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시스테마’를 들어는 봤는가? 베네수엘라에서 시작되어 세계적인 예술교육 활동의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는 ‘엘 시스테마’ 운동은 가난과 폭력에 노출됐던 아이들의 방황과 비행을 멈추게 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제 그 엘 시스테마 운동과 비슷한 참여예술 활동은 세계 각국에서 유사한 성공사례들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의 메세나 활동과 결합되고 참여예술과 예술경영의 성공적인 접목 사례로 나타나고 있어 또 다른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 사진은 영광중학교 세로토닌 드럼클럽 공연 모습 ⓒ뉴스톡

지난 5일 서울 홍대 난타극장에서는 삼성생명과 난타 제작으로 유명한 PMC프로덕션이 공동 후원하는 '세로토닌 드럼클럽' 창단식이 있었는데, 이날 행사에는 서울·경기 지역 16개 중학교 학생과 학부모 등 350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가 특히 주목을 끈 이유는 세로토닌문화원(이시형 이사장)이 운영 중인 드럽클럽을 삼성생명(박근희 사장)과 PMC프로덕션(송승환 대표)가 후원하기로 한 일종의 협약식이기도 했다.

세로토닌문화원은 건전한 청소년 문화활동 지원을 위해 2005년에 드럼클럽을 운영하기 시작했으며, 2006년부터는 '세로토닌 드럼클럽'을 만들어 운영해오고 있는데, 실제 드럼클럽을 최초로 창단한 경북 영광중학교에서는 매년 20건 이상 발생하던 교내 폭력 사건이 지난해 단 한 건으로 급감하는 등 ‘엘 시스테마’에서 볼 수 있었던 긍정적인 예술 활동의 효과, 즉 아이들의 폭력성을 순화하고 학업성적도 오르게 하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경쾌한 장단에 맞춰 드럼을 두드리는 아이들에게 관중들은 박수와 환호소리를 보내고 관중과 하나가 된 아이들은 점점 더 자신감이 생기고 북소리는 더큰 생동감을 갖고 울려 퍼진다. 이는 규칙적인 리듬운동으로 인해 몸에서 분비되는 세로토닌 호르몬 때문이며, ‘세로토닌문화원’이나 ‘세로토닌 드럽클럽’이라는 작명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한다.

“스트레스가 많이 해소돼요. 그 전에는 학교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몰랐는데 (드럼클럽) 한 이후로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많이 달라졌어요.” 실제 세로토닌 드럼클럽 부단장으로 활동 중인 김동진君(영광중3)의 말이다.

한편, 이날 후원 약속에 따라 앞으로 삼성생명은 연주용 드럼 구입자금을 지원하게 된다. 이미 삼성생명은 지난 8월 말까지 42개 학교에 2억 원 이상의 모듬북 구입자금을 지원한 바 있으며, 내년에 58개 학교에 지원하는 등 내년까지 서울, 경인지역을 시작으로 전국에 걸쳐 총 100개 학교를 지원할 계획이다. 삼성생명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세로토닌 드럼클럽의 1단계 지원이며, 임직원 전체가 모은 하트펀드 7억 원이 사용되고 있다.

삼성생명은 이러한 1단계 지원활동에 그치지 않고 이번 사업이 효과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내년부터 매년 전국단위의 청소년 드럼 페스티벌을 개최해 중학생들에게 도전의식과 성취욕을 심어주고, 건전한 청소년 예술축제로 키울 계획이라고 한다. 삼성생명의 이러한 실질적인 지원활동과 더불어 난타 기획사인 PMC프로덕션은 드럼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이처럼 사회공헌 재단의 참여예술 활동에 대기업의 자금과 문화예술기업의 기획력이 가미되는 등 체계적인 예술경영 마인드가 접목됨으로써 세로토닌 드럼클럽은 한국판 ‘엘 시스테마’인 ‘드럼클럽’을 지향하는 원대한 목표에 한발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난타공연을 통해 청소년의 정서함양과 성취욕을 고취시키고자 하는 세로토닌 드럼클럽과는 또 다른 관점에서, 또 다른 예술 분야에서 ‘엘 시스테마’ 운동을 구현하고 있는 작지만 내실 있는 또 다른 사례가 지난 8월26일(금)부터 3일간 영등포아트홀에서 공연된 뮤지컬 ‘웰컴맘’이 그 구체적 성과물이라 하겠다.

▲ 사진은 뮤지컬 <웰컴맘> 공연 모습 ⓒ뉴스톡

이번 공연은 문화재단인 도네이티(공동대표 최영준)가 영등포구(구청장 조길형)와 함께 영등포구의 저소득층 아동들을 교육하여 전문 뮤지컬 배우들과 함께 <웰컴맘>이라는 뮤지컬을 무대에 올린 새로운 형태의 도전이라는 점에서 특히 눈길을 끌고 있다.

“결혼이 행복이라는 말, 가족이 힘이 된다는 말, 모두 거짓말”이라고 외치는 주인공의 변화를 통해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는 내용의 뮤지컬에 실제 유사한 환경에 처한 그룹홈 청소년들이 직접 출연하여 자신의 얘기를 함으로써 스스로의 감정을 순화시킴은 물론, 관객들로 하여금 감동이 배가될 수 있도록 설계된 참여예술 활동이라 하겠다.

공연에 참여한 아이들은 꿈에 그리던 무대에서 좋아하는 배우와 함께 공연하면서 도전의식과 자신감을 갖게 된다. 뮤지컬에 초보라 할 수 있는 어린이들의 공연이라고 해서 극적인 완성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웰컴맘>은 뮤지컬 <쓰릴미>의 연출가인 이종석과, 월드비전 선명회합창단의 작곡가 이현철, 라디오스타의 작가 강보람, 안무가 박준희 등 실력파 크리에이티브팀이 참여하여 작품성도 함께 추구하고 있으며, 전문 뮤지컬 배우들이 어린이 배우들과 함께 출연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집중적인 교육을 통해 어린이 배우들이 함께 출연한 전문배우들 못지않은 집중력과 연기력을 발휘하여 자신들의 얘기를 할 때 관객들은 더 큰 감동을 받게 된다.

그런데 뮤지컬 <웰컴맘>이 뒤늦게 눈길을 끌고 있는 점은 올해 영등포 아트홀에서의 공연이 초연이 아니라는 점이다. 도네이티는 이미 2010년에 성남아트센터에서 초연된 뮤지컬 <웰컴맘>을 통해 재능 나눔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며 사회를 놀라게 한 바 있다. 2010년 당시 도네이티가 제시했던 모델은 그룹홈 아동들에게 재능 나눔으로 노래와 연기를 교육한 뒤, 그들과 전문 뮤지컬 배우들과 함께 공연할 수 있는 뮤지컬을 제작하여 공연까지 하도록 함으로써 많은 감동을 준 바 있다.

다른 재능 나눔과는 달리 소외계층의 아동들을 예술의 향유만이 아닌 창작활동에 참여케 함으로써 문화와 복지를 연결하는 새로운 문화복지의 모형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재능과 감동 나눔 모델’은 도네이티 공동대표인 최영준 교수의 아이디어다. 몇 년 전부터 합창교육 등 소외계층 청소년의 예술 활동을 지원하던 경희대 기독인 교수모임에 소속돼 있던 최 교수는 단순한 합창 교육보다는 직접적인 예술 활동 체험을 통해 소외계층 청소년의 정서함양과 성취욕 제고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뜻을 같이 하는 몇몇 교수들과 문화재단인 ‘도네이티’를 만들어 그룹 홈 청소년들에게 뮤지컬 교육과 연습을 시키면서 한편으로는 뮤지컬 배우로 공연에 참가시키는 것을 목표로 뮤지컬계 인사들로부터 재능 나눔을 이끌어냄으로써 그룹홈 청소년들의 얘기라 할 수 있는 <웰컴 맘>을 무대에 올리게 된 것이다.

그리고 올해 두 번째 공연을 하면서 도네이티는 또 다른 진화된 나눔 개념을 선보이고 있다. 도네이티는 지난해의 경험을 살려 금년에 영등포구와 함께 영등포지역의 소외계층 아동들을 참여시켜 공연을 한 것이다. 특히 이번 공연은 영등포구라는 자치단체와 협력 하에 지역의 소외된 사람들을 초청하여 함께 관람하는 1+1 캠페인으로 진행한 것이 특징적이다. 도네이티는 영등포구와 협력을 통해 ‘감동기부자’들에게 특별 할인을 제공함으로써 “무대는 재능을 나누고, 객석은 감동을 나누는 공연”이라는 새로운 나눔 모델을 만들어낸 것이다.

자치단체의 협력 하에 관내의 소외계층 청소년들을 교육하여 공연 무대에 올리고, ‘감동기부자’인 관내 주민들과 기업들로 하여금 소외된 계층과 함께 공연을 관람하도록 함으로써 교육과 문화 그리고 복지를 연결하는 새로운 지역기반형 문화복지 모형을 제시한 것이다. 공연을 함께 보며 마음이 하나 되는 것도 진정한 봉사라는 새로운 철학에 따른 것이다. 도네이티 관계자는 “나누는 사람과 받는 사람들이 공연장에서 함께 공연을 관람하며 마음을 나누고 하나 되는 ‘감동기부’ 문화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상 두 가지 성공적인 참여예술 활동 사례는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새로운 유형의 ‘엘 시스테마’ 운동은 참여예술 활동과 메세나 활동의 접목을 통한 성공적인 예술경영의 미래상을 보여주고 있다. 기업과 문화예술기업의 사회공헌에 해당하는 메세나 활동을 이끌어냄으로써 성공 가능성을 보인 ‘세로토닌 드럼클럽’과 달리 도네이티의 <웰컴맘> 프로젝트는 기업이 아닌 자치단체의 후원 및 삼성사회봉사단의 협찬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메세나 활동을 이끌어냄으로써 새로운 메세나 활동의 모델도 선보였다고 하겠다.

이상 난타공연이나 뮤지컬 공연 외에도 연극이나 무용, 기타 스포츠 활동 등 예체능 활동을 통해 일반 청소년은 물론이고 불우 이웃이나 결손 가정, 그리고 다문화 가정의 소외계층 청소년의 예술체험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이들의 정서함양과 성취욕 제고는 물론이고 더불어 사는 삶의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 최고의 예술경영 활동이 아닐까 생각한다.

최용일/ 경영학 박사, 전 금융감독원 노조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