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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명승 제43호 제주 서귀포 정방폭포
글쓴이 tntv 등록일 [2012.06.26]

한 아름다운 비단, 정방폭포

남쪽 바닷가의 이처럼 아름다운 풍경은 동쪽으로는 검은 여에서부터 서쪽으로는 중문에 이르기까지 길고 긴 해안선을 따라 곳곳에 형성되어 있다. 정말로 신비하고 아름다운 비경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아름다운 바닷가 석벽에는 해안의 절경을 한층 더 신비스럽게 해주는 정방폭포가 위치하고 있다. 제주의 비경 중 하나인 정방폭포, 이토록 수려한 정방폭포에는 신비스러운 전설이 전해진다.

천하통일의 대업을 완성한 진시황은 영원히 죽지 않고 현세에 살기를 바랐다. 그는 신하 서불(서복)에게 신비의 영약이라는 불로초를 구해오라고 명했다. 진시황의 명을 받은 서불은 동남동녀 500명을 거느리고 황해바다를 건너 신선이 산다고 하는 영주산(한라산)을 찾아왔다. 그러나 서불은 영생을 가져다준다는 불로초를 구하지 못하고 돌아가게 되었다. 진나라로 돌아가는 길에 서불은 한라산 남쪽 기슭에서 바다로 떨어지는 폭포의 경치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아쉬움에 찬 그는 폭포절벽에 ‘서불이 이곳을 지나가다徐市過此’라고 새기고 돌아갔다. 서귀포라는 지명도 서불이 서쪽으로 돌아간 포구라는 것에서 생겼다고 한다.

정방폭포는 바다에 닿아 있는 폭포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하얀 물줄기를 바다에서 직접 바라 볼 수 있는 폭포이다. 흰색 포말을 일으키며 떨어지는 정방폭포는 무척 아름답다. 정방폭포는 육지에서 바라보는 것도 비경이지만, 폭포 앞바다에 배를 띄워 바다로 떨어지는 물줄기를 선상에서 바라보면 더욱 더 신비롭다. 배 위에서 바라보면 정방폭포는 마치 하늘에서 하얀 비단을 바다로 드리운 듯한 선경이다. 정방폭포를 바다에서 바라보는 것은 정말로 큰 감동을 주는 매우 특별한 경험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옛날의 선조들도 바다에서 바라보는 정방폭포의 선경에 마냥 취한 것 같다. 바다에서 바라보는 정방폭포의 비경을 일컬어 옛 사람들은 정방관폭正房觀瀑, 또는 정방하폭正房夏瀑이라 했다. 정방관폭, 또는 정방하폭은 모두 제주의 빼어난 비경 중의 비경을 의미하는 영주십경瀛州十景과 영주십이경瀛州十二景의 하나에 해당된다.

 

안개가 한 폭의 비경을 만들다

조선시대 숙종28년(1702) 제주목사로 제주도에 부임해온 이형상(1653~1733)은 제주 관내 각 고을을 돌며 제주의 아름다운 경치에 감탄했다. 그리고 그는 이토록 신비한 제주의 풍광을 41폭의 채색화첩으로 남겼는데 이 화첩이 바로 탐라순역도(耽羅巡歷圖, 보물 제652-6호)다. 이형상은 배를 타고 정방폭포 앞바다에서 풍류를 즐기는 모습을 정방탐승正方探勝이란 화제로 이 화첩에 담고 있다.

정방폭포는 한라산 남측 사면에서 발원하여 남쪽방향으로 흘러내리는 애이리 하천의 하구에 형성된 폭포다. 주상절리가 잘 발달해 마치 거대한 돌기둥을 겹겹이 세워 놓은 듯한 해안 절벽의 한가운데에 수직으로 떨어지는 20여 m의 물줄기는 제주 남쪽바다의 푸르른 해안절경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정방폭포는 천지연폭포, 천제연폭포와 함께 제주도를 대표하는 3대 폭포 중의 하나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제주 섬 남쪽해안의 모습은 주상절리로 이루어진 석벽의 연속이다. 검은 돌기둥에 의해 형성된 수직의 단애는 마치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듯한 모습이기도 하고, 어느 곳에서는 다른 곳보다 낮은 지형을 이루어 폭포를 만들기도 한다. 병풍과도 같은 절벽의 한가운데 언덕 위에서 바다를 향해 곧바로 낙하하는 정방폭포의 물줄기는 하얀 명주실타래처럼 하늘에서 바다로 눈이 부시게 쏟아져 내리고 있다.

정방폭포의 뒤로 이어지는 배경은 정방폭포의 모습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폭포 뒤로는 지형이 완만하게 경사를 이루며 점점 높아져 멀리 한라산 정상으로 이어진다. 바다에서 바라보면 마치 거대한 돌기둥들이 한라산을 머리에 이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정방폭포의 배경이 되는 한라산의 산록은 언제나 푸르름으로 가득차고, 고원은 안개가 자욱하기도 하며, 때로는 흰 구름이 걸치기도 한다. 또한 늦은 봄까지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있기도 하는 한라산의 절경은 멀리 원경을 이루어 정방폭포의 비경을 한층 더 신비롭게 한다.

 


시간을 거슬러 우리 마음속에 찾아든 제주의 풍경

제주는 한반도 삼천리금수강산 중에서도 아주 특별한 모습을 지니고 있는 섬이다. 육지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매우 이색적인 풍광을 보여주는 신비의 섬이다. 제주 섬은 바닷속 지하에서 분출한 용암이 만든 지형으로 여러 차례의 화산활동에 의해 형성되었다. 지질학적으로 볼 때, 제주는 4번의 분출기를 거쳤다고 한다. 약 90여만 년 전 첫 번째 분출기에 해수면 아래의 기저부가 형성되었고, 60만 년 전에서 37만 년 전에 이르는 두 번째 분출기에는 용암대지가 형성되었다. 27만 년 전 중앙부로 분출한 세 번째 분화는 한라산의 몸체를 순상화산으로 만들었으며, 그 후 다시 제주도 전역에 소형 화산체가 형성된 네 번째의 분출로 오늘날 제주의 모습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제주도의 남부해안은 오랜 세월 용암을 깎아낸 바닷물의 침식작용으로 수직의 절벽이 형성된 것이다. 특히 해안가에는 용암이 분출하면서 일정한 높이의 수직절리가 이루어졌으며, 정방폭포는 수직절리 정상부의 낮은 지형을 따라 형성된 수계에 발달된 폭포다. 정방폭포는 조면암질에 잘 발달하는 주상절리에 이루어진 수직형 해안 폭포라 할 수 있다. 정방폭포의 폭포수가 떨어지는 그 아래에는 깊은 소가 형성되어 있다. 검푸른 소의 물빛은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어 공포를 자아내게 한다. 『탐라록』에는 “이곳 정방연못에서 북을 치면서 노래를 부르면 거북이들이 수면 위로 떠올라 함께 춤을 추었다”는 설화가 전해온다. 조선 후기 제주목사를 지낸 이익태의 『지영록知瀛錄』에는 정방폭포를 경로연驚鷺淵이라 기록하고 있다. 아마도 이익태는 백로와 같은 흰 새들의 무리가 못에 가득한 풍광을 보았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방폭포를 지나 바윗돌이 깔려있는 해변을 넘어가면 폭포에서 서쪽으로 약 300m 떨어진 바닷가 석벽에 위치한 큰 동굴을 발견할 수 있다. 오랜 세월 바닷물의 침식작용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 이 해식동굴 안에는 규모가 큰 석불좌상이 위치하고 있다. 또한 정방폭포의 동쪽으로 선단부의 지형이 낮게 내려간 지점에는 소정방폭포가 위치하고 있다. 정방폭포보다 규모와 높이는 작으나 주변의 석벽과 암반이 폭포수와 잘 조화를 이루고 있는 소정방폭포의 모습도 매우 아름답다. 이곳으로부터 동쪽으로는 검은 여에 이르기까지 주상절리대의 모습이 병풍처럼 계속 이어진다. 주상절리대는 일정한 높이로 가로의 선단부를 이루고 있으며, 그 상부에는 따뜻한 제주지역에서 잘 자라는 난대림이 울창하게 형성되어 있다. 서귀포 정방폭포는 위로는 검은 여에서부터 소정방폭포와 정방폭포, 그리고 동굴을 지나 주상절리대가 아름답게 형성된 지역까지 해안절벽을 중심으로 약 1만㎡에 이르는 지역이 현재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되어 있다.

오늘날 제주의 남해안에는 바닷가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올레길이 잘 조성되어 있다. 제주의 올레길은 많은 사람들에게 매우 인기를 얻고 있는 보행로다. 제주 올레길 중에서도 주상절리가 발달해 있는 남제주의 해안구간은 정방폭포, 천지연, 천제연, 외돌개, 대포해안주상절리 등과 같은 명소가 많아 매우 인기 있는 올레길이다. 이러한 명소들을 활용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아직 바다 위에서 제주 남해안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제주 남쪽바다의 절경을 감상하는 다양한 방법 중에서 바다 위에서 배를 타고 바라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오죽하면 옛 사람들이 정방관폭正房觀瀑이라 했겠는가. 앞으로 바다에서 감상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사진·김학범 한경대학교조경학과교수 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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