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요 항구도시로 거듭난 군산

일제강점기 군산 개발이 시작되기 전까지 장미동, 금암동, 월명동 일대는 금강 하구의 저습지였다. 1899년 개항이 결정되고, 여러 나라 조계지, 즉 외국인이 자유롭게 거주하고 치외법권을 누릴 수 있는 구역이 늘면서 군산은 근대 도시로 첫발을 떼었다. 특히 자국으로 쌀을 실어 내기 좋은 항구로 본 일본이 지배권을 장악하면서 군산은 한반도 주요 항구도시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또한 군산 시가지가 확장되면서 원 도심을 중심으로 다양한 건물이 지어졌는데 그 가운데 상당수가 근대 군산의 모습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이다.

그중 대표적인 곳은 해망로 일대로 해망로는 ‘째보선창’으로 불리던 죽성포 앞을 지나 구 세관으로 이어지는 동서 방향의 도로이다. 그 주변에 주요 근대 건축물이 여럿 자리해 있다. 군산을 근거지로 삼은 일본인의 자금줄 역할을 한 조선은행 군산지점(현 군산 근대건축관), 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현 군산 근대미술관)이 불과 두 블록 떨어져 있고, 조선은행 앞은 196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명성을 날리는 중화요리 집 빈해원이 있다. 조선은행 군산지점과 일본제18은행 군산지점, 빈혜원은 모두 국가등록문화재로 군산시는 2000년대 들어 이 일대를 ‘군산 근대문화유산거리’로 조성해 왔다.

일제의 수탈 때문에 발전한 역설적인 군산의 역사

2018년 군산 내항 일대 15만 2,400여 ㎡가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됐다. 항구로서 기능은 상실했지만, 내항 일대 전체가 근대문화유산으로 가치를 지녔기 때문이다. 밀물 때는 올라오고, 썰물 때는 내려가 상황에 맞춰 하역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내항 뜬다리 부두(부잔교)와 항구 건설에 필요한 호안시설, 항구 안까지 연결된 내항 내 철도, 내항을 이용하던 구 제일사료주식회사 공장 및 군산 경기화학약품상사 저장탱크 등이 군산 내항 역사문화공간에 포함되어 등록됐다.

군산 구 조선운송주식회사 사택과 군산 구 남조선전기주식회사, 구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청 관사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영화 촬영지로 유명한 신흥동 일본식 가옥(히로쓰 가옥)과 일본 승려들이 지은 일본식 사찰(군산 동국사 대웅전)도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 군산 내항 서쪽에는 사적 구 군산세관 본관을 만날 수 있다. 1908년 벨기에에서 벽돌을 수입해 와 지은 구 세관 건물은 지붕 위 3개 첨탑이 인상적인 대한제국 시기 건축물로 그 옆에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이 자리해 있다. 일제의 수탈 때문에 발전한 군산은 긴 세월과 아픈 역사를 버텨 온 근대의 시간을 품고 있다.

군산 내항 역사문화 공간은 근대 항만의 역사, 근대 산업화 시기 어업과 산업 생활사 등 대한민국의 항만 역사를 볼 수 있는 소중한 장소이다.

정리. 편집실 사진. 군산시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