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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보물 제338호 금령총 금관
글쓴이 tntv 등록일 [2012.07.26]

금관은 왕의 상징물일까?

1921년 9월, 경주시 노서리路西里의 한 무덤에서 우연히 금관이 발견된 이후 정식조사를 거쳐 발굴된 금관이 무려 5점이나 된다. 금관총, 금령총, 서봉총, 천마총, 황남대총 북분 출토품이 그것이다. 얼핏 보면 어느 것이 어느 무덤에서 발굴된 것인지 구별해내기 어렵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 금관마다 지닌 특색이 드러난다.

이는 각 금관마다 만들어진 시기가 다름에 연유한다. 신라 금관이 국보나 보물로 지정·관리되는 이유를 보통은 금관의 화려한 외형外形에서 찾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금관에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는 신라사 해명의 코드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경주 시내의 큰 무덤에는 일제가 부여한 일련번호가 있다. 모두 155기의 무덤에 번호가 매겨졌는데 그중 지금까지 발굴된 무덤은 약 1/5정도이다. 일부만 발굴하였음에도 이미 5점의 금관이 출토되었다. 무덤 전체를 조사한다면 틀림없이 훨씬 더 많은 금관이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지금까지 금관이 출토된 무덤은 5세기 후반부터 6세기 전반까지 약 100여년도 못 미치는 짧은 기간에 축조된 것이다.

이 시기 신라왕은 눌지왕訥祗王, 자비왕慈悲王, 소지왕照知王, 지증왕智證王 등 4명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현재까지 출토된 금관은 이들 왕의 숫자보다 많다. 그렇다면 왕 이외의 다른 사람 무덤에도 금관이 묻혔다는 뜻이 된다.

세련된 디자인에 구현된 신라인의 정신세계

금관은 화려한 외모와는 달리 매우 약하게 만들어져 있고 지나치게 장식이 많아 실용품으로 사용하기 어렵다. 관의 세움장식은 두께가 일정한 얇은 금판을 길쭉하게 오려서 만들었다. 특히 천마총 등 6세기 금관은 위로 올라가면서 거의 체감遞減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관테[臺輪]에도 2개의 못으로만 고정하고 있어 매우 취약한 구조를 하고 있다. 실제 조금만 움직여도 세움장식이 꺾여 내려앉을 정도로 약하다. 또한 금관은 제작 시 높은 수준의 기술은 구사되지 않았으며, 끝마무리가 매끈하지 못한 부분이 많아 정말 평소에 사용된 물품일까 의심이 든다. 특히 금관총 금관은 조형적인 아름다움이 물씬 느껴지긴 하지만 제작기법을 세밀하게 관찰해보면 무성의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끝마무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와는 달리 귀걸이나 목걸이 등 다른 장신구의 경우 흠결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수준 높은 세공기술이 구사되어 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 금관을 소유한 인물이 생전에 금관의 완성품을 볼 수 없었음에 기인하는 것은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관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재로 손꼽히고 있다. 그 이유는 금관의 세련된 디자인에 더하여 그 속에 신라인의 정신세계가 잘 구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금관에 표현된 도안은 무엇을 상징할까?신라금관에는 몇 가지 상징성 강한 도안圖案이 표현되어 있다. 첫째는 나뭇가지모양 장식이다. 신라인들은 저 높은 하늘을 향하여 까마득히 뻗어 올라간 큰 나무를 하늘로 통하는 사다리로 인식한 것 같다. 거목巨木에 대한 믿음은 고구려 고분벽화에도 잘 표현되고 있다. 둘째는 사슴뿔모양 장식이다. 신라 금관의 원향遠鄕일 가능성이 있는 고대 시베리아에서는 제사장들이 머리에 사슴뿔을 장식하는 사례가 많으며, 사슴뿔모양 장식이 마치 안테나처럼 하늘의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받는 장치로 이해하는 연구가 있다. 셋째는 곱은옥이다. 곱은옥의 기원에 대해 다양한 학설이 있는데 원초적 생명체로 보는 견해가 많다. 이 견해를 수용한다면 신라인들은 내세에서 부활하기를 간절히 바라며 금관에 곱은옥을 장식한 것이라 해석할 여지가 있다.


신라인이 금관을 만든 이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리 인간은 자신이 살고 있는 삶이 영원하기를 소망하지만, 인생의 한정성을 깨닫게 되면서 사후세계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현세의 삶이 내세로 그대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현세의 지위나 경제력이 우월한 신라의 왕족과 그 측근들은 특히 전자에 해당될 것이다. 그들은 금관을 비롯한 화려한 물품을 만들어 무덤 속에 넣었을 뿐만 아니라 시중들던 사람까지도 함께 묻어주었다.

위에서 간략히 언급한 것처럼 신라 금관은 장례용품일 가능성이 있다. 금관이 왕관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금관에는 천오백 년 전 이 땅에 살았던 신라인들의 삶과 생각을 추정해볼 수 있는 다양한 정보가 가득 들어 있다. 그러한 정보를 얻어내고 무생물인 금관에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것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몫으로 남아 있다.

 

글·이한상 대전대학교 역사문화학과 교수 사진·오세윤 문화재전문 사진작가, 국립중앙박물관


출처: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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