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을 거부한 한국가톨릭의 상징 “명동성당”

황평우(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지금의 명동성당자리는 고종이 대사성(大司成)·이조참의(吏曹參議)인 윤정현(尹定鉉)에게 하사한 땅으로 수십 칸의 한옥 건물이 있었던 땅이다. 이 땅과 집을 그의 아들 윤태경 에게 옛 서울교구가 매입하여 1888-89년경에 목조 2층으로 고아원과 수녀원을 지었고 1890년에는 옛 주교관을 지었다. 8년 후 1898년 명동성당 본당 축성식을 거행하였다. 1944년 대보수공사를 단행했고, 1977년 2월 26일 명동성당 대지(4,370평) 및 건축물(성당본관, 구 주교관)을 국가사적으로 문화재위원회 의결했으나 1977년 11월 22일 명동성당 본관(439.5평)만이 국가사적 제258호로 지정된다고 관보에 고시했다. 즉 누군가에 의해 문화재위원회 결정을 조작해버린 희대의 사건이 신성한 가톨릭기관에서 벌어진 것이다.

2002년부터 2009년까지 100억 원(국고 약80%)이 넘는 예산으로 명동성당 외벽 보수공사를 실시했다. 시민의 세금으로 공공의 문화재를 보수한 것이니만큼 명동성당은 단순히 가톨릭의 소유권을 넘어 시민의 소중한 공공재인 것이다.

또한 명동성당은 박해와 순교의 한국 천주교회를 상징하며, 한국 민주화의 성지로 상징화 되어 있다. 가난한 사람들의 마지막 안식처로 명동성당이 유지해 온 인간애의 상징성은 이미 시민들과 국민들 사이에 공감하고 있다.

이러한 종교 ·역사 · 민주화의 상징 경관을 그대로 보존은 못한 채, 지하 4개 층, 지상 10개 층의 총 1만 평이 넘는 어마어마하고 천박한 자본의 냄새가 가득한 건축물로 종교 ·역사 · 민주화의 상징인 명동성당 일원을 변형시키고 기존 건축문화재들에 대한 위해를 가하고 있다. 더구나 재개발을 추진하면서 서울 대교구가 보여 준 행태는 지탄을 받아야 마땅하다. 막대한 국가예산을 사용하여 수차례 보수공사를 해 온 문화재를 마치 자신들의 사유 건축물인양 마음대로 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든지, 지하에 대규모 임대공간을 유치하면서 시민들을 위한 공공공간을 제공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논리를 펴면서 눈속임하고 있다.

또한 지하에 수백 대의 차량이 들어가는 주차장 공사가 완료될 경우 명동일대는 교통마비가 일어날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음에도 이점을 심의한 서울시나 사업을 추진하는 서울대교구는 마치 성역 사업을 하는데 왜 속세 것들이 떠드느냐는 식이다.

명동성당 재개발공사는 지난 2009년부터 서울 대교구가 추진하여 수많은 문제점에 불구하고 무리하게 밀어붙인 대표적인 토건사업으로 2010년 연초부터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에 현상변경허가를 신청하고 현장조사를 실시하였으나 번번이 부결된 바 있다. 부결된 이유는 우선 역사적 장소의 훼손과 명동성당의 건축 구조적 취약성과 연약한 지반의 문제, 그리고 명동의 경관파괴의 문제였다. 결국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서울대교구 측은 권력과 담합하여 문화재청에 압력을 행사했으며 서울시를 회유하였다.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정진석 추기경은 정부에 4대강 사업은 용인하는 조건으로 명동성당 재개발을 허용할 것을 빅딜하였다고 이미 보도된 바 있다.

또한 서울교구청과 시공회사인 대우건설은 ‘근대적 벽돌조 배수로’로써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문화재가 발굴된 현장을 불법공사로 능멸하였다. 지난 10월 29일 근대적 토목 유산인 벽돌구조 배수로가 발견된 발굴지 주변을 중장비를 동원하여 문화재가 묻혀 있는 바닥을 토요일 오후에 갑작스럽게 굴삭기를 투입하여 문화재 매장지를 파 해쳤다. 문화재가 매장되었을 것으로 예측되는 부지는 어떤 공사도 해서는 안 되고 문화재청이나 발굴기관의 지도와 감독을 받아야 한다. 시민단체는 이를 적발하여 언론에 공개하고 문화재청에 신고하였으나 서울교구와 대우건설 측은 시민단체의 접근을 막고 언론의 취재를 방해하였다. 더구나 서울교구측은 언론기자에게 이게 너희 것이냐는 등 막말을 퍼붓기도 했다. 그리고 이것도 모자라 명동성당 측은 31일 또다시 불법공사를 자행하였다. 29일 불법으로 파 해친데 이어 또다시 옛 주교관후면 문화재발굴부지에 중장비를 밀어 넣어 바닥을 파 해치고 깊은 구덩이를 파서 발굴지를 초토화시켰다.

이 사실을 취재한 주요 방송사의 보도는 단 한 줄도 안 나왔다. 당연히 가톨릭언론사도 한 줄의 내용도 없다. 이것이 세상과 소통하는 한국 가톨릭의 현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