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국악 음반<정가악회 풍류3 가곡>이 국내 최초로 제 54회 미국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 후보로 선정되었다.
가곡은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로 지정되었으며, 현재 김경배, 김영기, 조순자씨가 보유자로 활동하고 있다. 소녀시대와 같은 대중적인 아이돌 그룹도 아닌 '중요무형문화재'가 과연 어떻게 그래미 어워드 후보에 오를 수 있었을까? 가곡이 지닌 매력은 무엇이 있을까? 오늘 낱낱이 파헤쳐보도록 하자.
1.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는?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는 미국 레코드 예술과학아카데미가 1년간의 우수한 레코드와 앨범을 선정해 수여하는 상이다. 1959년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고 역사 깊은 시상식 중 하나로 이어져 오고 있다.
총 109부문(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앨범, 댄스, 녹음, 제작자, 라틴, 미국 전통 음악, 작곡, 월드 뮤직 등) 에 수상되며, 음악의 연주뿐만 아니라 완성도, 예술성, 역사성, 녹음 기술 등 여러 요소가 평가된다.
2. 2010년 53번째 그래미 어워드 수상작은? 그리고.. 국악 음반은 어느 부문 후보에 올랐을까?
올해의 레코드: 레이디 앤터블룸(Lady Antebellum)의 Need You Now
올해의 앨범: 아케이드 파이어(Arcade Fire)의 The Suburbs
남성솔로 팝보컬: 브루노 마스
여성솔로 팝보컬: 레이디 가가
출처: Grammy Award 홈페이지
<정가악회 풍류3 가곡>이 후보로 오른 부문은 베스트 월드 뮤직(World Music)과 서라운드 사운드(Surround Sound) 2개 부문이다. 월드 뮤직이란, “세계 각지의 음악을 의미하지만 이 경우의 ‘월드’란 서양에서 본 타문화권 전지역, 말하자면 아프리카나 동양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네이버 지식사전)
서라운드 사운드란, “서라운드 채널이라 불리는 분리음대로부터 입체음향 방식에 의해 객석의 측면이나 후면의 스피커에 연결되어 관객에 전달되는 음악이나 음향효과”(네이버 지식사전)를 말한다. 5.1 채널 이상의 기술을 평가하는 부문이다. 5.1 채널의 5는 앞의 좌와 우, 중앙, 후방의 좌와 우, 그리고 저음용 스피커가 사용되는 것으로, 다섯 개의 보통의 스피커와 한 개의 저음용 스피커를 의미한다.
3. 후보에 오른 국악음반은?
<정가악회 풍류3 가곡>은 국악단체인 정가악회의 세 번째 음반이다. 실내 녹음실이 아닌 경주 양동마을 관가정에서 녹음되었기 때문에 본 가곡뿐만 아니라 자연의 소리까지 잔잔하게 어우러져 녹아 있다. 하지만 국악에 대한 낮은 관심도를 반영하듯 후보에 오르기 전까지 음반 판매량은 고작 8장에 불과했다고 한다.
4. 가곡=그 집 앞? 슈베르트 가곡?
가곡은 시에 음악을 붙여 만든 곡이다. 흔히들 가곡이라고 하면 ‘그 집 앞’등 서양 가곡을 떠올리지만 그것들은 서양 음악에 한글 노랫말을 담은 노래다. 이번 그래미 시상식 후보로 오른 음악은 서양 곡에 우리말을 담은 가곡이 아닌 우리나라 전통 가곡이다.
(좌측상단 : 슈베르트(출처:위키피디아),
우측상단 : 가곡부르는 모습(출처:서울종합예술학교 네이버 블로그)
전통 음악은 크게 전통적인 정악과 민속악으로 나뉜다. 정악은 궁중음악과 양반음악을 뜻하는데, 시조, 가곡, 가사로 분류되며, 주로 장중하고 위엄 있고 고상한 느낌을 준다. 가곡은 이러한 정악 중에서 시조를 읊는 시조창이 가야금, 거문고, 대금, 피리, 해금, 단소 등 관현악 반주와 하나 되어 노래하는 한국의 전통 성악곡이다. 즉, 정가(正歌)에 속하며, 불교 음악인 범패, 판소리와 더불어 우리나라 삼대 성가(聲歌)를 이루고 있다. 언제부터 불렸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고려가요인 진작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오래된 가집은 조선시대 3대 가집 청구영언, 해동가요, 가곡원료 중 1728년 김천택의 청구영언으로 전해진다.
5. 가곡의 분류는?
가곡은 시대별로 만대엽, 중대엽, 삭대엽으로 분류된다. 가장 느린 곡인 초기의 만대엽과 중간 빠르기인 중기의 중대엽은 조선말부터 불리지 않게 되었고, 결국 조선 후기의 삭대엽만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다. 가곡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던 시기는 바로 조선 후기다. 하나의 곡이 여러 개의 곡으로 파생되었던 당시의 흐름 덕분에 19세기 무렵에는 총 26여종의 가곡 형식이 탄생했다. 현재까지 전승되는 가곡은 우조, 계면조를 포함하여 남창(남자가 부르는) 26곡, 19세기 초에 등장한 여창(여자가 부르는) 15곡 등 모두 41곡이다. 한 곡은 대여음-초장-2장-3장-중여음-4장-5장으로 구성되는데, 대여음과 중여음은 전주와 간주에 해당되기 때문에 노래가 없다.
가곡은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 목록에 등재되었다. 출처: 유네스코 무형유산 목록 홈페이지
6. 가객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풍류방
풍속화 중에서는 풍류방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다. 이 작품들을 통해 풍류를 즐기던 가객들과 금객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가객은 노래를 부르는 사람, 금객은 기악곡에 뛰어난 거문고 연주자를 의미한다. 음악의 조예가 깊었던 사대부들은 이렇게 때로는 악기 연주를, 때로는 노래하며 풍류를 즐겼다.
김홍도의 포의풍류
7. 느리게 더 느리게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한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1분 1초의 뒤뚱거림조차 허용하지 않는 사회에서 이미 우리보다 한 걸음 앞서버린 변화를 따라잡느라 매일같이 속도전을 치른다. 기자는 여유롭게 휴가를 떠나본지가 언제인지 아득하다. 유년시절을 그리워하면서도, ‘빨리 빨리 문화'에 깊숙이 젖어 우리는 지루한 공간에 자신을 잠시 놓아두기조차 힘들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에게 ‘느림’은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가치였다. 현재를 온전히 감상하며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으므로...
가곡은 느림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여주는 음악이다. 가곡 중 가장 느린 곡은 이삭대엽으로 메트로놈에서 가장 느린 빠르기보다 2배나 느리다고 하니, 얼마나 느린지 짐작할 수 있다.
근심, 걱정, 그리고 북적대는 일상을 잠깐 놓아두고, 가곡을 감상해보자. 느림의 미학에 푹 빠져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보자. 불현듯 불안감은 사라지고 여유를 되찾을 것이다.
▲제3기 문화재청 대학생 블로그기자단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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