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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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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과 충절의 상징...국보 유적 169호 선죽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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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tv |
등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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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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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다리가 나란히 서 있는 이유
선죽교는 화강석으로 축조된 전형적인 널다리이다. 개울 바닥에 기초석을 깔고 그 위에 길쭉한 기둥을 쌓아 올린 다음 큰 화강석 판돌을 깐 단순한 것이지만, 구조가 튼튼하여 지금도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난간을 둘러 세운 다리와 난간 없는 다리가 나란히 있는데, 난간을 세운 것이 선죽교이다. 전체 규모는 길이 8m 남짓, 너비 3m가 조금 넘는다.
선죽교는 본래 일반적인 옛 다리와 마찬가지로 난간을 설치하지 않았다. 지금 난간주의 석조물은 1780년(정조 4) 9월에 정몽주의 후손인 정호인(鄭好仁)이 개성부 유수로 재임 시 축조한 것이다. 정호인은 정몽주의 혈흔이 짓밟히는 것을 염려하여 돌난간을 설치하였으며, 대신 별도로 옆에 돌다리를 세워 통행하게 하였다.
석축 하단부에 명문으로 병진년(1796년, 정조 20)에 난간을 세웠으며 무오년(1798년, 정조 22)에 개축하고, 다시 병신년(1836년, 헌종 2)에 난간을 고쳐 세웠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선죽교 주변에는 여러 기의 석비가 있다. 동쪽에 하마비(下馬碑)·기적비(記蹟碑)·선죽교(善竹橋) 표석이 나란히 서 있다. 표석은 한석봉의 글씨를 새긴 것이기에 시선을 끈다. 표석 옆에는 성인비각(成仁碑閣)이 있다. 비각 앞에는 정몽주와 함께 순절한 녹사(錄事) 김경조(金慶祚)의 기실비(紀實碑)와 순의비(殉義碑)가 직각 방향으로 세워져 있다. 선죽교 서편에는 영조와 고종의 어제어필선죽교시비(御製御筆善竹橋詩碑)를 보관한 표충비각(表忠碑閣)이 있다.
오천으로 흐르는 선죽교의 물
선죽교 밑에는 물이 흐르고 있다. 고려시기 개경 내부의 중심 물줄기는 배천이었지만 지금 개성 시내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물줄기는 바로 선죽교 동쪽의 물줄기이고, 이것이 오천(烏川)으로 연결된다. 오천은 하천물이 검다고 해서 붙여진 한자 표기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 「개성부」에는 ‘흑천(黑川)’으로 표기되었다. 이것이 다시 오천으로 표기된 것이다. 똑같이 ‘검다’는 뜻이기에 기록자의 다른 표기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굳이 ‘오천(烏川)’으로 기록한 이유가 뭘까. 정몽주의 고향이 영일현(迎日縣) 오천이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일제강점기 말에는 선죽교 아래에 물이 흐르지 않았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때 동쪽에 새 물길을 내면서 선죽교 쪽이 폐쇄되었다가 최근에 선죽교의 면모를 살리기 위해서 인공적으로 물길을 만든 것이다.
다리 위 선명한 포은의 혈흔
정몽주가 순절한 곳으로 알려진 선죽교의 일화는
<행장>,
<본전>,
<선생사략>에는 기록되지 않았다. 그런데 포은과 같은 시기의 인물인 이행(李行: 1352~1432)의
<유사차록(遺事摭録)>에는 “조영규가 가자교(架資橋)에서 철퇴로 격살하였는데 청죽(靑竹)이 곧 다리 위에 났다. 이로 인하여 선죽교라 불렀다”는 유래가 기록되어 있다. 홍경모(洪敬謨, 1774~1851)의
<선죽교사(善竹橋辭)>에도 그와 같은 기록이 있다. 개성의 선죽교 옆에 설치된 안내문에서도 아래와 같이 소개하고 있다.
정몽주가 순절한 뒤에 대나무가 돋아나서 ‘선죽교’라 개칭하였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진 일화이다. 더욱 주목받는 것은 선죽교의 혈흔이다. 포은이 순절한 지 6백 년이 훨씬 지났어도 혈흔이 실존한다는 자체가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조선시대에도 선죽교의 혈흔을 두고 의심을 제기한 이가 있지만 대부분은 포은의 이적으로 신성시하고 있다. 홍직필은 선죽교의 혈흔을 포은의 혼이 깃든 성스러운 자취라고 인식하였다. 선죽교의 혈흔을 “돌의 문양이 저절로 붉은 것이지 피가 아니다”라는 인식을 가진 자들은 “유명(幽明)을 소통하지 못한 때문이다”고 반박하며, “다리의 돌은 꺾이지 않았고, 피도 씻기지 않았다. 그런 즉 선생은 죽지 않은 것이다”고 하였다.
선죽교의 읍비가 가진 가치
선죽교의 혈흔과 함께 신성시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읍비(泣碑)’이다. 읍비는 녹사비(錄事碑)를 지칭한다. 정몽주의 순절 이후 선죽교 주변에서 밤마다 울음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개성 사람들은 이를 녹사의 원혼으로 여겼으며, 1641년(인조 19)에 개성유수 목서흠이 주도하여 녹사비를 건립하니 울음소리가 그쳤다. 이후 선죽교의 혈흔과 읍비의 이적이 함께 전승되었다. 포은이 순절한 주변에는 청죽(靑竹)이 났는데, 녹사비를 세운 주위에는 오죽(烏竹)이 났다고 전한다. 또한, 녹사비에는 항상 습기가 있어 물이 흐르는데 녹사의 충정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포은의 혈흔이 지워지지 않듯이, 녹사비의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발상에서 생성된 것이다. 선죽교의 혈흔은 정몽주의 고려에 대한 충절을, 읍비는 주군인 포은에 대한 충절을 상징하는 실체이다.
조선시대에 개성을 탐방한 문인들은 선죽교의 혈흔과 읍비에 특히 관심이 많았다. 영조와 고종도 개성을 방문하였을 때 포은의 충절을 기리는
<선죽교시>를 지었다. 19세기에 이르러서는 최익현·송병선·김윤식·조긍섭 등이 우국충정을 담아내는 매체로 선죽교를 부각하였다.
포은 정몽주만큼 죽어서 이름을 남긴 인물은 흔치 않다. 포은이 이토록 후세에 추앙을 받는 이유는 바로 ‘절의’다. 유성룡은 정몽주를 평가하여 “나라가 존립할 때에는 포은도 함께 존립했고 나라가 망할 때에는 포은도 함께 생명을 바쳤다”고 하였다. 또한 포은은 고려조와 존망을 함께 하였으며, ‘정명(正名)’ 사상을 바탕으로 유학적 이상 세계를 이루고자 하였던 인물이라 하였다. 정명이란 ‘명분을 바르게 한다’는 뜻이다. 선비의 나라를 자처했던 조선에서 가장 중시되었던 기치가 ‘정명’이다. 조선건국의 명분을 확립해야 할 이유와 조선을 위한 충절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바로 포은이 선비의 나라 조선에서 다시 각광을 받은 이유이다. 현재의 우리에게도 선죽교의 혈흔과 읍비의 이야기가 절실하게 공감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글‧홍순석(강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사진‧국립문화재연구소
출처:월간 문화재사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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