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에서 맥이 끊어진 민요, 애원성

척박한 땅에서 삶을 이어온 함경도 사람들은 그들의 애환을 고스란히 애원성에 담아냈다.“무심한 저 달이 왜 이다지도 밝아 울적한 심회心懷를 어이 풀어 볼까~ 에 얼싸 좋다~ 얼 널널거리고 상사디야~.”김길자 보유자가 애원성을 한 소절 들려준다.“일을 할 때도 부르고, 이곳 저곳 다닐 때도 부르던 노래가 애원성이에요. 힘들고 고단할 때 애원성을 흥얼거리며 마음을 달랬었지요.”

가족을 만나기 위해 매번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하지만 쉽지 않다며 그녀가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낸다. 고향 생각을 떨쳐내기에는 수십 년의 세월도 결코 약이 되어줄수없을터, 북쪽에 가족을 두고온 실향민에 게는 더욱 그러하리라.“지금 북녘에서는 애원성을 못 부른다고 들었어요. 너무 슬픈 가락이라서 사람들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그리했다는 말이 있어요.”

그녀에게 애원성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아픔을 표현하는 망향가일 것이리라 감히 짐작해 본다.

함경도 사람들의 삶이 담긴 노래

애원성은 신고산타령과 함께 함경도 전역과 평안남도 안주 등지에서 불리던 노래다. 변방에 위치한 함경도는 대외적으로 여진족과의 싸움에 시달려 왔고, 유배를 당한 사람들의 집결지이기도 했다. 조선 시대에 새 땅을 일구어내던 시기의 이주민의 애환도 애원성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함경도 산골 구석구석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늘 불렀어요.”애원성은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의 슬픔과 고달픈 살림살이, 유랑민으로서의 서글픔을 가사에 담고 있지만, 흥겨운 굿거리장단으로 우울해 질 수 있는 감성을 어루만져주는 힘을 지녔다.

후렴구에는 경기민요와 황해도민요 가운데 경복궁타령조와 병신난봉가조가 조금 섞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높은 음으로 질러 내는 부분이 많아요. 부르고 나면 속에 있는 응어리가 다 풀리는 느낌이에요.”슬픈의미를 가진 민요이지만 부녀자들의 흥겨운 놀이나 밭매기 같은 노동을 할 때에도 자주 불렀다고 하니, 애원성은 함경도 사람들의 일상과 늘 함께 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남녁에서 이어가는 애원성의 생명력

“함경북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때가 2005년이에요. 고향을 떠나온지 한참 지났으니 다들 나이가 들어서 기억이 생생하지 못했지. 동향 사람들이 여럿이 모여서 가사도 정리하고 참 고생이 많았어요.”고향을 등지게 되었지만 동향사람들이 함께 모이는 그 자체로 위로가 되었다. 북녘에서의 삶이 담긴 애원성을 고증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1주일에 한번씩 60여 명이 모여 장단과 춤사위를 연습하면서 시간가는 줄 몰랐다.“고향의 전통이 끊어질까봐 열심히 연습하고 있어요. 우리가 자꾸 나이가 드니까 맘이 더 급해.”애원성은 함경북도 사람들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결속시키는 매개체가 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땅에서 성장한 자녀들과 애원성을 공유하기에는 세대차이가 엄연히 존재했기에 이들이 애원성을 전승할 수 있도록 이끄는 데 힘을 기울였다.“아직 젊은 사람들의 참여가 아쉬워요. 북녘에서 맥이 끊어졌다고 하니 이 땅에서 더욱 지켜가야 하지 않겠어요?”그녀는 애원성이 실향민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노래이자 함께 전승해 갈 무형 문화유산이라는 점을 우리에게 일깨워 주고 있다.

글. 황경순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무형문화재연구실 학예연구사) 사진. 문화재청, 연합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