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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문화유산 답사기]하늘을 잇고 땅을 잇는 고갯길 - 하늘재 속으로
글쓴이 tntv 등록일 [2011.04.07]












[문화유산 답사기 장려상 수상작]

 

 

 하늘을 잇고 땅을 잇는 고갯길 - 하늘재 속으로 

                                               
          - 조재근




하늘재를 향해 - 오랜만의 바깥나들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었던 지난 2년 동안 바깥세상과 소통하는 대상 중 하나는 정기 월간지였다. ‘좋은생각’, ‘샘터’ 등 많은 책들 중에서 내가 꼭 챙겨보던 것이 바로 문화재청에서 발행하는 ‘문화재사랑’이었다. 문화재에 대한 다양한 소식과 답사기는 답사의 옛 추억을 새록새록 떠오르게 했다.

‘문화재사랑’의 영향일까. 전역 후에도 여러 문화재를 찾아다니게 되었다. 지하철과 접근성이 보장된 가까운 곳 위주로 선택하다 보니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천안 독립기념관, 덕수궁 등이 그 대상이었다. 그래서 다음에는 가깝고 사람의 손길이 닿은 곳을 피해 가려고 생각하였고 시험을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늦가을이 되어서야 그 기회가 왔다. 목적지는 충주와 문경을 잇는 하늘재이다. 자연 그대로의 고갯길, 더구나 명승49호에 지정될 정도라면 다른 곳과는 차별되는 아름다움이 있지 않을까. 더구나 산에서 가장 화려한 단풍이 있는 시기이기도 하고.

11월의 첫날, 전날 저녁부터 서울에 내리던 비는 그쳤으나 아직 하늘은 어두웠다. 하늘재에도 비가 그쳤기를 바라면서 충주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아침 일찍 일어났기에 좀 자려 했지만 오랜만의 바깥나들이에 긴장한 탓일까. 이리저리 뒤척이다 포기하고 하늘재에 관한 책을 펼쳤다. 하늘재(해발 525m)는 우리나라 기록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고갯길이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이용되었으며 계립령, 대원령으로 불리기도 하였다. 조선시대 들어서 조령 고개가 개통되었고 이에 하늘재는 사람들의 이용이 줄어들게 되었다. 하지만 덕분에 전국 고갯길의 개발 바람을 피했고 충주에서 올라가는 하늘재 길은 옛 모습과 정취가 그대로 남아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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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재 올라가는 길>
 

하늘재를 오르며 - 1시간 동안의 평안함

하늘재 입구인 미륵리 정류장에 내려 주변을 돌아보았다. 뿌연 안개 속에 방금 전까지 내렸던 비는 노란 단풍 길을 촉촉하게 적시고 있었다. 비가 온 탓에 춥고 바람까지 불어 입술이 오들오들 떨린다. 이럴 때는 빨리 걷는 게 상책. 하늘재 초입으로 가던 중간에 미륵리사지가 있었지만 내려오면서 보기로 하고 걸음을 재촉했다.

장승과 솟대를 지나며 반대쪽에서 오는 몇몇 등산객을 마주치고 나자, 앞쪽에 아무도 보이지 않는 하늘재 길이 열렸다. 9시라는 비교적 이른 시각과 방금 전까지 비가 온 점이 하늘재가 조용했던 원인이었지만, 그 때는 하늘재가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곳이라고 생각했었다. 나중에 하늘재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야 그것이 착각이었음을 알게 된다. 여하튼 중간에 나를 앞질러 간 등산객 아주머니들을 제외하고 그 누구와도 만나지 않았던, 하늘재 정상을 향한 1시간은 색다르고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주변에 아무도 없으니 혼자서 노래를 흥얼거렸고, 그러다 이제 해가 좀 보이려나 하고 구름 가득한 하늘을 보며 가만히 서 있기도 했다. 아직 완전히 걷히지 않은 안개에 순간 약간의 무서움을 느꼈다가 어디선가 들리는 새소리에 안도하던 시간, 나무 둥치에 자리 잡은 이끼와 버섯을 보며 자연의 새로움을 알게 된 시간은 도시생활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여유를 만끽할 수 있게 해주었다.

천천히 걷기는 했지만, 하늘재 정상에 도달할 때 까지도 전혀 힘들지 않았다. 길이도 그리 길지 않지만 완만한 경사 때문일 것이다. 백두대간에 놓여있는 고개임에도 전혀 가파르지 않은 하늘재는 고개라기보다는 숲이 우거진 산책로 정도로 느껴졌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고갯길이 된 것에는 이 점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충청도와 경상도를 완만하게 연결하는 길, 하늘재. 하늘에 이어진 듯하다 하여 ‘하늘재’라 불렸지만 어찌 보면 하늘재는 땅과 땅 사이를 가장 잘 이어주는 길, 즉 ‘땅재’라고 부르는 게 더 자연스러울지도 모른다.
 


                    <
하늘재 정상에서 문경쪽을 바라보고 찍은 사진>
 

고개 정상에서 내려다보기 - 아쉬움과 만족감 사이

사실 고개의 정상에서는 주변이 훤히 보이는 광경을 기대했었다 최소한 정상에서 아래쪽으로 쭉 이어진 구불구불한 고갯길의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정상에 도착했을 때, 전혀 뜻밖의 상황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포장된 아스팔트 도로와 주차된 차들이었다. 문경 쪽에서 오는 길이 포장되어 차가 다닐 수 있다고는 들었지만 막상 하늘재 좁은 오솔길을 걷다가 넓게 뚫린 아스팔트 도로가 나타나자, 내 기대감도 커다란 구멍이 뚫려 버렸다.

아스팔트 길 옆 언덕으로 올라갔다. 하늘재 정상임을 알리는 표식이 세워져 있었다. 높은 곳에 올라가니 그래도 많은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아래에는 ‘하늘재산장’이 포함산 자락에 기대어 있었고 저 멀리 문경 방향에는 산들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안개가 가득 끼어 있어 산 능선을 제대로 가늠할 수 없었다. 그런 산들이 하나하나 줄서 저 멀리까지 이어진걸 보니 이제야 이곳이 고개라는 느낌이 들면서 아쉬웠던 마음이 말끔히 씻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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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재를 되돌아 내려오며 찍은 길>
 

하늘재를 내려가며 - 생태 학습을 위한 공간, 자연관찰로

하늘재 정상에서 아까 만났던 등산객 아주머니를 다시 만났고 고맙게도 땅콩을 한 손 가득 쥐어주셨다. 덕분에 적어도 내 입은 하늘재를 내려오는 여정 내내 심심하지 않았다. 나 하나 먹고 다람쥐 하나 먹으라고 던져주며 내려오다 보니 어느덧 자연관찰로가 나타났다. 돌아올 때 보려고 그냥 지나쳤던 자연관찰로로 방향을 틀었다. 한 명이 간신히 다닐 정도로 비좁은 길이었지만 상당히 잘 꾸며져 있었다. 중간 중간에 설치해 놓은 생태 안내판은 지속적으로 관리된다면 아이들의 학습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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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미륵리사지의 오층석탑>
 

중원미륵리사지 - 하늘재의 역사적 가치를 입증하는 독특한 매력의 문화재

하늘재가 기록으로 남아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고갯길이라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하늘재가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는 것을 입증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하늘재 초입에 자리 잡은 미륵리사지이다. 미륵리사지는 사적 제 317호로 중원미륵리사지가 정식 명칭이다. 고려 초기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며 여기에는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금강산으로 가던 중 이곳에 석굴을 창건했다는 전설이 있다.

고개를 왕복한 사이 날씨도 몸도 따뜻해졌기에 올라갈 때 지나쳤던 중원미륵리사지로 발길을 향했다. 많은 건축물이 있었는데 특히 다른 사찰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석굴과 불상이 이목을 집중시켰다. 석굴을 보기 전에 우선 석탑을 보자. 한눈에 보기에도 두툼해 보이는 이 석탑은 미륵리 오층석탑으로 보물 제 95호로 지정되어 있다. 신라시대 석탑의 양식을 따랐으나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라 한다. 그래서인지 신라시대의 석탑 하면 생각나는 다보탑·석가탑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진다. 탑의 면이 울퉁불퉁하고 균형미, 조화미도 떨어져 보인다. 그렇지만 나는 어딘가 부족하고 둔박해 보이는 점이 오히려 좋아 보였다. 더욱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현재 미흡한 모습을 그대로 보는 것 같지 않은가. 때로는 모자람의 미학이 더 위대해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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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미륵리사지의 석불입상과 석굴>
 

석탑을 지나 드디어 불상과 석굴에 다가섰다. 석굴식 법당의 가운데에 10m가 넘는 거대한 석불입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석조건축물이지만 어디선가 유사한 광경을 본 것 같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안내 팸플릿을 보고서야 깨달았다. 경주에 있는 석굴암! 세부적으로는 석굴암과 많은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석굴식의 법당과 가운데의 석불상이라는 공통점은 이곳의 문화재적 가치를 입증해 준다.

전체 사진을 찍기 위해 자리를 잡다가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불상이 바라보는 방향이 아래의 돌길과는 약간 기울어져 있다. 그러고 보니 불상의 방향은 석탑 석등-돌길 의 일직선상과 맞지 않는다. 물론 방향이 일치해야 한다는 법은 없겠지만, 구태여 방향을 비틀 이유도 없지 않을까. 두 가지를 생각해 보았다. 첫째로는 원래부터 방향이 어긋나 있었다는 가설, 둘째로는 처음에는 방향이 일치했으나 후에 어떤 사건에 의해 위치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고심해 봤지만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과연 정답은 무엇일까?

 

하늘재를 뒤로 하며 - 아름다움에 대한 의식의 전환

11월이라는 시간, 그리고 전날 갑자기 찾아온 비와 한파로 인해 가을 산행의 백미인 단풍은 이미 많이 사라져 있었다. 비록 조금 늦기는 했지만 형형색색의 단풍을 머릿속에 담아두고 있었기에 도착하여 처음에는 당황스럽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 덕분에 빗물을 머금은 채 촉촉한 매력을 선보인 ‘고요한’ 하늘재를 홀로 걸을 수 있었다. 산해진미를 뺏어가고 대신 정갈한 절밥을 준 격이라 해야 할까. 생각지도 않은 특별한 대접을 받은 셈이다.

섬세하고 화려한 문화재는 아름답다. 그러나 그것이 거칠고 투박한 문화재가 아름답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문화재는 각자 그들만의 긴 세월을 겪어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이다. 비록 사람들에게 덜 인정받을지라도 나름대로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중원미륵리사지가 이 간단한 진리를 알려주었다. 석탑과 석굴, 불상 모두 불국사와 석굴암의 그것에 비하면 조형미, 균형미에서 미흡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석탑과 석굴, 불상의 둔박함과 뭉툭함은 뜻밖에도 매력적이었다. 하늘재와 어우러져 사람들을 반기는 그들은 그 순간만큼은 다른 무엇보다도 아름다웠다.

하늘재에서는 고요함이라는 색다른 산의 모습을, 중원미륵리사지에서는 문화재의 색다른 아름다움을 배웠다. ‘의식의 전환.’ 후에 다른 곳으로 답사를 가더라도 하늘재에서 깨달았던 이 점은 내 기억에 남아 문화재를 바라보는 하나의 창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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