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몽골, 한국형암각화의 발견

지금까지 발견된 암각화는 대개 경상북도와 경상남도에 집중되어 있다. 물론 여수 오림동암각화와 남원 대곡리암각화가 있기는 하지만 그 외 20여 곳의 암각화가 경상도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암각화가 처음 발견되었을 때 천전리암각화와 반구대암각화의 원류를 시베리아지역 아무르강가의 암각화와 관련시켜 보았다. 그러던 중 안동 수곡리암각화와 경주 금장대암각화가 발견되면서 몽골의 암각화와 관련시키는 연구가 제기되었다. 말발굽 모양과 인면 모양의 암각화를 통해 두 지역 암각화의 유사성을 연결시킨 것이다. 그러나 몽골의 암각화는 대개 동물들과 사냥하는 모습들이 그림 내용의 주종을 이루고 있어 한반도의 암각화와 직접 연결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한 북한지역과 요동지역 및 요서지역에서 암각화가 발견되지 않아 이를 직접 연결시키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였다. 더구나 고령의 양전동암각화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암각화들이 ‘방패형’ 또는 ‘검파형’ 이라고 불리는 ‘한국형암각화’가 주종을 이루는데, 몽골지역에서는 이러한 유형의 암각화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길림성 집안지역에서 인물 모양의 암각화가 발견되면서 북한지역이나 요동지역에 암각화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는데, 뒤이어 함경북도 무산군 지초리에서 암각화가 발견되었다. 북한에서 발견된 암각화는 동심원과 나선문양으로 천전리암각화와 유사하여 동해안으로의 전파 가능성이 다시 제기되었다. 그러다 2008년 내몽골지역에서 한국형암각화가 발견되면서 다시 몽골의 암각화와의 관련성이 주목받게 되었다. 내몽골 적봉지역의 삼좌점암각화는 동심원과 검파형 및 별자리 모양의 암각화로서 한국의 암각화와 매우 관련성이 높은 것이다. 그리고 적봉지역의 지가영자암각화는 천전리암각화와 유사성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적봉지역에서 북쪽으로 200여km 떨어진 각노영자에서 검파형 또는 방패형 암각화로 불리는 한국형암각화가 발견되었다. 따라서  몽골에서 내몽골로 이어서 요하지역을 지나 한반도로 연결되는 전래과정을 유추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몽골, 내몽골, 요하유역 유적 답사를 오가는 세월을 보내면서 언젠가는 요령성 지역의 암각화를 찾아 한국의 암각화의 루트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작업은  결국 한국 청동기 문화의 원류를 고찰하고 나아가 한국 민족문화의 원류를 찾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올 여름 휴가를 틈내어 요령성 지역의 암각화를 찾아 4박 5일 일정의 현장탐사에 나섰다. 처음에는 요령성 조양시 지역에 암각화가 있다는 보도를 보고 탐문을 해보니 거란족이 세운 요나라 시기의 암각화여서 실망감이 컸다. 해성시 지역의 석목성 고인돌에 성혈이 있으며, 거기서 400m 떨어진 거북바위에 성혈이 새겨져 있다는 보도를 보고 찾아가 보았다.

한국 민족문화의 원류를 찾다

석목성 고인돌에는 성혈이 일정한 배열이 없이 새겨져 있었으나 거기서 1km 정도 떨어진 거북바위에는 성혈이 일정한 배열을 이루며 새겨져 있었다.(사진9) 거북바위의 오른쪽에는 중심에 큰 성혈이 있고 주위에 원을 그리듯 성혈이 6개 새겨져 있다.(사진2) 마치 연화문 모양의 암각화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경주 금장대암각화의 화판 모양의 암각화와 아주 비슷하다. 거북바위 왼쪽에는 큰 원을 그리고 그 안에 많은 성혈들이 새겨져 있는데 마치 은하수에 별들을 새긴 것 같은 모습으로 이는 흥해 칠포리암각화의 성혈와 비슷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여하튼 요동지역에서 한반도 암각화와 관련있는 암각화를 최초로 확인하게된 것이다.

내친 김에 몇 시간 차를 달려 영구시 발어해구 홍기산의 제단유적을 찾아갔으나 여기에는 성혈 몇 개만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다음 날 금주시 호로도시 백조수촌 지역에 있는 향로봉에서는 4곳의 암각화를 발견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향로같이 생긴 봉우리를 쳐다보면서 길도 없이 한 시간 이상 절벽 길을 오르니 촛대 모양의 바위가 즐비하고 병풍같이 생긴 바위가 봉우리를 이루고 있었다. 처음에는 촛대같은 바위에 암각화가 있으리라 예상하고 찾았으나 헛수고였다.(사진8)

이어 병풍 모양의 봉우리에서 제단 모양의 바위를 조사하다    드디어 동물모양을 새긴 암각화를 발견하였다.(사진6) 길이는 약 30cm 정도인데 새긴 모양이 반구대암각화의 동물 모양과 아주 비슷하였다. 오른쪽 바위들을 계속 뒤졌으나 보이지 않아 왼쪽을 조사하다가 새가 날아가는 모양의 암각화를 발견하였다.(사진5)  그 밑에도 바위에 무언가 새겨져 있어 긴가민가 하고 있는데 근처에서 인기척이 났다. 사람이 있는 것 같아 불렀으나 아무 대답이 없어 가보니 어떤 사람이 땅을 파고 있었다. 그에게 암각화에 대해 물어보니 그 옆에도 암각화가 있다고 한다.(사진5) 

그 옆에는 염소와 산양 등을 비롯한 동물과 짐승우리같이 생긴 네모난 도상과 반구대암각화의 그물같이 생긴 도상이 새겨져 있었다. 10여 마리의 동물들이 5~6cm의 크기로 선각되어 있는데 내몽골의 암각화에서 보이는 동물들의 모습이다.(사진7) 주로 염소와 산양들이 새겨져 있는데 동물들이 짝짓기 하는 모습도 새겨져 있다. 중간부분  오른쪽에는 사각형 안에 여러 가지 도형이 새겨져 있는데 짐승우리 안에 동물들이 있는 것 같은 모습이다. 그 밑에는 타원형이 새겨져 있으며 그 주위를 돌아가며 선들이 새겨져 있는데 이는 마치 반구대암각화에서 보이는 그물 모양의 짐승우리 같은 모습이다. 그리고 왼쪽 아래 옆의 바위에는 짐승의 머리 부분과 사람이 제사를 지내는 모양의 암각화가 새겨져 있다.(사진4) 

병풍같이 생긴 바위들 위로 올라가니 큰 성혈이 새겨져 있으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제단 같은 돌들이 정렬되어 있으며 정상에는 돌무더기와 오색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사진7) 지금도 제사의례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주변에서 청동기시대의 협사토기를 비롯하여 한대와 그 이후 시대의 토기조각들이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청동기시대부터 지속적으로 제사의례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몽골과 내몽골지역의 동물모습의 암각화가 발해만 가까이 있는 호로도시 지역에서 발견됨으로써 유목문화의 남쪽 한계선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이 암각화는 요서지역에서 최초로 발견되었다는 커다란 의미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몽골의 암각화가 내몽골지역으로 그리고 요서지역과 요동지역을 거쳐 한반도 북부와 남부에 이르는 전래과정을 증명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한국 청동기문화의 전래과정 또한 이러한 루트로서 파악할 수 있으며, 결국 한국의 민족문화의 원류와 그 전래과정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암각화, 세계문화유산의 가치를 지닌 우리 문화재

귀국하자마자 새로 찾은 요령성 지역의 암각화와 한국의 암각화를 비교하기 위해  울산의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암각화 그리고 경주의 금장대암각화를 다시 찾아갔다. 천전리암각화와  금장대암각화는 암각화가 잘 남아 있어 그 형태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반구대암각화를 찾아가니 물 속에 잠겨 있어 암각화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반구대암각화가 일 년 중 몇 달 동안 물 속에 있는 것을 보고 있자니 만감이 교차한다. 근처에 있는 암각화박물관의 레플리카를 참고하고,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도서관 로비에 있는 발견 당시의 탁본을 참고하고, 국립경주박물관에 있는 레플리카를 참고할 수밖에 없었다.

내몽골지역과 요령성지역을 여기저기 뒤지고 다녀 암각화 몇 십 점을 새로 찾았는데 정작 암각화 몇 백 점이 새겨져 있는 우리의 반구대암각화는 물 속에 잠겨있으니 책임감이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암각화는 바위에 그림이 새겨져 있는 유형유산으로 이는 한국의 민족문화의 뿌리를 밝히는 엄청난 역사적 의미가 담겨있는 문화유산이다. 지역사회의 지도자들이 세계문화유산의 가치를 재인식하여 하루빨리 암각화를 물 속에서 나오도록 하여 우리 민족문화의 원형을 똑똑히 보여줄 수 있도록 더욱 노력을 하여야 하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글┃사진 · 최광식 전 문화재청장/현 문화관광체육부장관

출ㅊ:월간 문화재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