 기록은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공공영역에서 지원을 받으며 당연한 활동을 해놓고 훈장이나 표창을 독식하는 공무원들도 많다. 외규장각도서 임대 협상을 주도한 공무원들을 보면서 공과 사를 다시 생각한다. 민간 영역에서 문화재 환수운동을 한 후 무조건 자기 지역에 돌려달라고 주장하는 것도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행동이다. 공과 사를 구분하는 것마저 국가 규정과 조례로 결정해야 할 만큼, 우리 사회는 아직도 정의와 멀다.

<황평우 |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기고]공(公)과 사(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