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들의 살림살이, 쇳대
쇳대는 조선 후기에 우리 선조들이 늘 가까운 곁에 두고 사용하던 지극히 일상적인 생활도구이다. 대문을 단속하고, 온 가족의 식량을 보관하는 곳간과 뒤주에 채우고, 방 안의 크고 작은 가구와 심지어 망건1)통에까지도 매달아 썼으니, 한 집안의 쇳대가 족히 십여 개는 되었을 것이다. 양반가는 물론이고 서민들의 가옥과 임금이 거처하던 궁을 포함하면 쇳대의 활용처는 무궁무진했을 것으로 보인다.

쇳대는 한 집안의 규모를 짐작케 하는 살림살이 중 하나이기도 했다. 임금이 거처하던 궁궐의 가장 바깥대문에 길이가 40cm에 가까운, 성인 남자가 혼자 들기에도 그 무게가 만만치 않은 육중한 자물쇠가 달려있던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또 며느리가 시어머니로부터 열쇠꾸러미를 받게 되면 그 때야 비로소 한 집안의 안주인으로서 인정받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실용성에 더해진 아름다움과 상징성
쇳대는 다른 이의 접근을 막아 귀중품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졌으나 그것이 사용목적의 전부는 아니었다. 장식적인 측면에서의 쇳대는 장석2)의 한 종류로 분류 되었다. 장석의 재질은 수종樹種에 따라 결정되고 장석의 형태는 가구의 크기나 용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였는데, 뒤주에 물고기 모양 자물쇠를 매달거나 경대에 제물자물쇠를 붙인 것이 그 예이다. 장석은 본래 나무가 뒤틀리는 것을 막고 이음새를 고정하거나 문을 여닫기 위한 용도이지만 자물쇠 장석을 더함으로써 기능과 조형미가 완성되는 화룡점정의 단계에 이른다고 할 수 있다. 가구가 꽃이라면 장석은 나비에 비유되곤 하는데 자물쇠 장석은 나비·거북·박쥐·기하학 등 다양한 길상문양으로 만들어진 일반 장석과 조화를 이루면서 가구에 아름다움과 안정감을 부여하고 품위를 높여주는 역할을 했다. 특히 상류층에서 사용된 은입사자물쇠는 이러한 장식성이 특별히 강조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쇳대가 갖는 의미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동양권에서는 수호를 상징하는 ‘자물쇠’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겪어온 반면 서양에서는 권위를 상징하는 ‘열쇠’가 발달했다. 양 문짝에 고리를 매달아 두 개의 고리를 서로 연결하는 방법으로 자물쇠를 사용한 동양에 비해 서양에서는 자물쇠를 아예 문 안에 장착하는 방식을 사용한 데부터 차이가 있다. 때문에 서양에서는 자물쇠보다는 열쇠의 의미가 더 컸는데 이 때문에 전쟁에서 승리하여 성을 정복한 자가 정복을 당한 이에게 항복의 표시로 성의 열쇠를 받는 의식도 생겨났고, 더불어‘행운의 열쇠’라는 의미도 나타나게 되었다.

유럽에서는 열쇠가 질병을 막는 힘이 있는 것으로도 여겨져 이탈리아,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는 출혈이나 경련, 광견병 등에 좋다고 믿는 무속신앙으로 이용되었다. 에트루리아인들은 열쇠를 부적으로 생각해 몸에 지니고 다녔으며 독일에서는 임산부가 열쇠를 지니고 있으면 순산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열쇠에 얽힌 재미난 습속도 있는데 남독일에서는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린 일행이 피로연장으로 갈 때 젊은이들이 ‘열쇠경주’를 했다. 신부방의 열쇠를 먼저 손에 넣는다는 뜻으로 제일 먼저 피로연장에 도착한 사람이 금박을 입힌 나무열쇠를 받으면 신랑이 그 열쇠를 돈을 주고 사야만 했다. 또한 그리스인들은 열쇠가 우박이나 싸라기눈 등의 피해를 막아준다고 생각해서 밭이나 과수원 주위에 열쇠를 매달기도 하였다.

열쇠에 좋은 의미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헝가리에서는 부인들이 아기를 낳을 때, 열쇠구멍을 통해 악마가 들어 올까봐 일부러 막아 놓기도 하였으며 독일에서도 열쇠구멍이 굴뚝, 창문, 출입문과 함께 영혼이나 악마의 통로로 간주되어 악마가 들어온다고 두려워했다. 이밖에도 열쇠는 공식석상에서 상징적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외국의 귀빈을 환영하는 표시로 행운의 시市 열쇠가 증정되기도 한다. 중국에는 ‘백가쇄’라고 하는 풍습이 있다. 백가쇄란‘백개의 자물쇠’라는 뜻으로 아이가 태어난 지 만 한 달이 됐을 때, 아이의 가족이 여러 집을 돌아다니면서 얻어낸 동전으로 자물쇠를 만들어 아이에게 걸어주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하면 각 집에서 나누어준 행복과 장수의 기운으로 아이를 지키고 건강하게 기를 수 있다고 믿었다. 또 인도와 방글라데시에서는 도시락과 기름단지에 자물쇠를 채워서 배고픈 사람들이 남의 것을 탐내려하는 욕심을 억누르는 풍습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한때 자물쇠가 붙은 목걸이가 나오기도 했는데 이는 호부로서의 뜻이 있었으며, 자물쇠 모양의 옥장식이나 칠보장식물을 노리개에 매달아 수호의 상징으로서 소녀들이 몸에 지니고 다니기도 하였다.

작지만 소중한 가치, 쇳대
이제껏 자물쇠는 일상 생활용품으로 여겨지고, 가구나 문의 부속품으로 취급되어 독립된 공예품으로서 인정받지 못하였다. 그러나 앞서 얘기한 것처럼 쇳대에는 사용자의 염원과 함께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가 반영되어 있다. 일상에서 쓰이는 단순한 기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선조들은 쇳대에 다양한 형태와 문양을 넣어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가까이에서 아름다움과 여유를 찾고자 한 것이다. 작지만 아름답고 소중한 문화유산 쇳대를 통해 우리 선조들의 미의식과 생활상을 들여다본다.

글 · 문지혜 쇳대박물관 학예연구원 사진 · 쇳대박물관

출처:월간 문화재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