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위안부 기록도 심사 앞둬 세계기록유산 못 올리게 압박
日언론 "돈으로 밀어붙여" 비판
일본이 난징(南京) 학살 기록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한 데 반발해 연말이 다가오는 시점까지도 올해 유네스코 분담금 약 400억원을 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외무성은 25일 본지에 "유네스코 분담금을 아직 지불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납부 기한이 언제냐'는 질문에는 "유네스코에 확인하라"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해 유네스코가 중국이 올린 난징 학살 기록을 세계기록유산으로 인정한 데 대한 반발"이라고 했고, 외교 전문지 '디플로매트'는 "일본군위안부 관련 기록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선정되지 못하게 하려는 압박"이라고 분석했다. 유네스코는 내년 초 한·중·일·네덜란드 등 8개국 시민단체와 영국 전쟁기념관이 올린 위안부 기록 2700건에 대한 등재 심사에 들어간다.
일본이 올해 유네스코에 내야 할 돈은 총 46억2000만엔(약 480억원)이었다. 이 중 38억5000만엔(400억원)은 의무적으로 내는 '분담금'이고, 나머지 7억7000만엔(80억원)은 일본이 앙코르와트 복구 사업 등 특정 프로젝트를 지정해 자발적으로 내는 거출금이다.
일본 외무성은 최근 거출금은 곧 내되, 분담금은 앞으로도 지불을 보류하기로 했다. 시모가와 마사키 외무성 국제문화심의관은 지난 9일 자민당 회의에서 "어디 쓰일지 모르는 분담금과 달리 거출금은 일본의 존재감과 공헌을 어필해 우방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이 결정은 유네스코를 최대한 압박하면서 국제사회의 비판은 피해가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본이 내는 분담금 비중은 10%로, 미국(22%)에 이어 전체 국가 중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이 지갑을 닫으면 재정난 심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미 국 역시 2011년 팔레스타인이 유네스코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5년째 분담금을 내지 않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일본 정부는 유네스코 제도 개선이 진전되는 걸 보고 분담금을 낼지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마이니치신문은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설득력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했고, 아사히신문도 "돈의 힘으로 자기주장을 밀어붙인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