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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봄소식을 남 먼저 전하는 선암사의 늙은 매화
글쓴이 tntv 등록일 [2020.03.05]
봄소식을 남 먼저 전하는 선암사의 늙은 매화 仙巖寺 우수, 경칩을 지나면 탐매(探梅)꾼들의 마음이 바빠진다. 봄을 여는 향기를 남보다 먼저 즐기고자 언제 어디로 걸을음 나설지 궁리하느라 말이다. 탐매나 심매(尋梅) 행각은 예부터 격조 높은 봄맞이 행사[迎春]였다. 오늘날도 산청삼매(山淸三梅)나 호남오매(湖南五梅)가 탐매꾼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산청삼매란 지리산 자락의 산청을 중심으로 자라는 매화로 고려 말의 세도가 원정공 하즙이 심었다는 원정매(元正 梅강)희, 안이 단속사에서 공부하며 심었다는 정당매(政堂梅), 남명 조식의 남명매(南冥梅)가 여기에 속한다. 호남오매는 백양사의 고불매, 선암사의 암선매, 가사문학관 뒤편 지실마을의 계당매, 전남대의 대명매, 소록도 중앙공원의 수양매를 일컫는다.

600년 동안 봄의 전령꾼이 되어준 선암사 매화

국가에서 자연유산으로 지정한 매화 중에 강릉 오죽헌의율곡매(천연기념물 제484호)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남녘의 사찰에 터를 잡고 있다. 바로 화엄사 길상전 앞의 백매(천연 기념물 제485호), 백양사의 고불매(古佛梅, 천연기념물 제486호), 선암사의 선암매(仙巖梅, 천연기념물 제488호)로, 가람과 매화 사이에 얽힌 사연도 예사롭지 않다.


지난 수백 년 동안 봄의 전령 노릇을 해온 선암사의 600년 묵은 늙은 매화는 올해도 변함없이 꽃을 피웠다. 이즈음 각황전에 모셔둔 철불(鐵佛)의 미소가 더욱더 정겨운 까닭은 무우전(無憂殿) 돌담길을 따라 무리 지어 핀 고매(古梅)의 꽃망울이 터지는 합창에 취한 때문일 것이다. 아니면 백매화가 내뿜는 암향(暗香) 때문일까.


선암사의 매화가 전국의 탐매꾼들에게 무우전매로 칭해지며 사랑받는 이유는 한두 그루가 아닌 20여 그루의 늙은 매화가 모여 자라는 덕분이다. 무우전은 대웅전 북동쪽, 선암사에서 가장 외진 곳이랄 수 있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그 뒷마당에 철불이 봉안된 각황전이 있고 그 옆 마당에 달마선원이 있다.

선암사, 순천 선암사 동·서 삼층석탑 順天 仙巖寺 東·西 三層石塔

늙은 매화 한 그루만 있어도 그 향취와 자태를 즐기려는 탐매꾼들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한데, 수백 년 묵은 고매가 20여 그루나 있으니 이 좋은 기회를 탐매꾼들이 놓칠 리 없다. 옛문인들은 가지에 붙은 꽃이 많지 않고[稀], 나이를 먹어[老], 줄기와 가지는 마른[瘦] 매화의 꽃봉오리 형상[ ]으로 등위를 매겼다. 무우전 돌담 곁에서 400~500년 묵은 매화들은 고매가 지녀야 할 이런 품격을 간직하고 있다.


늙은 등걸에서 용틀임하듯 기이하게 구부러지고 뒤틀린 가지가 힘차게 뻗어 나와 점점이 붉은 꽃과 흰 꽃을 피워내는 자태는 탐매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중 2007년 11월에 천연기념물 제488호로 지정된 매화는 무우전 건너편 호남제일선원과 팔상전 사이의 통로에 있는 600여 년 묵은 백매다.

01. 선암사 전경
02. 선암사 승선교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각, 칠전선원 수각

조계산 자락의 선암사는 고구려 승려 아도화상이 529년에 창건했다고 전한다. 그때 이름은 해천사(海川寺). 이후 통일신라 시대에 도선이 비보도량을 세워 동·서 삼층석탑(보물 제395호)을 비롯해 대웅전 등 14점의 보물과 함께 팔상전, 원통전, 금동향로, 일주문 등 지방문화재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흔히 방문객들은 선암사를 들르면 꼭 봐야 할 3가지로 ‘건너면 속세의 때를 벗고 신선이 된다’는 ‘승선교’(보물 제400호), 화장실로서는 유일하게 문화재(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214호)로 지정된 해우소 그리고 무우전 돌담가의 늙은 매화나무(천연기념물 제488호)를 든다. 하지만 스님들은 오히려 늙은 매화와 함께 1,000년 세월을 버텨온 차나무와 달마선원의 수각을 더 큰 자랑거리로 여긴다.

03. 선암사 대웅전  04.선암사의 달마선원 수각

일명 ‘칠전(七殿)선원 수각’으로 불리는 이 수각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각으로 알려져 있다. 이 수각의 바깥에 바로 무우전 매화가 무리 지어 자란다. 수각의 물을 담는 석함은 크기가 다른 4개의 자연석을 깎아 만들었는데 석함마다 통나무와 대롱을 이어 차례로 물이 아래로 흘러내리게 했다. 차나무밭에서 흘러나온 약수 중 맨 위에 있는 가장 큰 사각형 석함에 담긴 물은 상탕(上湯)으로 부처님께 올리는 청수나 차를 끓일 물로 사용하며, 두 번째에 있는 타원형 석함의 물은 중탕(中湯)으로 스님과 대중의 음용수로 사용된다.


세 번째 아담한 크기의 동그란 석함의 하탕(下湯) 물은 밥을 짓고 과일과 채소를 씻는 데 사용되며, 마지막으로 곁가지를 내어 만든 듯한 가장 작은 석함의 물은 허드레 탕으로, 몸을 씻거나 빨래할 때 사용한다. 1,0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야생차밭에서 흘러나온 약수가 통나무와 대롱을 타고 수백 년의 세월은 족히 견뎌냈음직한 돌항아리에 차례로 흘러내리는 수각은 선암사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예스러운 풍경임에 틀림없다.

05. 선암사의 야생차밭

무우전 돌담길을 지나 달마전 뒤편으로 걸음을 옮기면 엄동설한을 거뜬히 이겨낸 푸른 차나무들이 눈에 가득 들어온다. 생명력이 질긴 조릿대에 서식공간을 빼앗겨 생장이 불량한 삼인당 옆의 차나무들과 달리 달마전 뒤편의 차나무들은 다행스럽게도 튼실하다. 직사광선을 좋아하지 않는 차나무에 그늘을 드리우는 은행나무, 단풍나무, 삼나무 따위의 큰나무[喬木]들이 듬성듬성 서 있는 모습이 인공 차 재배지와 다른 풍경이다.


외래식물인 차나무(매화도 2,000여 년 전 중국에서 들어온 외래식물이다)가 어떤 연유로 선암사에 자리 잡았을까? 『삼국사기』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차나무가 전래한 시기는 신라 흥덕왕 때다. 당나라에 갔던 사신 김대렴이 차나무 열매를 가져왔으며, 흥덕왕이 그 열매를 지리산 남쪽에 심게 했던 것에서 이 땅의 야생차가 시작되었다.


차 문화와 관련 있는 남녘의 사찰들이 차밭을 지켜내지 못한 와중에 유독 선암사만 1,000년 세월 동안 야생차밭을 지켜온 저력은 무엇일까? 선암사가 조계산 등 주변 산에 둘러싸여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지리적 특성 덕분에 다른 지역에서 재배되던 일본 차나무의 꽃가루에 오염되지 않고 야생의 혈통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선암사의 차나무들이 각별한 이유는 숭유억불의 험한 세월과 일제강점기에도 야생차밭을 지켜온 선대 스님들의 지극한 정성 때문이다.

06. 순천만 국가정원 07.낙안읍성과 민속마을

봄을 부르는 손짓을 찾아가는 길

선암사에서만 볼 수 있는 원통전 뒤편과 무우전 돌담길의 매화와 별개로 이때쯤이면 절집 곳곳의 화목들이 꽃을 피워서 또 다른 풍광을 선사한다. 선암사를 우리 전통조경의 보고라고 상찬하는 이유를 확인할 수 있는 때다. 철 따라 바뀌는 절집의 아름다운 풍광을 가슴에 담는 일은 단순하다. 가는 길을 멈추고 주변을 찬찬히 둘러볼 수 있는 여유와 자연을 찬미할 줄 아는 감성만 있으면 된다. 봄을 부르는 손짓, 매화가 기다리는 선암사로 나서 보자.


가족 여행지로 선암사를 선택했다면, 조계산 굴목재 너머에 있는 송광사나 인근의 낙안읍성, 순천만 국가정원도 빼놓을 수 없다. 송광사는 삼보사찰의 한 곳으로 해인사, 통도사와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승보사찰이다. 굴목재를 넘는 선암사와 송광사의 트레킹 코스는 걷기 동호인들의 사랑을 받는 순례길로 유명하다. 선암사에서 16km 떨어진 낙안읍성은 조선시대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성으로, 읍성 안에는 전통적인 촌락(민속마을)이 하회마을이나 양동마을처럼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또한 순천만 국가정원은 대한민국 제1호 국가정원으로 순천만 습지와 함께 다양한 볼거리가 준비되어 있다.

여행정보 지역 별미 순천은 계절별로 풍부한 농산물과 수산물이 생산되어 먹거리가 풍부한 지역이다. 신선한 제철 농수산물을 순천의 손맛으로 차려낸 한정식은 남도의 자랑인 정갈하고도 푸짐한 한상차림을 맛볼 수 있는 메뉴다. 순천시는 ‘순천한상’이라는 브랜드를 걸고 한정식 음식점을 지정, 관리하고 있다. 신화정(061-741-8100), 향토정(061-726-6692), 밥꽃이야기 들마루(061-741-5233)는 순천시가 인정하는 한상차림 음식점이다. 문의 선암사 061-754-5247 당일치기 문화재 탐방 코스 1.송광사 2.순천 고인돌공원 3.낙안읍성 4.순천만 습지 5.순천만 국가정원 6.순천왜성 - 더 자세한 정보는 별지에서 확인하세요.



글. 전영우 (국민대학교 산림환경시스템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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